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열정ing] 꿈꾸는 사진가, 김재기(중어중문학과 05)를 만나다
정으뜸 12.01.10 조회수 12276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입에 물고 의사 가운을 차려입은 모습이 자칫 장난스러우면서도 사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담아낸다. 현재 대학내일 사진팀 학생 리포터로 활동 중이며, 국민*찰칵 콘테스트에서도 3번이나 수상한 경험이있는 그 야말로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 포토그래퍼 김재기(중어중문학과 05) 학생. 그런 그에게 카메라와 사진이란 어떤 것일까? 지금부터 그의 사진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재기 학생은 중학교 때 부모님께 카메라를 선물로 받은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사진을 찍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워 본 적은 없다. 하지만 항상 손에 카메라를 쥐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사진과 관련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처음 배워본 중국어가 재밌어서 중어중문학과를 택했고, 컴퓨터 공학, 사진, 한국사, 디자인경영, 동양철학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이 중심에는 사진이 있었고 덕분에 대학생으로 해 볼 수 있는 경험은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리고 4학년이 돼서야 깨달았지만 전공 또한 본질에 집중하면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전공의 중요성을 4학년이 돼서야 알았네요."

그는 2008년부터 우리궁궐 길라잡이라는 단체를 통해 창경궁에서 내국인을 상대로 안내 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다니다 보니까. 우리나라 궁궐의 아름다움을 절로 깨닫게 되었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 안내를 하게 되고, 스스로는 우리나라 역사와 전통문화를 좀 더 깊이 배울 수 있게 되었죠.” 또 현재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들어간 '디마 스튜디오'라는 디자인 경영학회에서 디자인에 대한 안목과 경영에 대한 철학을 배우는 중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는 군 제대 후 한국대학생 문화연대 다큐멘터리 사진연합 단체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이후 중앙일보 대학생 사진기자로 활동했고, G마켓-코피온 해외봉사단에서도 사진팀 리포터 역할을 맡아 해외 봉사를 다녀왔다. 이 모든 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대학내일 사진 리포터 팀에 지원하게 되었고, 지난 8개월 동안 사진 리포터로서의 활동을 마쳤다.

대학내일을 읽다보면 어투가 굉장히 자유롭고 그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사진 리포터는 어떠한지 묻자. 여러 주제들마다 선호도를 조사해 그에 맞게 배정을 받고, 그 나머지 모든 활동은 기자님들, 기획팀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조금은 힘들 수도 있지만, 대학생들에게 딱 맞는 흥미로운 주제 때문인지 다른 일들을 제쳐두고라도 취재를 하고 와요. 그리고 몇 번의 기회가 있어 글을 써보기도 했는데 그 때는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아프죠. 하지만 그런 모든 과정이 재밌어요." 그는 얼마 전에는 하늘기획 편을 맡아 패러글라이딩을 하면서 직접 카메라 장비를 착용하고 하늘을 날며 사진을 찍었던 경험, 그리고 최근에는 리바이스 광고도 찍었다며 사진 리포터로서의 경험을 신나게 늘어놓았다.

기자로서 사진을 찍는 것에는 어떤 장점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저는 사실 친구들을 찍어주는 것이 좋아요. 그 때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요. 사진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독특한 친구들을 만나보고, 서로 다른 부분을 이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아요.”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학생 사진기자로 활동하면서 2번이나 지면에 사진을 실어본 적이 있는 그는 보도사진은 약간의 정의감과 실제 현장에서의 괴리감이 섞인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최종적인 사진 출고의 권한은 사진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도된 혹은 의도되지 않은 현장 사진이 실릴 수도 있지만, 잡지 같은 경우에는 제 마음대로 연출을 할 수 있어서 흥미로워요. 예를 들어 ‘시험기간에 여유로운 여자’란 주제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여유라는 단어에서 커피를 한 잔 사고 시험기간이니 전공서적을 쌓고 도서관에서 촬영을 할 수 없으니 교실 칠판 앞에서 찍는 그런 다양한 상황에 맞게 연출을 해내죠.”

