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서재

Episode 06. 이광택 교수님 (법과대학 법학부)
조영문 11.02.16 조회수 24713

 





서재는 ‘광산’이고 나는 ‘광부’이다
나는 기꺼이 나의 서재를 광산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저는 광부가 되겠죠. 귀한 보물을 찾기 위해 광산을 수백, 수천 미터를 캐어 원광을 찾고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아주 작은 보석을 얻게 됩니다. 우리가 하는 공부와 연구는 그런 작업입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진실, 진리, 새로운 것을 찾으며 기쁨과 큰 재미를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요합니다. 수많은 서적들을 읽고 고심하고 노력해야 비로소 조그마한 1, 2g의 귀중한 보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재를 광산으로, 저를 광산의 광부라고 비유하고 싶습니다.

나만의 서재 분류 방식과 소장 권수
체계적으로 정확히 분류한다면야 십진법에 따라야겠지만 저는 전공을 법학 중에서도 노동법, 사회법을 중점으로 하고 있기에 그 안에서 나름대로 분류를 둡니다. 주로 외국 도서로 일본, 독일, 미국법 서적들을 분류하고 국내서적으로 구별한 것은 정부 출연기관에서 발행된 연구 보고서들입니다. 가운데에는 교과서, 학술지, 각종 현안, 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 한문 등 각종 사전류들을 모아두고 있습니다. 바깥 서재에는 각국의 정보들, 유학 시절 사용한 자료 등을 따로 분류하고 거실 서가에는 가족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교양서적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연구실, 서재, 제가 활동하는 NGO 사무실의 서적을 다 합치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만 여권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최근에는 권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들을 온라인과 시디 등으로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장서 수를 늘리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법학으로 이어진 세계 문호들의 글
소년 시절에 많은 교양서적들을 읽었습니다. 그때는 삼국지를 읽지 않으면 얘기를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교양서적을 중시했습니다. 단편문학 전집을 100권은 읽어야 했고 톨스토이, 펄 벅, 도스토예프스키 등 세계 문호의 문학들도 많이 읽었습니다. 상상력에 많은 도움이 된 그리스 로마 신화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보면 소년 시절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책들을 읽고 자라며 점점 사회 정의에 대한 믿음 등이 싹 텄고 그런 생각이 이어져 법학으로 닿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당시,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의 문호 전기를 본 분들이 법학을 많이 전공했습니다. 신학, 철학, 의학, 법학을 대학의 사강이라고 불렀는데 그때는 사회과학의 전반을 법학이라는 개념 속에서 보았습니다. 19세기에 대학을 다녔다면 법학을 공부한 것이다, 라고 많이 표현했었죠.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도 법학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었죠. 그래서 법학을 선택함에 주저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법학을 선택하면서, 법학이 현실적인 학문이라 문학적 상상력이 조금 빼앗긴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교양도서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세계적인 문학 작품 등을 통해 보편적인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품들을 보면 그것을 읽고 그들과 우리와의 관련성을 생각하게 되고 카프카를 보면 체코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도 똑같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문화의 공감을 느끼면서 이런 사고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같이 할 수 있는 거라는 보편적인 인식을 하게 된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러 가지 좋은 도서와 우리나라 위인전, 특히 백범 선생의 기록들과 직접 쓰신 백범일지는 감동의 정수를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애국심과 용기가 무엇인지 알고, 살아가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보지 못하는 아들들에게 쓴 글이지만 그 글이 주는 용기와 감동은 세계 문학 못지않습니다. 그러한 책들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도움을 주고 지표가 되었습니다.



교양도서, 인격의 수양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쓰신 글귀입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즉 독서를 하지 않으면 사람이 거칠어진다는 뜻이겠죠. 교양을 매일 쌓고 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인생을 공유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경험입니다. 이런 것은 책을 통해 알게 되기 때문에 보통 무식하다고 하는 것은 교양이 없다는 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그렇지 않겠죠. 분명 사용하는 언어도 다를 겁니다. 배운 대로 살게 되기 때문에 말로 인해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듣거나 하지 않을 겁니다. 교양 있는 언어를 쓰게 되죠. 독서를 많이 하는 분들 중에 시국사범으로 감옥을 오래 가신 분들은 교양이 아주 높습니다. 그런 고생을 하고서도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들이 많죠. 책을 통한 수련, 수양이 눈에 돋보이는 것입니다.

