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조형인 인터뷰
“너무 뚜렷한 목표는 조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난 엠디가 될 거니까 디자인이나 옷 만드는 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한다면 여러 경험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먼저 지금 맡고 계신 직무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주식회사 제이케이앤디의 대표 겸 창립자인 조나단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에는 현재 ‘Thisisneverthat(디스이즈네버댓)(이하 ‘디네댓’)’과 ‘yeseyesee(예스아이씨)’ 그리고 ‘khakis(카키스)’,’sunlove(썬러브)’ 등의 브랜드가 속해있습니다.
제이케이앤디는 세 명의 대표로 이뤄져 있습니다. 먼저 박인욱 대표님은 디자인팀, 최종규 대표님은 생산, 마케팅 및 매장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저는 세무, 회계, 인사, md팀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각 분야별로 분업화되어 업무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부러 처음부터 분업화 된 업무 방식을 목적으로 하시고 나누신 건가요?
창립 초기에는 세 명이 모두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견을 합치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고,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성향에 맡게 업무가 나뉘게 되었습니다.
현재 맡고 계신 일을 하시게 되시기까지 경험해보신 직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9월에 학부 졸업패션쇼를 진행하고 그해 12월에 바로 사업자 등록증을 내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학교 과실에서 브랜드 창업을 시작하였고 이후에 바로 서울 창작 스튜디오에 들어가게 되어 다른 직무에 대한 경험은 없습니다.
선배님께서 디자인팀에 대해서 디자인적으로나 혹은 디자이너로서 요구하는 가치나 특별한 태도 등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내 디자이너들에게 ‘옷은 내가 팔 테니 자유롭게 디자인해라’라고 합니다. 다른 회사 같은 경우에는 품평회를 통해 디자인을 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 회사는 다르게 운영됩니다.
디자이너가 가져온 디자인을 없애는 방향보다는 수량을 조절합니다. 디자인 안에서 대중적인 디자인의 경우에는 수량을 많게, 개성이 강한 디자인이나 비교적으로 시장성이 없는 디자인이라고 판단되는 디자인은 수량을 줄여서 내보냅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디네댓의 창업과정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 창업자인 친구들과 저, 세 명이 3학년이 끝나고 같은 시기에 저는 미국으로 그리고 다른 대표 둘은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를 제외한 두 친구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제가 둘 다 도쿄에 있으니 만나보라고 소개를 시켜줬어요.
셋 다 옷을 좋아하다 보니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고, 저는 미국에서 디스퀘어드, 돌체앤가바나, 닐바렛과 같은 브랜드의 샘플 세일을 찾아다니면서 옷을 수집하는 동안 그 친구들은 일본에서의 로컬 브랜드의 많은 옷들을 접했고 셋이서 거의 매일 영상통화를 하면서 각자 옷을 소개하고 옷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해외에서 옷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고 ‘우리 일 년 뒤에 한국에서 만나서 함께 브랜드를 해보자‘라고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방학 중 학교에서 샘플을 직접 만들었고 당시 사진과였던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상품 사진을 찍었어요. 그 자료를 들고 에이랜드의 문을 두드렸고, 입점을 하게 되면서 브랜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새 시즌에 대한 성공도는 단순히 매출로 판단하기에는 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관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판단하시나요?
소비자의 반응보다는 회사 내부의 평가를 통해서 판단하려고 합니다. 저희 직원들은 저희 회사의 제품을 많이 입고 애정이 있다 보니 당연히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요. 그래서 매 시즌 수주회를 열면서 직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편입니다. 직원들의 호평이 소비자의 반응으로 이어지지만 그렇지는 않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면 그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무신사 랭킹시스템의 구조상 저희 같은 다품종 회사들의 많은 디자인들이 외면 받을 수도 있지만, 소위 말하는 ‘잘 팔리는’ 디자인만 하려고 했다면 저희 회사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로고 티셔츠 등으로 대중성을 잡고 콜라보하고 싶은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죠.
