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캠퍼스 내에 숨은 메시지들은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언젠가 뜻하지 않게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심어주기도 하고 미소를 띠게 하기도 한다. 우리들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스티커로 또 낙서로 남아 대학의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지금부터 캠퍼스를 구석구석 살피며 발견해 낸 깨알 같은 메시지들을 소개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스티커
01_괜찮아(북악관 건물 외부에 설치 된 엘리베이터 안)
1,7,14층만 운행하는 이 엘리베이터는 밖을 내다 볼 수 있다. 마치 자이로드롭을 타는 기분이다. 하지만 놀이기구 타기를 겁내하는 누군가를 위해 이 스티커는 ‘괜찮다’며 위로한다. 엘리베이터가 생긴 동시에 붙여졌고 지금은 많이 떨어져 있다.
02_가자, 안드로메다로!(조형관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득 닥터 후의 타디스처럼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걸 붙인 이는 우주로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도착한 층의 문이 열리면 분명 복도가 펼쳐질게 뻔하지만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이 순간만은 안드로메다로 향하고 있다.
03_NO STRESS(북악관 엘리베이터)
NO STRESS, 스트레스 받지마! 이 스티커가 붙여진 이유는 내가 타면 혹시 정원초과로 경고음이 울리진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마음에서 였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 해서인지 유독 스티커들이 많이 붙여져 있다.
04_SAVE THE ENERGY(교내 모든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강의실의 스위치나 엘리베이터의 앞에 서면 어김없이 광수가 전구를 들고 파란 스티커 위에 서있다. 이참에 정확히 몇 개나 붙여져 있는지 확인해 세어보고 싶을 만큼 많이 붙여져 있다. 꼭 기억해야 할 건 SAVE THE ENERGY!
05_화장실 앞 남녀표시(예술관 지하 1층)
여자는 여기 남자는 저기를 가리키는 무뚝뚝한 로고를 활발하게 표현하고 싶었을까? 먼저 그림을 그리고 칼로 조심스럽게 잘라 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된 건지 투명 테이프를 여러 개 붙여 고정시켜 놓았다.
누군가의 낙서
06_송수구에 그려진 ET(본부관 뒤, 법학관 가는 길)
이티. 그냥 누군가 해놓은 장난이라 소개하기엔 너무 잘 그려놓아 '낙서'라 부르기 미안하다. 판자를 대고 스프레이를 뿌린 것인지, 아니면 장인정신의 마음으로 ET의 한 주름 한 주름을 그려나간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07_계기판 위에 그려진 눈이 7개 달린 괴물(형설관 1층 여자화장실 앞)
눈이 7개 달려 괴물이라 표현하긴 했지만, 그저 귀엽기만 하다. 캐릭터 옆에 그려진 저 왕관 같은 모양은 교내 몇몇 군데에서 더 발견되었는데, 누군가 하고 싶은 낙서가 생각날 때 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바로 해놓은 게 틀림없다.
08_터져버린 하루(예술관 지하 2층)
벽에 난 구멍에 TV와 연기를 그리고 머리가 뻗친 사람까지 더해 터져버린 하루라 기록해 놓았다. 2007년이면 지금으로부터 장장 4년 전이다. 이 화가는 이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6월 17이면...아, 1학기 기말 시험기간 이었나 보다.
09_가지고 노는 것× 같이 노는 것(예술관 지하 1층 계단)
가지고 노는 것과 같이 노는 것의 차이는 확실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지고 노는 것이 틀리고 같이 노는 것이 ‘맞다’는 것은 정확히 알겠다.
조형관 엘리베이터에 붙여 있다고 소개한 ‘가자. 안드로메다로!’ 스티커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사실 이것들은 캠퍼스 내에서 ‘기물파손’이라는 존재에 해당해 언제 그 자취를 감춰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학교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면 이 조그마한 메시지들은 우리들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메시지들이니 방학과 같은 시간에 한 번쯤 이 메시지들을 찾으러 직접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눈이 쌓인 겨울의 어느 날 기자 또한 국민*에게 메시지를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