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서재

Episode 18. 목진휴 교수님 (사회과학대학 행정정책학부)
조영문 11.09.30 조회수 2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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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이야기 Title Bar

나에게 서재는 바다다

거꾸로 생각했습니다. '나의 서재는 무엇인가' 하고 질문 했더니 답이 나오지 않았죠.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하고 질문을 던져봤어요. 그에 '나는 돌고래다' 하는 답이 나왔습니다.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듯한 이 연구실을 보면 알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형식파괴를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이처럼 연구실 배치를 6개월에 한 번씩 바꿔요. 생각이 좌충우돌이지요. 돌고래 역시 그렇죠? 그러다보니 서재는 결국 제게 '바다'가 될 수밖에 없더군요. 서재는 무한정 펼쳐져 있는 곳이라, 저는 돌고래처럼 헤엄쳐 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어요. 그게 없으면 또 사정없이 멀리 가야하기도 합니다. 나의 서재는 조그마한 바다에 불과하고, 학교도서관은 큰 바다, 국회도서관은 더 넓은 바다, 미국의회도서관은 태평양과 같습니다. 이제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나, 돌고래가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서재는 연구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온 세상에 펼쳐져 있는 것이죠. 나, 돌고래는 이제는 더 멋진 유형을 할 수가 있습니다. 바다가 잔잔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서재에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때문에 찾고 싶어 했던 것들은 쉽게 발견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훨씬 더 부지런한 돌고래가 되어야 합니다. 서재, 바다 속 어딘가에는 분명히 그것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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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살아오는데 보이지 않게 영향을 줬던 책이 무엇일까?' 한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조나단 리빙스턴의 갈매기의 꿈. 기회와 희망, 꿈에 대한 것이었죠. 최근에 나온 책 중에 '연금술사'에 보면 산티에고라는 목동이 꿈을 찾아 가는 것이 나오죠. 그 책을 읽다보니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갈매기의 꿈'과는 사십년 차이가 있는데 내용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어요. 결국 자기 스스로 알 수도, 혹은 모를 수도 있지만 인생이란 것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서 가는 것이고 그 세계에는 희망, 위기, 갈등, 실망, 절망 모든 게 섞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에 도전합니다. 지금도 야구를 구경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하는 것처럼. 제가 나이가 많아서 어떻게 야구를 하느냐, 고들 말리지만, 다 해내는 방식이 있습니다.

대학 다니던 때의 책들도 생각이 납니다. 1970년도 초반이었죠. 민주화의 과정 등,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던 시대입니다. 최인훈이 쓴 '광장',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같은 소설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죠. 그 책들은 저로 하여금 그 이후에까지도 올바른 사회가 무엇인지, 공동체를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공동체는 개인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에 대해 생각을 갖도록 했습니다. 그 책들 때문에 이렇게 살아간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냥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부분 영향을 준 것은 명백한 사실이죠.

첫 열 페이지와 마지막 열 페이지

저는 책을 아주 빨리 읽습니다. 그 방법은 어떤 책이건 똑같습니다. 먼저, 책의 첫 열 페이지 정도를 굉장히 열심히 읽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일 뒤쪽의 열 페이지를 읽지요. 도입부를 읽고 결론 부를 읽은 다음에야 본론으로 돌아가는 셈입니다. 이러면 두 배정도 빨리 읽을 수 있어요. 먼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확인하고 결론이 뭔가를 확인합니다. 그런 다음 내용을 보면 '아 그렇구나'하고 쉽게 풀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전체에 대한 맥락을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죠. 저는 책을 읽는 목적을 책이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찾는데 에 둡니다. 그래서 세세한 것은 제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하죠.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일주일에 열권 씩 읽어야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교수님들도 다 읽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저는 다 읽어가서 모두를 놀라게 했죠. 사실 저만의 방식으로 읽어갔는데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책 각각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였습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전문서적의 요약본을 먼저 구해보는 습관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전체맥락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지식을 미리 갖고 실제 읽을 때 메시지를 찾아가게 되지요. 내용적으로 보다 충실성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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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에게 이야기 해 주기 위해 책을 읽다.

책을 읽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줘야지, 하며 읽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알고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죠. 그래서 책이 출판되면 먼저 빨리 읽어보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나를 살찌우고 나의 양식을 얻는 건 기본입니다. 그런데 저는 스스로 얻은 그 양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내가 필요한 것 위주로 읽기 보다는 나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이들이 무엇을 원할까 생각하는 거죠. 최근에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국가의 조건을 읽었습니다. 사실 내용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를 할 때 내가 ABC라고 말하는 것보다 잘 알려져 있는 후쿠야마라는 학자가 ABC라고 하더라고 인용을 하면, 그래서 내 얘기가 그의 것과 비슷하더라 하면, 이야기는 더 강하게 전달되니까요.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첫 번째 대상이 바로 학생들인데, 이처럼 어떻게 전달해야 가장 효과적일까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강연, 방송 등의 경우에도 내 양식을 전달해 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면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내가 스스로 몰라서 책을 읽는 것도 있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아들, 딸에게 해 줄 수 없을까? 내가 먼저 읽어보고 저 친구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야지, 가 바로 제가 책을 읽는 더 큰 동기라 할 수 있지요.

