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페이스오프'라 불리는 영혼 바꾸기. 요즘 흥행하는 드라마들의 대표적 소재다. 얼마 전 전 국민의 반이 보았다던 드라마, '시크릿가든' 또한 이런 경우에 속한다. 남녀 주인공의 육체가 서로 바뀌어 사랑을 키워나가는 스토리. '시크릿가든'이 흥행을 해서 일까. 그 후 '49일'이라는 드라마도 인기 중에 방영했었고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빅', '유령' 또한 인기드라마이다. 이처럼 영혼을 바꾸는 소재의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 두 사람의 영혼이 바뀌거나 죽은 이의 영혼이 산 사람의 육체에 들어오는 것은 진실, 거짓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드라마 '유령'을 가지고 페이스오프의 모든 것을 밝혀보겠다.
드라마 '유령' 제작 의도
드라마 '유령'은 트위터, 블로그, 유튜브 등 사이버세계에 너무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을 토대로 엮은 범죄 스릴 드라마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 폰으로 이메일을 화인하고, 인터넷 뱅킹으로 금융거래를, 일기 대신 블로그를 운영하고 SNS를 통해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우리가 창조했지만, 이제는 우리의 현실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또 다른 세상. 이 드라마는 우리가 언제나 사용하는 트위터, 블로그, 아무 생각 없이 누른 한 번의 클릭이 어떻게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니터 뒤의 섬뜩한 이면과 가려진 진실에 대해 대중들에게 알린다.드라마 유령에서 페이스오프 수술을 받은 줄거리
주인공 김우현은 경찰청 사이버 수사 팀장이다. 드라마 2회 때 의문의 폭발사고로 김우현은 숨지고 그와 함께 있던 경찰대 동기 박기영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심한 부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난다. 하지만 폭발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게 되고 병원으로 이송된다. 박기영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지만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상을 입은 터라 사람들은 박기영을 김우현으로 착각하게 된다. 김우현의 모습으로 페이스오프하는 몇 번의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1년 후 박기영은 김우현의 모습으로 페이스오프하게 된다. 드라마 유령뿐만 아니라 페이스오프 수술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다. 제목은 '페이스오프'.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불굴의 FBI요원인 숀 아처는 냉혹한 범죄자인 캐스터 트로이를 체포했다. 그 순간 범죄자 캐스터는 의식을 잃어 코마상태가 되었다. 그 후 폭탄제거 임무를 위하여 숀은 FBI의 첨단 의학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트로이의 얼굴을 통째로 떠내어 자신의 얼굴에 이식시킨 다음 감옥에 수감 중인 캐스터의 동생으로부터 정보를 캐내기 위하여 죄수로 위장하여 감옥에 들어간다. 한편 코마에 빠져 있던 캐스터는 의식을 회복한 뒤 자신의 얼굴이 통째로 떼어내진 사실을 알고 분노하여 FBI의 의료진을 위협하여 역시 통째로 떼어 내어 염수에 보관되어 있던 숀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이식한 후 비밀을 알고 있는 FBI 요원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페이스오프 수술을 통해 범죄자와 FBI요원의 얼굴이 바뀐다. 이 영화가 개봉한 후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오프 수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페이스오프'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에 대해 밝히기 위해 서울 아산병원에 레지던트로 계신 이재령씨에게 전문가 자문을 받아 보기로 했다.
Q. 페이스오프에 대해 간단히 정의해주세요
A. 얼굴이 심하게 손상된 환자는 받는 수술로 얼굴 전면 이식 수술이라고도 불려요. 조직이 심각하게 훼손됐을 경우 인공 보형물이나 자신의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을 써야하는데 자신의 조직 또한 심각한 훼손을 입었을 경우에는 사망한 다른 사람의 조직을 사용해요.
Q. 최초 페이스오프 수술로는 어떤 사례가 있었나요
A. 최초 얼굴 부분이식수술로선 2005년 5월 프랑스의 이사벨 디누아르라는 여성이야기가 있어요. 수면제를 먹고 잠든 사이에 애완견이 물어뜯어서 얼굴이 심하게 망가진 여성이에요. 그래서 같은 해 사망한 여성의 코, 입, 뺨을 이식받았다고 해요. 수술 후 꾸준한 연습을 통해 현재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얼굴로 돌아왔어요. 최초 얼굴 전면이식사례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발 데브론 대학병원에서 이식수술을 했는데 성공적이었죠. 한 남성이 얼굴에 총을 맞아 코뼈와 광대뼈가 무너져 내렸는데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져 5년 넘게 정상적으로 먹지도 말하지도 숨 쉬지도 못했었다고 해요. 이 남성 또한 뇌사자에게서 피부 전체와 근육, 코, 입술, 치아, 광대뼈와 턱뼈 등 얼굴에서 눈동자와 혀를 뺀 모든 조직을 이식받아 현재 건강하다고 합니다.
Q. 페이스오프라, 아직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수술로 생각 되요. 얼굴전체를 바꿀 정도의 수술이라니, 그 과정이 참 복잡할 것 같은데요. 수술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얼굴 전면을 이식하는 수술은 때에 따라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그 중 최초 얼굴 부분 이식을 한 프랑스 여성의 수술 방법을 소개하자면 '천공지 유리 파편술'이 있어요. 단점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온 이식 기술이에요. 천공지란 동맥에서 갈라져 나오는 작은 혈관, 즉 근육을 뚫고 피부로 올라오는 미세혈관을 말합니다. 그리고 '천공지 유리 피판술'은 천공지를 얇은 피부조직과 함께 들어내어 이식하는 기술입니다. 기존 '유리 피판술'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흔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얼굴, 목, 손목 등 피부가 얇은 노출 부위의 피부 재건도 쓸 수 있습니다. 또 이식조직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몸 전체에 약 300개가 있어 선택의 범위도 넓죠. 단 '천공지 유리 피판술'을 시술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의가 적고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에요. 이사벨 디누아르의 경우 얼굴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기 조직을 이식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른 부위의 조직을 이식해 코와 입들의 모양을 만드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자가조직이 아닌 사망한 다른 여성의 얼굴 조직을 이식한 거죠. 얼굴 이식이란 피하지방, 혈관, 신경을 제공 받아 연결하는 것으로, 디누아르는 수술 후 5개월 만에 얼굴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왔다고 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얼굴 동작을 구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2년여에 걸친 적응 기간과 꾸준한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페이스오프'. 아직은 영화 속 이야기인 것만 같다. 자신의 얼굴을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꿔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허구 속 픽션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요즘 세상에 단순히 영화 이야기로만 생각할 수 없다. 실제 페이스오프 수술을 성공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고 수술의 결과 또한 더욱 좋아지고 있다. 발전하는 의학기술과 과학기술로 하루하루 살기 편한 세상이 되고 있지만 영화 속 일들이 현실이 된다는 것은 단지 편안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인간의 더욱 안락한 삶을 위해 개발되는 모든 기술들을 기대하고 두려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