다양한 패션 커뮤니티에서 디네댓은 ‘타 도매스틱 브랜드와 비교하여 브랜딩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라는 평가가 다수 있었는데, 브랜딩 방면으로 특별히 신경쓰시는 점이 있으실까요?
저희는 옷 디자인만큼이나 옷이 노출되는 컨텐츠에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 포토 팀과 웹 팀으로 이뤄진 디지털 팀이 별도로 있어 사진 촬영이나 영상 같은 컨텐츠를 저희가 직접 만들어요. 외주 업체를 통해서 남의 손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직접 하려고 하다 보니 브랜드의 색을 더 잘 표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성복과 여성복, 하이패션과 대중문화 등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브랜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금 시대에서는 굳이 여성복, 남성복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지금까지 저희 스스로 ‘우리는 스트릿 브랜드야.’, ‘우리는 도매스틱 브랜드야’ 라고 자칭한 적은 없어요. 남성복을 해야겠다 라거나 뭘 해야겠다는 계산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 보다는 그냥 저희가 좋아하는 옷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기존에는 S, M, L 사이즈만 만들다가 XL 사이즈를 새로 만들기도 하고, 여성복 라인을 추가하기도 하고. 저희가 시장에서 어떤 이미지로 보여야지, 어떤 것을 선점해야지라는 목표를 가지고 계산적으로 디자인을 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회사에 ‘웰빙익스프레스’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처음 저는 디네댓과 전혀 다른 디자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과정에 새로운 후배들을 만나게 되면서 ‘웰빙익스프레스’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웰빙익스프레스에도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라고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엔 이런 걸 해봐’ 라는 제시를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디자인을 지원해줄게’ 라고 하는 편이에요. 시장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면서 색을 잃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 입니다.
요즘 국내 브랜드 중에서 눈여겨보고 계신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사실 없어요. 국내에서 새로 시작하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기존 브랜드 중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라고 하면 ‘비즈빔’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패션 매거진 <POPEYE-7월 호>에 디네댓이 소개되었고, 작년 시부야에도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하셨는데 일본 진출 과정에서 국내에서 브랜드를 전개하시는 방법과 차이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국내에서 브랜드가 성장한 과정에서는 사실 어느 정도의 운도 따랐던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가 일본 진출을 계획했을 때는 오로지 저희의 실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K-pop 열풍이나 한류 패션의 유행에 편승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하려고 했고 K-패션이 아닌 그냥 ‘디네댓’으로 진출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스트릿 브랜드 매장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 첫 매장을 오픈하게 됐고 동시에 일본 패션 문화 등과 접목을 하려는 시도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 도쿄 매장 지하에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갤러리를 만들 예정이에요. 이 공간에 일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싶어 하는 한국 브랜드를 선별해서 전시를 열거나 일본 신진 작가의 전시 등을 무료로 해주려고 해요. 성황리에 마무리가 되면 이후에 함께 콜라보를 해서 진행을 하게 될 수도 있고요.
