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서재

Episode 10. 이창현 교수님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부)
조영문 11.04.22 조회수 23479

 





나에게 서재는 그린하우스이다
저의 서재는 그린하우스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린하우스라는 말 그대로 푸른 나무와 풀들이 많은 초록의 연구실이라는 뜻도 있고, 사상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온실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저는 그린하우스 서재에서 회색사회를 녹색으로 바꾸고, 특히 국민대학을 녹색 캠퍼스를 만드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방안을 가꾸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책을 읽으면서 사회와 자연과 소통하는 방식을 찾고자 노력해왔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교수와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녹색사회를 위한 소통의 방식을 인큐베이팅하는 장소로서 서재를 이용해왔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서 서재는 초록색의 그린 하우스입니다.

사람과 자연과 소통하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80년대 암울한 세상 속에서 제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교육받아왔던 가치와 인식을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시킨 책이 있었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과 송건호 선생님 등이 지은 ‘해방 전후사의 인식’인데요. 당시에는 권위주의체제였던 전두환 대통령시절이었기에 이 두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대안적 시선을 제공했고, 대안적 문화운동에 참여하게 된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요즘에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서 인간문명과 자연환경에 대해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성찰을 하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서양에 의해 만들어진 동양에 대한 편파적 인식을 고발하고 그리고 DDT로 파괴되는 자연환경을 고발하는 저자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을 보면서 ‘기후변화로 문명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산업사회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앨 고어와 같은 지식인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런 책과 영화는 저에게 현대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하고 바라봐야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고전으로 소통하라. 시간을 뛰어넘는 지적 대화의 멋
책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한 매체입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공자, 맹자의 사상을 이해하고 또 예수님의 행적을 제자들이 기록한 성경이라는 책을 통해 예수님의 사상과 소통합니다. 또 고대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현대의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케인즈 등과 책을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책은 시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매체입니다. 저자의 현실인식과 고민을 그대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 만든 최고의 매체입니다. 그러나 고전이라는 텍스트를 읽음에 있어서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콘텍스트를 잘 고려해야할 것입니다. 고전은 과거의 콘텍스트에서 만들어진 텍스트이므로, 그 고전을 현재의 콘텍스트에서 재해석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야만 고전이 생명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여 대화하듯이 읽어야 할 것입니다. 책은 고전의 저자와 현재의 독자가 대화하기 위한 매체일 뿐입니다. 책읽기가 저자와 독자의 쌍방향적 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베스트셀러도 함께 읽어야 하겠지요. 고전과 현재의 베스트셀러를 상호 보완해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시공간을 뛰어넘어 소통의 범위가 한층 넓어진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책 속의 사회 환경과 호흡을 같이하라
저는 책을 읽을 때 가급적 책 내용과 관련된 공간을 떠올리며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도서관 근처 계곡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아서 침묵의 봄을 다시 읽었던 생각이 나는데요, 자연과 소통하려면 맑은 물이 흐르는 산 속의 계곡에서 자연과 호흡을 같이하며 책을 접하는 것이 보다 의미가 깊다는 것이지요. 우리 학교 명원민속관 한옥 대청마루에서 책을 읽거나 그곳에서 콜로퀴엄을 할 때, 일반건물과는 다른 맛이 느껴집니다. 저는 평소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곳에 가보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1인 시위를 하는 광화문 광장, 서울시 광장, 청와대 공원과 같이 사회적으로 갈등이 빚어지는 현장을 따라가서 직접 눈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책의 내용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할 뿐더러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를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위험사회에 대한 책을 보면서 용산사태의 현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에 대한 77인 선언도 참여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위험사회의 의미가 더욱 뜻 깊어집니다.



