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조형인 인터뷰

“그런 경험들 덕분에 제가 업계에서 활동할 때 현장감, 구조감 같은 감각들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약사항이 있다는 것은 때때로 빠르게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세중, 한주원 대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07학번 김세중입니다. 안녕하세요. 한예종 08학번 한주원입니다. 스튜디오 COM을 한주원씨와 함께 운영 중입니다.

스튜디오 COM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튜디오 초기에는 다양한 소규모 전시 위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다가 프로젝트 “Artist Proof Shop” 이후로 상업 공간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프로젝트의 규모를 키워왔어요. 요즘은 전시에서 규모 있는 기업의 프로젝트까지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스튜디오는 초기부터 인테리어보다는 가구를 가지고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선호하였고 이에 맞춰 스타일을 확고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2년 정도에 한 번씩 전시를 꾸준하게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단체전(젊은 모색 2023)에 참여했고, 개인전을 하나 더 준비 중입니다. 워키토키 갤러리에서 전시를 진행하는데,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 전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오픈 예정인 오피스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생 시절 어떤 목표가 있었나요?

졸업할 때쯤 스스로 판단했을 때는 ‘대기업에 들어가면 좀 힘들 수도 있겠다.’ 혹은 ‘ 잘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 혼자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주변에서는 대기업이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했고 또 단체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흔히 표현하는 독립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있었습니다.
철학적, 건축적 공간 등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가구 디자인 수업에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인테리어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졸업 후 이것저것 하면서 1년 정도 보낸 것 같아요. 그때쯤 양혜규 스튜디오에서 사람을 뽑는 데 지원하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일하면서 집에서 혼자 가구 디자인도 하고 전시 공간디자인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주원 씨를 알게 되고 주원 씨에게 먼저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주원 씨가 정말 멋진 작품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5~6개월 정도 양혜규 스튜디오 일과 주원 씨와의 일을 병행하다가 그 후에 주원 씨와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선배님의 학부생 시절은 어떠셨나요?

저는 그냥 학교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학점이 엄청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성격은 학창 시절보다 지금 더 내성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학부생 시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학부생 시절에는 별생각 없이 다녔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엠티나 친구들과 노는 것이 그저 재밌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골라보자면 1학년 때 배웠던 프로그램들을 지금도 잘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캐드나 3D툴로 먹고사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열심히 배울 걸 하는 후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른 과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많았고, 다양한 수업을 들으면서 시야를 넓힌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COM의 초기 작품들 중 합판을 많이 사용한 계기가 있을까요?

그때는 졸업 직후의 상태였고, 믿고 맡겨주는 클라이언트도 저희랑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재밌는 기획이나 전시는 해보고 싶은데 영리 활동은 아니다 보니까 주어진 예산안에서 만들어야 했어요.
합판은 목공을 전문으로 배우지 않아도 CNC로 잘라서 쉽게 제작할 수 있고, 같은 수종이라도 무늬가 다양하다는 합판만의 특징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기도 좋았기 때문에 주로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작품이 중심적인 COM만의 것이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하게 잡고 가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희는 평소에 단순히 자재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합니다. 그 후에 과하게 디자인된 것들은 다 버리고, 정리하면서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세세한 자재 간의 비율과 같이 디테일한 부분들을 많이 살피는 편입니다. 그런 디테일들은 저희가 디자인을 진행한 하이브 오피스나 맹그로브의 조명을 보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냥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은 싫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다 소거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COM만의 디자인인 것 같아요.

디자인을 할 때 꼼꼼하신 성격이라고 들었습니다. 일하실 때 어떠신지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디자인 과정, 스케치 등은 즉흥적일 수밖에 없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오버 워킹, 야근을 되게 싫어하거든요. 그걸 피하려고 계획을 먼저 세우는 편입니다. 계획이라는 게 잘 지켜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큰 틀 안에서 계획을 세워놔야지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에 처음 시작할 때 큰 틀에서의 계획을 세우고 시작합니다.

학생 관점에서 핀터레스트, 아키데일리 등을 참고하는 것에 관한 생각은 어떤가요?

저희는 핀터레스트는 전혀 참고하지 않는 편입니다. 모든 자료의 출처가 불분명하기도 하고요. 아키데일리는 어쩌다 한 번씩 들어가 보기는 합니다. 확실히 누가 했고 어디에 했고 이런 정보가 많이 들어있잖아요. 핀터레스트에 있는 자료들은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시야가 생기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처럼 출처 없이 이미지만 있는 정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좋은 자료란, 나의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료를 볼 때의 기준이 분명히 내 마음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준 없이 핀터레스트를 보면 헤매기만 하고, 프로젝트에 맞는 참고 자료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누가 더 세련된 이미지를 찾냐 수준에서 멈춘다고 봅니다.