 

매년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담은 사진을 응모해 이제는 교내의 큰 행사로 자리매김한 국민*찰칵 콘테스트. 김재기 학생은 이 행사에서 한 번의 대상과 두 번의 수상 경력이 있다. 이 중에서 ‘선인장 속 국민대’는 조형대 학생이 만들어 놓은 선인장 모양의 거울로 된 조형물 안에 교내 건물과 이를 둘러싼 북악산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해 그는 “당시의 주제가 건축물과 조형물이었어요. 주제 적합성과 독창성이라는 채점 기준에 맞아 운이 좋게 대상을 탔고, 이 경험으로 인해 사진기자도 하게 되었어요. 이 조형물을 만든 학생에게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그 이후에 외부 공모전에 나가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저는 프로패셔널한 사진을 찍는 이가 아니고, 단지 사진은 평생 가져갈 매개일 뿐이예요. 온 힘을 다해 사진을 찍는 분들에 비하면 건성으로 찍기 때문에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나 다시 이 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겠죠?”라며 학교 콘테스트 이외에는 출품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에게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지를 묻자, “한 사람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사진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적어도 스스로에게 80%의 만족을 가져다 줄 때까지 찍어요.” 10년이란 시간과 함께한 사진과의 인연을 통해 그는 무언가를 하나 길게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삶이고 배움이라 했다. “만약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어쩔 수 없이 사진의 감도를 포기하거나 조명을 선택해야 하죠. 그처럼 항상 그 상황 속에서의 최선은 무엇인지 고민해요. 또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대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어요. 때문에 빨리 찍기 보다는 대상을 이해하려 노력해요.” 이 모든 것이 그가 사진을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그런 그에게 교내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 하자. 작년에 진행 된 ‘코뿔소의 사랑’을 비롯해 중문과 연극 팸플릿을 4회 연속 만든 경험으로 조형대 건물 뒤편을 추천했다. “건물 뒤라 넓고 학생들이 쓰고 버린 조형물을 가져다 찍고 방해도 안 받아요. 또 경상관 테라스나 도서관 가는 길도 예쁘죠.” 사진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재밌게 배우려 노력하고 이론과 경험을 동시에 쌓아야 해요. 당연한 말이지만 많이 찍어보고 카메라는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느껴질 때 까지 손에 익히세요.”라고 조언을 남겼다.

 

김재기 학생은 매일 꿈꾸며 살아가기 때문에 꿈이 많다고 했다. 현재 가장 가까운 꿈은 창업을 해서 의미 있는 가치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난 8개월 동안의 사진 리포터로서의 활동을 마치고 이제는 창업을 준비 중이다. “문화콘텐츠와 청년 노동시장에 중심을 두고 일을 벌이려고 해요. 다양한 문화 생산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 줄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들어낼 수 있는 지식과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해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사진부터 시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자본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질문에는 “돈이 우선이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만약 사무실이 필요하다면 공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 눈물을 흘려서라도 호소하면 되죠. 발로 뛰면 안 되는 일이 없어요. 벌써 교내에 작은 스튜디오도 만들었는걸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우리 청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주체적으로 꿈을 이루려 하지 않아요. 편법으로 꿈을 이루려고 하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그 길을 걷길 바라요. 그리고 단순히 즐기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생산해냈으면 해요. 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하는지 그리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서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각자 가슴에 지닌 보석을 모아서 빛을 냈으면 하는 거죠.”

그는 꿈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 했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100개만 적어보세요. 대부분 10개 정도에서 멈추고 말아요. 이 100개를 채워나가는 것을 기반으로 단기적 장기적 목표를 세우세요. 저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글로 적어둔 북경대학가기, 한비야씨 만나기, 구글러 김태원씨 만나기 같은 게 다 되더라니 까요.”라며 최근에는 영상에도 도전해 국가인권위원회 영상공모전에서 ‘이국적이네요’란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고, 충무로 영상센터 '명'이란 작품에서 조연출로 단편영화에 참가했고, 아시아나 ‘매직보딩패스' 광고를 만든 경험을 얘기하며 “사진을 봐왔던 눈으로 영상을 찍으니 좋아해 주세요. 제가 어떻게 단편영화를 만들고 영상광고를 찍을 줄 알았겠어요?”라며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여러 신문사에서 일해 본 경험 덕에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었을까? 인터뷰 섭외에서부터, 녹음, 질문지 작성까지 본인을 취재하기로 나선 기자보다 한 발 빠르게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해 준 김재기 학생. 기자의 연신 감사하다는 말에 항상 남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란다. 그런 그의 사진에는 무언가 정이 느껴진다. 그래서 인지 그가 남긴 ‘사진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라는 명언이 유독 와 닿았다. 이제는 창업 준비생으로 나선 이 당돌한 청년이 카메라를 통해 보여 줄 세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