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인 책다방 #2] <생각의 지도가> 필요해!
하수정 12.11.29 조회수 12584

우리에게도 책 읽을 권리가 있다.
읽을 권리도 있고 사실 읽을 시간도 있다. 과제, 시험이라는 핑계거리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란 상대적인 것이기에 우리에겐 책을 읽을 시간이 있다. 하지만 마음먹은 일이 말처럼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듯 ‘책을 읽어야겠다’란 생각은 늘 우리 곁에 머물고 있지만 좀처럼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준비한 국민인 책 읽기 프로젝트! 국민인 책다방!
가을을 흔히 책 읽기에 안성맞춤인 계절이라고 말한다. 맑고 드높은 하늘이라는 거대한 스탠드가 내 머리 위에 있고 책에 내려와 한 글자, 한 글자에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자연 햇살이 내려와 부서진다.

인생엔 다 때가 있다. 지금 우린 책을 읽어야 할 때다.

국민인책다방 이번 순서는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와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를 만난다.
같은 책 제목, 다른 작가. 제목을 보면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이유는 명확해진다. 국민인책다방은 국민인들의 생각의 지도를 그리고, 넓힐 수 있는 곳이다.

 

경제학과 09 최준호(이하 최) vs 언론학과 07 정영일 (이하 정)

 

1. 두 <생각의 지도>를 읽고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최:
니스벳의 책을 읽고선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고 하기 보다는, 제가 영국에서 잠시 살았었는데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엔 끝까지 이해가 안 되던 일들 혹은 논리가 틀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떠올랐어요. 백인이 백인의 입장을 설명한 것을 접한 게 처음이라 영국에서 있었을 때 이해 안 가던 일들이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진중권의 책은 어려웠어요. 미학을 아예 처음 접했거든요. 현대예술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앞으로도 관심이 있을지는 미지수긴 하지만요. 아방가르드한 행위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으나 각 작품들이 의미들을 정말 각자가 나름의 미를 지니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작품들을 보는 눈에 다소 깊이가 생겨 앞으로 예술작품을 접할 때 도움이될 거 같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겠죠?

정 : 니스벳의 책에서는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외국인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재단한 것 같이 느껴졌는데 왜냐면 자기들 자기를 뿌리는 찾는다고 하면서 그리스에서 찾고 자신들이 객관적 시각으로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변화라기보다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지 중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동양의 생각의 지도를 이해하려는 행위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서 별로 생각의 변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진중권의 책 경우엔 트위터를 통해 그 사람 글을 많이 접해 왔는데요.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세상을 너무 비꼬고 어렵게 보는 것 같았어요. 자기는 진보라고 말하면서 잘못된 진보를 꼬집고 있는데 자기가 옳다고는 누가 말할 수 있는지 누가 판단해주는지 궁금하기도 하면서요.

최 : 말씀하신 걸 들으면서 아마 개인적으로는 니스벳이라는 사람이 동양 사람들이 읽을지를 염두에 뒀을지는 모르겠으나 동양을 스스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생각에는 충분히 공감해요. 그러나 그들 스스로가 동양인에 대해서 새롭게 해석을 한 것이라 여긴 듯해요. 기존의 니스벳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보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자에 의해 가치관이 바뀌었죠. 서양문명 사람들이 동양인에 대해서 교본이라고 말하면 우습지만 지침서라 할 수 있다고 봐요. 생각을 구분하고 서로 배우기 위한 입장을 보였달 까요. 동양인 입장에서는 백인의 입장에서 동양인 설명하는 게 조금은 거북한일이잖아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들 스스로가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 알 수 있으면서 전혀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반반씩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중권이 일관되게 비평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진중권이라는 사람이 진보라는 게 정치의 진보가 아니라 어떤 것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오픈마인드로 본다면 그가 어떤 점을 몰두해서 한다는 점에선 동의를 해요. 그가 무언가에 반론을 제기한다는 관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2. 책 분류가 달라서 꽤 차이가 날 것 같기도 한데요. 두 책을 읽는데 각각 얼마의 시간이 걸리셨나요?

최 :
니스벳은 반나절 안 걸리게 읽었어요. 내용자체가 동어반복이 많고 문제가 될 것이 없었기 때문이죠. 반면 진중권의 <생각의 지도>는 이해가 안 되는 단어들이 많아 일일이 찾아 읽느라 오래 걸렸어요.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읽었지만 주말포함 3일 읽었네요.

정 : 니스벳은 이틀에 걸쳐 읽었고 하루 종일 읽은 게 아니라 쪼개서 읽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진중권의 책 같은 경우 재밌는 내용이기보다는 미학다룬 어려운 내용이라 오래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 한 5일 걸렸던 거 같네요.