정책학, 건강한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학문

개인, 공동체가 살아가는 데에는 항상 '일'이 발생한다. 어떤 일은 평창올림픽 유치처럼 개인이나 공동체를 즐겁고 보람되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어떤 일들은 매우 힘들고 불편하게 하는 수가 있지요. 공동체는 공동체와, 구성원들을 위해 그런 문제를 불편한 문제로부터 최소한 불편하지 않은 문제로 바꿔줘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그런 행위를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서 하는 일이라고 보죠. 예를 들어 시장에 갔는데 값이 비싸 물건을 못 산다는 것은 불편한 일입니다. 이 때 정부가 물가를 단속하고 낮춰주려고 하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세금이란 수단을 통해 그런 일을 국가가 하도록 허용해주는 것이죠. 그것이 다 정책입니다. 그런데 정책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정책은 정부가 만들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되죠. 그를 위해 정부를 꾸려가는 공무원들이 문제를 잘 알아채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적용, 해결하는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국민들이 정부와 정책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국민들은 과연 국가가 정부가 불편한 것들을 올바르게 해결하는지를 감시감독하고, 정책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집행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책에 대해 공부를 해보아야 합니다. 정책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해보면 왜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그렇게 행동을 하는지, 사회가 굴러가고 꾸려져가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고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와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도록 만들어주며, 감시감독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학문입니다. 건강한 시민들이 반드시 공부해야하는 학문이지요. 정책학에 대한 교재는 아주 많이 나와 있습니다. 사실 정책학 교재라는 것은 사회현상에 대한 모든 학문적 노력이기에 접근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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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꿈

한 3-4년 쯤 전에 한 교수님이 갑자기 폐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백방으로 병원을 다녀보아도 같은 진단이었죠. 그래서 찾아뵈었는데 그에게서 삶에 대한 애착, 그리고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그때 제가 마침 읽었던 책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었어요. 모리라고 하는 죽어가는 사람이 젊은 사람과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 소소한 이야기, 후회되는 이야기 등 삶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죠. 제가 그 책을 드렸고 그 분께서 읽어보시고는 삶을 마감하는 직전에 읽는 책으로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기적처럼 그분이 말기 암으로부터 회복하셨어요. 어쩌면 그분은 지금 이 책과 유사한 내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해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앞에서 말했던 갈매기의 꿈과 연금술에서처럼 역시 삶은 자신의 찾아가는 과정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그렇다면 내가 못 해본 것은 무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대학에서 가르치고, 가정도 꾸리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내가 못해본 것이라……. 세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첫째는 목공. 특히 사람을 가장 편하게 해주는 의자를 여러 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연금과 닮은 작업이라고 느끼기도 하고요. 둘째는 도장을 더 많이 파야겠다는 것이었죠. 예전부터 저는 도장을 직접 파서 씁니다. 화가 날 때, 스스로가 무언가를 잘 못했을 때,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할 때, 칼을 꺼내서 도장을 파왔어요. 그렇게 계속 실력을 늘리고 싶습니다. 세 번째는 기타를 잘 배워서 정년퇴직할 때 학생들 앞에서 두곡을 불러주고 싶다는 거죠. 이런 모든 것들이 예전부터 품어왔던 꿈의 연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꿈의 연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릴 적 읽었던 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생들의 시간은 25시간이다

대학생들의 시간은 25시간입니다. 한 시간 더 붙여주는 것은 자유라는 시간입니다. 요즘대학생들의 대학생활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대학생활 4년만큼 자유로운 시간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시간과 사고가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대학생들이 그것을 꼭 알면 좋겠습니다. 스물 네 시간 놀고 한 시간만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돌고래처럼 창조적으로 놀이 하라는 것이며, 생각과 행동을 자유롭게 하라는 것입니다. 대학 때 만이 실패라는 것이 정말 인생에서의 실패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며 경험해 볼 수 있는 자유를 즐기는 돌고래가 되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 인생의 책 Title Bar

 

 

추천 책 Cover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ㅣ 민중출판사 ㅣ2010년 | 성곡도서관 링크

원서로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번역본은 내용을 조종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내용이 매우 외설적이기도, 혹은 폭력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장 논란에 휩싸였던 책 중의 하나입니다. 1950년대 자유로운 미국에서 마저 금서가 되었었죠. 하지만 이 젊은이들의 방황에 대한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생각해볼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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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hiavelli, Niccolo/ Lynch, Christopher (TRN) ㅣ Univ of Chicago Pr ㅣ 2003년

사회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마케벨리의 전쟁의 미학을 읽어봤으면 합니다. 우리는 마케벨리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죠. 민주에는 개인, 공화에는 공동체의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마케벨리는 공동체를 생각한 것이죠. 마케벨리를 비난하기 전에 미리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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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 ㅣ 이무열 ㅣ 21세기북스ㅣ 2005년 | 성곡도서관 링크

'깜짝' 이라는 뜻이죠? 직관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직관의 의미를 좋은 측면과 좋지 않은 측면에서 이야기해 봅니다. 새로운 접근이 흥미로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