언론속의 국민

[오늘의시선] 언론 자유는 시민 자유와 무관한가 / 손영준(미디어전공) 교수
박채원 22.11.25 조회수 336

거짓보도라도 제한은 참의 발견 방해하는 것
편파보도로 시청자 선택 왜곡도 자유의 침해


언론 자유를 둘러싼 정치권과 언론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표면적 쟁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녹취에 대한 진실 보도 여부와 대통령실의 해외 순방 취재 편의 제공에서 MBC를 배제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생각해 볼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언론은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할 자유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윤 대통령은 MBC가 잘못 보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이 맞는다면, MBC는 허위 보도를 한 것이다. 언론은 거짓을 보도할 자유가 있는가? 자유주의 정치사상에서 표현의 자유는 누구도 침해하지 못하는 기본권에 해당한다. 설혹 그것이 잘못된 내용일지라도 규제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은 참과 거짓이 공론장에서 다투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게 해야 진실과 참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거짓 보도라 할지라도 그것을 막는 행위는 진실과 참의 발견을 방해하는 것이다.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는 표현의 자유를 불가침의 기본적 권리로 본다. 롤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삶은 각자 다르다고 보았다. 따라서 무엇이 좋은 것인지 본인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거짓된 말이라도 못하게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미국의 대법원 판례는 선동적 명예훼손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 외에는 그 해악을 막을 수 없거나 체제 자체가 위험에 빠질 경우에 한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와 제한을 인정한다. 깜깜한 극장 안에서 누군가 거짓으로 “불이야”라고 외쳐 모두가 큰 혼란에 빠질 정도로 사안이 다급해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인정된다.

 

 


손영준 국민대 교수 미디어학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MBC PD수첩 보도에는 허위사실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그러나 잘못된 보도가 다른 보도를 통해 정정할 기회가 있다고 보고 제작진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였다.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도 표현의 자유를 통해 조목조목 근거를 가지고 대응할 자유가 있다. 보도가 불편하다고 해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은 그것이 비록 간접적인 것이라도 좋지 않은 선례이다. 앞으로 임의적인 취재 제한이 있을지 모른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다. 정부의 권력 행사는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통해 견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언론의 자유는 시민의 자유와 무관한가 하는 점이다. 이번 경우처럼 언론 자유는 MBC 구성원의 표현의 자유 충족으로 완성되는가의 문제이다. 공영방송 MBC는 제작, 보도, 편성에서 외부의 압력에 간섭받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 취사선택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 못지않게 시청자의 자유도 존중되어야 한다. 시청자의 자유는 여러 견해를 비교, 검토, 선택할 자유이다. 생각의 범위를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자유로운 것이다. 식당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손님이 정하는 것이 자유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늘 짜장면만 내놓는 것은 공영방송의 도리가 아니다. 나아가 대안 선택에서 왜곡된 정보가 없어야 시민은 자유롭다.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시청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것은 자유의 침해이다. 언론 보도가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사실 관계를 더 단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관계를 임의적, 자의적으로 바꿀 자유는 없기 때문이다. 진실은 발견하는 것이지, 발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은 언론의 자유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가짜뉴스를 잡기 위해 언론 자유를 규제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동시에 언론 자유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지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 문재인정부 때 우리의 공영방송은 스스로 사회적 선을 규정하고 그것에 부합하는 행위를 자유라고 하였다. 윤석열정부에서는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두루 보장하면서 시청자의 선택의 자유가 간섭받지 않는지 동시에 살펴야 한다.


손영준 국민대 교수 미디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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