학부를 졸업하신 후 부터 지금의 디네댓에 이르기까지 기억에 남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기뻤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창업을 하고 3년까지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회사는 돈을 벌어도 계속 재투자로 들어가야 하니까 월급으로 100만 원을 채 못 가져갔거든요. 그리고 학부 생활을 하면서 좋은 옷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 초기에는 마음에 드는 퀄리티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공장에서 나오는 옷들은 마감이 뛰어나게 좋을 수는 없으니까, 5년 차 정도까지는 저희가 직접 다 한 벌씩 실밥 제거하고 마감하고 폴리 백 포장을 하고, 새벽 3~4시까지 수만 장의 옷들을 직접 마감하고 포장했어요. 그리고 공정 이후의 옷이 세탁 등을 통해서 축이 틀어지는 것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저희가 일부러 두 사이즈 정도를 크게 해서 축을 다 잡고, 자체 워싱을 해서 이후에 옷을 빨아도 사이즈 변형이 없도록 이요. 그런 식으로 남들이 쉽게 알아채기 힘든 디테일까지 신경을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나는 가장 기뻤던 순간은 7년 전쯤 출시했던 풋볼 티가 인기를 크게 끌었을 때예요. 그 전년도 매출 대비 2배쯤 크게 늘고, 그게 유행의 시작이 되면서 다른 브랜드들에서도 풋볼 티를 내기 시작했거든요. ‘우리 제품이 이렇게까지나 잘 팔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사실 디네댓에 대한 재학생들의 질문 중 가장 많이 중복되어 받은 질문이 ‘디네댓’의 디자이너 채용 기준이었습니다. 디자이너 혹은 엠디 등 직원을 채용하실 때 유의 깊게 보시는 부분들이 있으시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디자인 팀 면접을 보지 않은지 꽤 되어 제가 면접 봤을 때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디네댓이라는 브랜드를 주제로 한 포트폴리오라면 반 정도는 패스를 시켰던 것 같아요. 사실 특정 브랜드를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지금 제이케이앤디 소속인 ‘Sunlove(썬러브)’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친구도 면접을 볼 때 되게 오래된 시즌의 디네댓 옷을 입고 왔었고 저희 브랜드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보여줬어요. 그만큼 회사 아카이브에 대한 깊은 이해도 있었고, 그래서 제가 면접 때 바로 합격을 시켰던 것 같아요. 굳이 저희 회사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어디서든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회사 이름만 바꿔서 여기저기 돌릴 수 있는 이력서가 아니라 그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성의를 가진 이력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의 추억이나 연애, 친구들과 노는 것처럼 세세한 추억들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런 것들을 다 챙기면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하려고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걸 통해서 크게 이뤄내고 싶은 게 있다면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점이 있는 것 같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작년 조형전 오프닝 행사로 ‘조형인 선정’이 있었는데요. 조형인으로 선정되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학교에 대해서 큰 애정을 가지고 있고, 존경스러운 학우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제가 선정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고 영광이었습니다.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졸업생으로서 느끼는 점이 있으신가요? 사회에서 바라보는 국민대 졸업생에 대한 인식이나 혹은 동문이 보는 국민대 동문에 대한 인상 등에 대해서 기억이 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졸업을 막 했을 당시에는 국민대는 좀 보수적이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저희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많은 국민대학교 동문 후배들을 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없어요. 다들 의지도 강하고 열정도 크고요.
특히 저희 직원 중에 홍지수라는 직원이 있는데 그 친구는 정말 잘하는 친구예요. 이 친구는 업무 이외에도 소통 능력과 인간관계에서 열정적이에요. 그러다 보니 다른 팀에서도 협조적으로 잘 도와주는 편이에요. 이런 면들은 학교생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조별 과제나 단체생활을 하면서 비협조적으로 임하는 것보다는 협조적으로 임했을 때 관계에서 소통 능력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학교 다니면서 그런 능력들을 신경 쓰고 기르려고 하는 것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재학생들에게 해주시고 싶으신 조언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옷 판매를 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직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의상디자인학과에 왔으니까 옷을 만들어야지라고만 생각했거든요. 만약 지금처럼 유튜브나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있었더라면 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엠디가 되어야지’라는 꿈을 가지고 시작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유튜브로 좋은 영상들도 있고 선배들한테도 많이 물어보고 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동시에 너무 뚜렷한 목표는 조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난 엠디가 될 거니까 디자인이나 옷 만드는 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한다면 여러 경험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선배들을 찾아가서 조언도 구해보고, 방학 때 회사에서 근무를 해보면서 어깨너머로 엠디가 하는 일은 뭔지,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경험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많이 알아봐야죠.
국민대 후배들은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다들 똑똑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길만 파려고 하는 것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을 더해서 더 많은 것들을 접해봤으면 좋겠어요.
귀중한 시간을 투자해주셔서 좋은 답변을 해주심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시면서 간단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했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후배들을 되게 좋아하기도 하고 또 많이 지원해 주고 싶거든요. 이런 식의 기회가 또 생겨서, 생기지 않더라도 후배들과 만나서 제가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원을 해주거나 조언을 해주거나 하는 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형인 : 조나단 ㈜제이케이앤디 대표
의상디자인학과 재학생 : 김지선, 김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