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청춘차렷"
"풀려라 4천8백만! 풀려라 피로!"
"몸 생각하면 착한 드링크"
TV에서나 신문에서나 자주 듣고 볼 수 있는 이 문구들은 에너지드링크 광고에서 나오는 카피들이다. 대한민국에 피로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모두는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 던져져있다. 누구든 멈출 수 없는, 멈추면 뒤쳐지는 건 순식간인 이 사회에서 우리는 긍정의
힘으로 스스로를 끌어당겨야 하고 스스로를 착취해야 하는 입장에 서곤 한다. 무한경쟁시대에서는 도전을 부추기고, 한계에 도전하는 것만이
미덕이다.
서울이 매력적인 것은 주변에 산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 곳에 수많은 사찰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템플스테이 10주년을
맞이하여 사람들의 관심도도 더욱 높아졌다. 일상에서의 탈출구로 자신을 내려놓고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많은 이들의 템플스테이를 찾고 있다.
일상에 묶여있어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가까운 곳에서라도 멀리 간 것같이 느낄 수 있는 곳들이 있다.
멀리 떠나기 힘든 국민*인들에게, 학기
중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속세를 떠날 수 있는 좋은 장소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바람이 나무에 스치는 소리, 풍경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서울 내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사찰들을 소개한다.
1. 종로구 금선사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금선사는 이곳이 서울인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그 곳에선 숲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게 들려온다. '전통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금선사에서는 세 가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운영으로 선택의 폭이 넓다. '산사에서 길을 묻다'라는 이름으로 체험형 템플스테이는 스님의 하루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아침 예불을 올리고, 발우공양을 하고 스님과 다담, 북한산 산행으로 속세에서 쌓았던 공기를 내뱉고 풀과 나무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도 가진다. 머릿속 잡생각을 비우기 위한 108배를 하며 108가지 번뇌를 씻어낸다. 체험 형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권한다. 이는 사찰에서는 머물되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들이 채울 수 있다.
공양은 같이 하며 원한다면 스님과의 다담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차 한 잔으로 잡념을 떨쳐보자.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1박 2일이다. 허나 1박 2일도 무리인 사람들을 위해 금선사가 준비한 것이 있다. 바로 템플라이프다. 짧은 시간이나마 한국의 전통불교문화를 만날 수 있다. 금선사에서 약 3시간 가량 머물며 사찰안내, 참선실습, 108배, 스님과의 다담, 연꽃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체험 중에 2~3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다.
2. 봉은사
이곳이 서울임은 높이 솟은 빌딩들만 봐도 알겠는데, 이곳에도 사찰이 있단 건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봉은사는 그야말로 도심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다. 번잡하고 시끌벅적한 빌딩숲 속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는 봉은사. 아무리 주변이 시끄러울지언정 봉은사만큼은 고요함 속에 머물고 있다. 봉은사 역시 금선사와 마찬가지로 1박 하는 템플스테이와 하루 동안만 머무는 템플라이프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봉은사의 템플스테이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봉은사는 '나의 존재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성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는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템플스테이의 최우선 목표로 꼽는다.
사찰을 돌아보고 차를 따르고 마시며 마음을 다스리고, 염주 만드는 시간도 가진다. 템플스테이에 맞춤형 수련복을 지급하니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 템플라이프는 사찰투어, 다도, 연꽃 만들기, 참선이 기본 프로그램이며 그 외 예불, 염주 만들기, 스님과의 대화, 108배 등이 진행될 수 있다. 기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데에는 총 2시간 30분이 걸리므로 부담이 없다.
- 개인 : 매월 넷째 주 토, 일요일, 10인 이상 30인 이하
3. 길상사
법정스님이 계셨던 곳으로 널리 알려진 길상사는 국민대에서 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다. 꽤 넓은 공간으로 석가탄신일 등 불교계 행사가 있을시 서울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사찰 중 하나다. 길상사는 계절수련회를 비롯하여 주말 선수련회, 단체 템플스테이, 템플라이프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길상사 주말 선수련회는 한 달에 두 번 진행한다. 길상사의 주말 선수련회의 특징은 그 속에서의 하루를 묵언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묵언수행을 함으로써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매월 셋째, 넷째 주말 1박 2일로 진행된다. 물론 대부분의 사찰 템플스테이가 그러하지만, 길상사는 특별히 수련 가능 대상을 정해두었다. 바로 108배가 가능한 불자 혹은 비불자다. 아무래도 아침 일찍이 108배를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템플스테이와 마찬가지로 다도, 참선, 예불 올리기, 명상, 차담 등으로 채워진다. 템플라이프도 연꽃등 만들기, 108염주, 합장주 만들기, 사경, 다도예절, 명상, 스님과의 차담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길상사에서 또 추천할 것은 좋은 도서관과 불교문화강좌가 있다는 것이다. 불서에 한정돼 있지만 일반불자들도 대출이 가능하다. 또한 꽃꽂이반, 다도반, 불화만, 서예, 길상붓 한글반 등 다채로운 문화강좌들이 준비돼 있다. 꼭 템플스테이가 아니더라도 이런 프로그램으로 충분히 자신을 다스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176기 : 9월15일~9월16일
- 177기(마감됨) : 9월 22일~9월23일
4. 낙산 묘각사
서울 종로 한 복판의 산사인 낙산 묘각사. 천연 암반위에 낙송들에 둘러 싸여있다. 낙산 묘각사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남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닌 내가 보는 세상을 찾을 수 있는 체험의 장을 열어준다. "내 마음을 찾는 길"은 낙산 묘각사에 있다. 낙산 묘각사도 마찬가지로 1박 2일 템플스테이와 당일 템플라이프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다. 템플스테이에서는 한국의 불교를 소개하고 108배와 염주를 만든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에 큰 범종을 울리며 답답했던 가슴 속 응어리들이 큰 종소리가 널리 퍼져 날아가듯 그렇게 날릴 수 있을 것이다. 남김없이 먹는 공양에서는 이 음식들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쳤음을 되새기고 또 되새기는 시간을 가진다.
"내 마음 바로 보는 것"은 명상을 통해서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다. 가장 진지하게 자신과 만나보는 것이다. 낙산의 가파른 길을 묵묵히 오리며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재미난 것은 산행 후 모두가 함께 국민체조를 한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체육시간, 추억 속의 국민체조로 그때의 나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낙산 묘각사도 마찬가지로 다도, 스님과의 대화와 특별 프로그램으로 팔상도 체험, 연꽃등 만들기, 사경 등을 진행한다. 템플라이프에서는 108배와 다도가 주 프로그램이다.
- 참가방법 : 홈페이지, E-mail 혹은 전화 예약
- 참가비용 : 5만원
- 참가방법 : 템플스테디와 동일
- 참가비용 : 2만원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를 주시하지 않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는 언젠가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때론 옆도, 뒤도 돌아가 보며 운전을 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너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만약 '그렇다' 혹은
'그런가?' 라고 대답한 국민*인에게 '템플스테이'를 고이 손에 쥐어주고 싶다. 아니 등 떠밀어 보내고 싶다. 템플스테이는 머리가 시끌시끌한 건
둘째 치고 마음까지 시끌시끌하다면 국민인의 그 잡음들을 싹 제거해줄 것이다. 사실 마음이 어수선할 땐 훌훌 털어버리고 혼자서 떠나는 것 만한
좋은 처방은 없으리라.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면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