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이준석의 능력과 우연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박채원 23.11.21 조회수 110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행보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대선 직전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되어 2030 세대의 보수정당 지지율을 극대화하면서 0.73%포인트 차이의 박빙 승부를 이끌었다. 그러나 대선 때는 물론, 이후의 정치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결국 대표직에서 사실상 축출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정치적 감각은 뛰어나지만 겸손할 줄 몰라 대부분의 당내 인사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직선적 비난을 일삼아 스스로 정치적 외톨이가 되었다.


1985년생 이준석은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컴퓨터과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26세이던 2011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청년 몫의 비대위원으로 발탁되어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세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서울노원구 병 지역구에서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타고난 정치 감각과 입심, 순발력을 바탕으로 방송가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하다가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 36세의 나이에 보수 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을 비롯한 당 중진들과 끝없는 갈등을 보이다가, 2022년 7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성 접대 의혹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와 관련한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로 우여곡절 끝에 대표직을 상실했고 당은 주호영 비대위를 거쳐 현 김기현 대표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준석의 경력을 상세히 소개한 이유는 그의 정치 역정에서 능력과 우연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 과학고나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를 졸업하고 하버드나 예일대 등 명문 대학을 졸업한 청년 인재는 한둘이 아니다. 그들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오직 이준석만이 박근혜 비대위를 통해 정계에 발탁된 것은 능력보다 우연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누가 추천했느냐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아버지의 인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역시 우연이다.


이후의 세 차례 선거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모두 패했고, 36세에 나선 당 대표 선거에서 유일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크게 보면 그의 승리는 능력과 노력의 성과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당시 이준석이 선택된 이유는 기성 정치에 질린 국민과 당원의 바꿔 보자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그의 후보직 출마는 능력과 의지에 의한 것이지만 그가 선택된 것은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따른 우연이었다.


당 대표로서 이준석은 젊은 패기와 좋은 머리,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십분 발휘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을 주머니 속의 공깃돌 다루듯 했고, 그것이 후보와 대표의 갈등으로 나타나 대선에 기여한 것만큼이나 표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평당원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이준석은 특유의 입심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대통령과 주변인들의 이준석 배척도 잘한 것이 없지만 그에 저항하는 이 대표도 항상 갈등과 교만을 안고 다니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최근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공개된 청중 앞에서 Mr. Linton이라 부르며 영어로 대화한 것이다. 4대에 걸쳐 한국을 도운 인요한 박사에게 영어로 말한 것은 사실상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취지였음을 모를 리 없었다. 정치가 오죽했으면 파란 눈의 한국인을 선택해 혁신위원장까지 맡겼을까.


그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하지는 못할망정 잘못을 지적받으면 사과하면 될 텐데 이준석은 그 흔한 '사과'를 모른다. 그만큼 자신만이 옳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어진 안철수 의원과의 식당에서의 해프닝도 그의 교만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 의원이 바로 옆방에서 식사하면서 이준석을 비난한 것이 결코 잘한 일이라 할 수는 없지만, 나라님도 없는 곳에서는 욕하는데 이준석을 비난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는 것인가.


이준석은 김종인 박사나 금태섭 전 의원, 이상민 의원 등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과 만나면서 제3지대 진출을 위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개인적 영달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결단이라는 명분이 있는가의 여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 왔듯 그의 정치 역정의 성공 여부는 능력보다 우연에 달려 있다. '교만하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본다'(慢招損, 謙受益)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