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진실 혹은 거짓 #3]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님께 듣는 북한 생활 속 진실 혹은 거짓
김민정 12.09.23 조회수 14237

신문을 펼쳐보면,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바로 북한에 관한 기사이다. 아마 북한만큼 자주 우리나라 사람들 흔들어 놓는 이슈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슈가 되는 북한기사는 대부분 군사문제로 한정되어 있다. 그 어떤 나라보다 가까운 심지어 같은 민족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들보다도 북한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이번 기사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대한 우리들의 잘못된 혹은 올바른 지식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북한학 전문가 안드레이란코프(교양과정부 )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Q. 북한에서는 당장 필요한 약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의료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데 정말인가요. 그렇다면, 병에 걸린 국민들은 치료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는 건가요?

북한의 의사들은 한국의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의학적 지식이 풍부합니다. 하지만, 약이나 치료제가 없어 진단을 제대로 해도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많은 주민의 경우, 시장에 있는 개인 약국 (불법이지만, 뇌물을 주면 잡혀가지 않습니다.)에서 약을 사서 의사에게 가져다 준 후 치료를 받곤 하지만, 돈이 없는 경우 속수무책으로 병이 진행되는걸 보고 있어야만 합니다. 돈이 있더라도 개인 약국에서 약을 구하지 못하면 치료를 받은 길이 없습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은 식량지원보다 약품이나 치료제의 지원이 시급합니다.

Q.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밥이 없어 나무껍질을 먹고 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지 알고 싶습니다.

옛날 이야기입니다. 약 15년 전쯤 북한은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기본적인 식량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상태입니다. 즉. 굶어죽는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도 봄이 되면 이런 사람들이 생기곤 합니다. 현재 북한은 우리나라 1960년대 수준의 경제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람들이 밥을 먹긴 하지만, 쌀밥을 먹진 못하고, 강냉이 밥(옥수수+밥)을 먹고 고기반찬은 먹지 못합니다.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사람은 아주 예외적이고 운이 좋은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일이 예전에 북한주민들은 고깃국에 쌀밥을 먹게 한다고 했던 약속을 생각해보면, 모순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북한은 사회주의체제이니, 식량이나, 기본적인 물품은 배급을 받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급을 안 하기 시작한지 20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지금도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공무원들은 배급을 받습니다. 또한 경찰, 군인,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주민들은 배급을 받습니다. 군수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배급을 받습니다. 배급을 받는 사람들을 합하면 전체인구의 약 3~40%입니다. 명절이나 기념일에 조금씩 나눠주기도 합니다. 일반주민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식품을 구입합니다.

 

Q. 그렇다면,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주민들은 공공노동에 종사하고, 돈도 받지 못할 텐데, 어떻게 생활을 이어가나요?

북한에서는 남자들은 무조건 국가가 정해준 노동을 해야 한다는 압력이 있습니다. 이런 압력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고, 사실 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가 정해준 노동을 합니다. 물론, 노동을 한다고 배급을 받거나 돈을 받진 못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여성들에게는 그러한 압력이 없습니다. 때문에 지금 북한은 여성들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여성들은 작은 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산속에 들어가 작은 밭을 일구어 시장에서 장사를 하거나, 혹은 작은 개인 사업을 하는 식으로 돈을 법니다. 그 돈으로 북한주민들은 생활을 합니다.

Q. 북한에서는 한국처럼 대학을 나오면 상류층으로 올라갈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대학 진학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북한은 한국 사람들처럼 교육열이 굉장히 높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좋은 직장을 잡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좋은 직장들은 대부분 인맥을 통해서 채워집니다. 일반 주민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 보다 학교를 그만두고 장사를 잘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한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남자들은 7~10년 정도 군대를 가야합니다. 그러고 나면, 남자들은 직업을 배치 받게 됩니다. 혹은 대학에 진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을 하려면, 한국처럼 수학능력시험을 봅니다. 시험을 잘 본다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출신성분이 좋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친일파 출신이나 탈북자의 후손, 무당, 신부의 후손은 학교가기 힘듭니다. 이렇기 때문에 대학진학률은 약 15%정도가 됩니다.

 

Q.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규제가 심하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평양에서 주민등록을 한 사람들은, 인민위원회 ( 한국으로 말하면 시청, 구청) 제2부(경찰)에 신청하여 여행증명서를 받으면 비교적 자유롭게 다른 지역을 다닐 수 있습니다. 또한 부정부패가 심하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돈만 있으면,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경지역 또는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평양으로 가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학교 진학이나, 출장으로 평양으로 가는 사람들은 약간 있지만, 여행으로 평양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의 이동은 엄격히 규제를 받습니다.

 

Q. 북한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따로 있고, 정부에 반하는 말을 한 사람들을 잡아다 가두며 공포를 조성한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네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그 안에 약 15만 명에서 20만 명 정도가 수용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 전체인구의 0.6%에 달합니다. 이는, 20세기 인권침해가 가장 심각했던 스탈린 독재시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정부에 반하는 말을 하는 경우, 그 말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과 같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말일 경우 굉장히 위험하고 걸릴 경우 잡혀갑니다. 하지만, 그 말이 하급관리에 대한 불만일 경우 위험하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러한 말들은 북한 국민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비밀경찰이나, 밀고자들에 의해 발각이 됩니다. 하지만, 북한 내에서 부정부패가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뇌물을 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면 잡혀가진 않습니다.


Q. 현재 남한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정부에서 어떤 지원을 해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사회내에서도 그다지 성공을 하지 못한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국경 주변에 사는 중년여성들이 탈북을 많이 합니다. 이들은,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경우가 많고 어린 시절부터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건강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미숙련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그들의 평균 소득은 한국사람 평균 60%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지식층이 탈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 물리학이나 수학 같은 과목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그 외의 다른 컴퓨터나 각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들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북한에서 공부한 지식을 사용하여 남한에서 취직하기는 어습니다. 경제적인 문제 외에 한국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들도 탈북자들의 적응을 힘들게 하는 요인의 하나입니다. 한국정부에서는 이들을 위해 연립주택을 주고 대학입학에 특혜를 주는 지원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탈북자들의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이란코프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붉어진 내 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나름대로 북한에 대한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이야기들은, 15년 심지어 20년 전 이야기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탈북자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다. 나는 탈북자들이 적어도 북한에서 보다는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기에 안드레이란코프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탈북자 지원현황과, 그들이 처한 문제, 심지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는 탈북자도 있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삶의 대부분이었을 생활을 버리고 남한을 선택한 이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벌써 탈북자들의 수가 2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나중에 해결하자고 덮어버리기엔 너무도 많은 숫자이다. 이제 우리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이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