좋은 책의 기준
보편적인 가치를 제공해주는 책입니다. 우리의 관심을 끌려면 어떤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언론, 저널리즘이라는 것은 색다르고 특별한 것을 추구합니다.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가 물었다는 것은 뉴스가 됩니다. 저널리즘의 역할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독서를 한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그런 한계까지도 포함해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고 그런 것을 다루는 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옳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옳고 과거에도 옳았다면 미래에도 옳아야 합니다. 교양을 쌓는다고 할 때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동일하다는 문화적 인식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약하고 그늘진 곳에 햇볕이 들어야 보편적 문화가 관철될 것입니다. 여기는 있고 저기는 없는 문화라면 보편성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요.

요즘 읽고 있는 책
요새 제가 읽고 있는 책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것입니다. 기업이기 때문에 우선 경제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창업모델이죠. 요즘 실업률이 높은 것이 세계적 추이입니다만, 그렇기에 젊은 벤처 정신을 가진 새로운 창업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소셜 벤처’입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혁신적 사고입니다. 상상력을 통해 남들이 하지 않은 블루 오션을 개척하는 의미로서의 ‘소셜 벤처’. 각국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공부하고 그것을 우리나라의 창업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에게 많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에 관련된 연구서적과 관련담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 권을 추천한다면 제가 여러 분들과 공저한 ‘새로운 세계, 사회적 기업’입니다.
이 책에는 영국, 미국 등 우리보다 앞서 사회적 기업이 발전한 곳의 사례와 제가 직접 가서 관찰해 쓴 각국의 젊은이들이 한 소셜 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에 대한 기록들, 최근 국제적 동향 등이 들어있습니다.

젊은이들이여, 꿈을 키우라
젊은이들은 꿈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꿈을 키워서 실현시키는 것이 인생을 사는 보람일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훨훨 높이 올라가 넒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선배들이 쓴 책을 간접적으로 먼저 경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신문도 잘 안 본다고 하는데 요즘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쉽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고 심지어 성경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법학을 하는 학생들은 법전도 볼 수 있습니다. 이동 중에 여러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만큼 놓치지 말고 다양한 책을 읽었으면 합니다. 옛날에는 없어서 책을 보지 못했지만 요즘은 자신의 필요에 맞게 취사선택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죠.

 

 

 

토마스 에디슨 전기
캐런 월리스 | 이다희 | 비룡소 | 2008 | 성곡도서관 링크

어린 소년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며 꿈을 키웠습니다. 제가 10살 전후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발명왕 토마스 엘바 에디슨의 전기였습니다. 어릴 때 자극을 받고 만든 발명품이 닭장이었습니다. 보통 닭장은 철장을 높게 해놓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닭은 날지 못하는데 닭장이 이유 없이 높다고 생각하여 높은 철망을 치우고 1미터 이내로 개량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다가 소년 시절 말썽을 부리면 아버지께서 제가 만든 닭장에 저를 가두셨는데 1미터 내외다보니 제대로 허리도 펴지 못했습니다. 제가 만든 덫에 제가 걸린 거죠. 에디슨처럼 못 말릴 말썽꾸러기 시골 소년이었던 저에게 어린 시절 상상력과 영감을 엄청나게 전해주었고 시골소년으로부터 큰 세상으로 뛰어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죠.
 
대지
펄 벅 | 최현 | 범우사 | 2002 | 성곡도서관 링크

펄 벅의 대지는 제가 중학생 때 영화로도 보았습니다. 중국의 근대화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들을 책과 영화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빈곤함을 무대로 한 이야기들은 어릴 때의 저에게 크게 와 닿았습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은 우리나라가 그보다 더 심각할 정도로 빈곤에 허덕일 때였습니다. 그러한 빈곤에서 어떻게 우리가 헤어 나올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대지에도 그런 몸부림이 있습니다. 비록 소년 때의 기억이지만 대지의 주인공들을 보며 우리의 역경을 이겨내고 견디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백범일지
김구 | 돌베개 | 2006 | 성곡도서관 링크

백범일지는 제가 청년시절에 읽은 것입니다. 나라를 뺏긴 애국자가 보지 못하는 아들들에게 서간체 형식으로 쓴 일지입니다. 우리가 청년시절에 추구해야할 모든 가치가 바로 여기에 다 담겨있습니다. 동학 격투에서부터 임시정부의 주석을 하실 때까지의 인생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산 역사이며 제가 추앙해야할 대상으로서의 백범의 얼굴이 그대로 그려져 있는 책입니다.
 
삼국지
나관중 | 이문열 | 민음사 | 2002 | 성곡도서관 링크

여러 나라의 정세와 인물들의 암투로 굉장히 복잡하지만 삼국지를 통해 어린 시절, 중국의 춘추전국 역사 등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등장하는 여러 가지 주인공들의 개성과 갈등, 그리고 새로운 상상력들은 앞으로 우리의 미래사회를 꾸려나갈 때도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