이창현 소통연구소
서재에는 이창현 소통연구소라는 푯말이 붙어 있습니다. 연구주제가 소통이니, 서재 이름도 그렇게 붙이면 좋을 것 같아서 지어보았습니다. 글씨는 민중예술가인 임옥상 화백이 직접 써주셨는데요, 요즘은 임화백과 함께 소셜큐레이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예술적 잡얼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생명체와 소통하지 않으면 인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와 소통하고, 자연과 소통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에도 단순히 일방적으로 저자의 목소리를 소용하기 보다는, 보다 진전된 자세로 ‘저자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런 생각은 우리 사회에 부합되는 것일까?’ ‘지금 저자가 살았더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와 같은 질문을 하면서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서가 일방적 소통이 아닌 저자와의 대화, 즉 쌍방적 소통의 의미를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변하지만 콘텐츠는 사라지지 않는다
책이라는 텍스트는 사회적 맥락 속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책이라는 매체 자체보다는 그 속에 담겨있는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저는 인류사회에 중요한 콘텐츠가 많은데 책이라는 매체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만들어 놓은 최고의 정수가 현재 책에 담겨있고, 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유산을 전수할 수 없는 것이지요. 과거에는 파피루스로, 양피지로, 창호지로 책을 만들기도 하였고, 요즘에는 아이패드를 통해 접하는 e-book 등이 나오는 등 매체의 형식을 달라지지만, 인류가 만들어 놓은 책속의 콘텐츠는 지속가능할 것입니다. 그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사회적 소통을 위한 디자이너
저는 지금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면서 제 스스로 사회적 소통을 원활하기 위한 디자이너(social communication designer)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 소통이 되지 않는 곳이 어디인지 발 빠르게 달려가 진단하고 해결해주고 싶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은 소통의 매체는 많지만 소외받고 있는 계층에게는 소통의 매체가 별로 없습니다. 소통이 없으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고, 사회적 불만이 많아지기 때문에 소통의 불균형 구조를 개선해야할 것입니다. 사회의 문제는 결국 소통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소통구조를 개선해야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문제를 접하면서 위험에 대한 사회적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험에 직면한 국민들은 불안해하지만 정부는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들에게 객관적 사실조차 은폐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진정한 사회적 소통이 아닙니다. 위험사회일수록 사회적 소통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 사이드 ㅣ 역 : 박홍규 ㅣ 교보문고 ㅣ 2007 | 성곡도서관 링크

유럽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동방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게 한 책입니다. 서양은 정상이고 문명이며 발전한 반면 동양은 비정상이고 미개하며 발전하지 않았다는 유럽이 가진 이분법적인 사고를 알 수 있습니다. 비단 학문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종교, 언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그러한 사고가 넘쳐나고 있는데 오리엔탈리즘을 공부함으로써 서구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 알 수 있었습니다.
 
위험사회
올리히 벡 ㅣ 새물결 ㅣ 2006 | 성곡도서관 링크

컴퓨터 네트워크 전문가인 바라바시 교수가 집필한 책으로 컴퓨터 사이의 일대일 데이터 통신이 확대되어 다자간 네트워크로 확대되었을 때 발생하는 복잡계의 특성을 설명한 책입니다. 이 책은 네트워크 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냈으며,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질병의 전파, 정보의 확산, 생명체 활동, 신경망, 암, 국제 금융위기 등 수많은 분야에 네트워크 이론을 전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위해서 널리 읽히고 있는 책입니다.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 김은령 ㅣ 에코리브르 ㅣ 2002 | 성곡도서관 링크

환경파괴의 모습을 처절하게 고발해 충격적이면서도 인상 깊었던 책입니다. 우리 사회가 환경에 대한 고려를 지나치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생명을 파괴하면서 우리 인간들의 욕심만 추구하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 책은 제가 환경운동을 하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된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송건호 외 ㅣ 한길사 ㅣ 2004 | 성곡도서관 링크

해방이후 분단으로까지 가는 과정들을 그린 책으로 남한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체제의 정당성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발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80년대 냉전시대를 살고 있던 고등학생의 저에게, 대한민국의 현실을 다른 면에서 고찰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뜻 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