다양한 제약 속에서 디자인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학부생 시절에는 싼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예쁘게 표현할지 고민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물성에 관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싼 각목 같은 것들은 휘어 있기도 하고, 흔들거리기도 하는데, 그런 재료를 직접 써보면서 어떻게 구조를 짜야 안정적인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 덕분에 제가 업계에서 활동할 때 현장감, 구조감 같은 감각들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약사항이 있다는 것은 때때로 빠르게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작업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따로 어떤 것을 보고 작업을 하려고 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이미지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항상 어떤 이미지라도 비판적인 사고로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동종 업계에서 영감을 안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음악이나 분위기를 묘사하려고 노력할 때도 있어요.

자신의 디자인에 확신이 드시나요?

확신이 들 때가 종종 있고요. 결과물에 대한 확신이라기보다는 과정 속에서 방향에 대한 확신이 들 때가 드물게 있습니다. 하지만 확신이 들어도 의심을 해봐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좋은 동료가 필요합니다.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조언을 빨리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러니 믿을 수 있는 동료에게 조언을 얻어야겠죠? 조언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이성적으로 포용해야 하는 것 같아요.

디자인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진행 시키시나요?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있을 때 그런 것들이 충족되면 확신이 드는 것 같아요. 결국 최고는 클라이언트가 통과시키는 디자인인 것 같아요. 퇴근시켜주는 디자인이죠. 클라이언트의 선택을 믿고 끝까지 끈기 있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경험에서부터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레스토랑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요. 디자인한 매장에 가면 기분 좋더라고요. 엄청난 럭셔리 호텔 해보고 싶습니다.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태도가 있나요?

저희가 서로 좋아하는 것들은 다르지만 싫어하는 것들은 같아요. 이런 부정적인 것들이 저희 작업의 방향을 잡아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작업은 졸업 사진처럼 10년 20년 뒤에 봤을 때 부끄러움이 느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유행하거나 남들이 하는 것들은 피하려고 합니다. 소재 혹은 양식에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콘텐츠마다 그에 맞는 형태가 있다고 믿어요. 남다른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잊힌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쓸 수 있는 소재로 그런 형태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고, 조각가 같은 마음으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유행, 형식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 같아요.

졸업생으로서 느끼는 점이나 사회에서 조형대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처음 우리 작업에 관심을 둔 기자 분도 우리 과 선배였고, 포트폴리오 사진 촬영해주시는 분도 알고 보니 동문이었어요. 아직도 연락하는 선배는 작업적으로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의지가 됩니다. 동문이라서, 후배라서 도와주시는 건 아니고, 서로 같이 시작하는 입장에서 서로서로 도우면서 잘 맞는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것 같아요.

최근 COM 인스타그램이 활성화되고 있어요. 따로 이유가 있을까요?

A. 인스타그램이 근황이나 유행에 있어서 그 분야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어요. 다들 인스타그램으로 정보를 나누니까 팔로워를 좀 늘려볼까 하는 마음도 있고, 인스타로 채용 공고를 올릴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홈페이지에만 올리면 아무도 안 볼 테니까요. 그래서 인스타를 신경 써서 올리고 있습니다.

공간디자이너가 추구해야 할 가치나 태도가 있나요?

공간디자인이라는 표현이나 인테리어라는 말이 한국에서 많이 오염되었다고 생각해요. 항상 호감인 디자인을 해내야 하고 클라이언트가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결론적으로는 호감이고, 잘 팔리는 디자인을 해야 하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 같아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합니다. 모든 그룹이 봤을 때도 괜찮다고 할 만한 것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COM의 채용 기준이 있나요?

이것 하나는 정확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기준은 없습니다. 그때그때 회사 안에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뽑아요. 스튜디오 입사는 100% 운이라고 생각해요.
포트폴리오는 성실함이 보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사진도 성실함이 보이는 사진이 좋을 것 같아요. 카페에서 멋 부리고 찍은 프로필 사진은 사양입니다. (웃음)

오늘 아침 출근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합니다.

저는 뉴진스 들었습니다.
93.1 FM 클래식 들었습니다.

화목한 분위기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소규모 인원이 비결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재학생들에게,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라.” 성실하게 하는 것이 기본인 듯싶습니다.

조형인 : 김세중, 한주원 대표, 스튜디오 COM

공간디자인학과 재학생 : 현지수, 모세은, 조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