3. 책 이름이 같은데, 제목이 각각의 책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최 :  니스벳의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인간 보편을 다룬 책이었는데 자신이 그 제자의 말을 듣고 인간이 생각하는 걸 다를 수 있다 깨달아서 서양인과 동양인의 생각 프로세스가 다르다는 걸 알고서 생각의 지도라 달아서 크게 이견이 없어요. 제목이 책 내용을 대변하는데 충실했죠.
반면 진중권의 책 같은 경우, 영화 잡지 <씨네21>에서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에요. 미학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통해 생각을 도출해냄으로서 예술작품이든 일상행동이든 모든 것에서 생각이라든가 맥락을 캐치할 수 있다는 데에서 행동이나 사물 자체가 하나가 어떤 맥락에서 그 사람의 생각의 지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봐요.

정 : 니스벳은 생각이란 측면보다 지도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지도에 사람이 생각을 한다고 반대로 진중권은 생각안의 지도가 있는 것이라고 짧게 말할 수 있을 거 같네요.


4. 책 이름은 같지만 분명 다르잖아요. 어떤 점에서 극명한 차이를 느끼셨나요?

정 :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주기 위한 책이거나 자기가 자기 생각을 쓴 책이라는 점이 달랐어요. 내가 이런 연구를 통해 사람들한테 말을 하면 사람들이 이걸 보고 의도대로 생각하게 하거나 혹은 설득하는 글이라 볼 수 있는 게 니스벳의 책이고요.

진중권의 책은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난 상관 안해. 내가 아는 건 이정도고 내가 생각하는 깊이는 이정도야. 니가 많이 알 수 있으면 그것에 대한 책을 써봐라. 그러나 쉽지는 않을 거다.’라고 말한다고 할까요.

최 : 어렵고 쉽다는 측면이 니스벳은 말 그대로 밑바탕부터 시작한 것, 전문적인 게 아니라 오랫동안 분석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누가 읽더라도 이럴 수 있구나를 객관적으로 정보전달을 해주고, 진중권의 책은 일기나 수필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자기 생각의 지도를 엮어서 낸 것이죠. 배경지식이 굉장히 많이 필요해요.

정 : 데카르트 철학을 책 반 페이지 안에 설명해버리거든요. 아는 사람이 보면 아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최 : 데카르트가 흘러간 철학자고 지금의 연구 성과와 동떨어진 후진한 철학인데, 흘러간 철학에 대해 스스로가 결정을 지어버려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5. 그렇다면 반대로 책 제목 말고 책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최 :
공통점은 전혀 모르겠어요. 차이점으로 극명하게 느껴진 것은 니스벳의 경우엔 자기가 처음에 썼던 책과 다르게 인간은 가치관이나 사고에 있어서 다를 수 있다는 걸 견지를 하고 진행된 책이고요. 진중권의 책은 미학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같이 생각하게 되는,  사고를 일관되게 다루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차이가 있고 나름의 생각의 지도가 있을 텐데 그보다 더 일반론적으로 접근했어요. 그래서 듣기에 따라 거부감이 생기기도 하죠. 주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가지 생각으로 몰아가죠. 이 관점에서 니스벳의 책은 다소 열린 책 진중권의 책은 닫힌 책이라 볼 수 있어요.

정 :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을 니스벳은 나의 생각을 뒤집었고, 진중권도 자기 나름대로 다 뒤집었다고 생각해요.


6. 두 책 중에 더 끌렸던 책이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최 :
음.. 진중권 책이요. 니스벳 얘기는 그 자체로도 결말이 없어요. 통계적으로 자기가 확실한 실험을 통해 신빙성을 있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열린 결말일 수 있어요. 반면, 진중권의 개인 사고에 의한 책인데 읽기도 어렵기도 하고요. 어쩌란 말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그런 만큼 니스벳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진중권 책은 몇번이고 읽으면서 생각할 여지를 자꾸 던져주는 것 같았어요. 두고두고 비판력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미학이라는 게 어떤 건지 살짝이나마 맛이라도 볼 수 있는 계기였죠. 왜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한 거잖아요. 아직은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끌리는 거 같아요.

정 : 진중권 책이 더 끌려요. 진중권이란 사람을 매스컴을 통해 낯이 익으니까요. 더 매력을 느낄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작용했죠. 기존에 생각했던 것을 깊이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셈이에요. 니스벳은 글로벌 사회로 갈 수 있으니까 외국인을 이해하는데 외국계 기업이 실패한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좋았어요. 보편적으로 좋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 같진 않아요. 보편에 끼기보단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해주는 책은 진중권의 책이었어요.


7. 내가 만약 작가가 된다면 <생각의 지도>라는 제목으로 어떤 내용의 책을 써보고 싶으신가요?

최 : 문화정치행태라는 수업을 듣고 있어요. 듣고 있는 수업이 기존의 정치학이나 정책학과 다른 형식이 많아요. 지금 정치적인 형태나 제도적인 것들이 존재하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어떠한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게 전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편이에요. 생각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누가 찬성하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무엇인지 반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서로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을 써보고 싶어요.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보다는 토론의 장을 열 수 있는 책이요. 저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대화가 막혀있다고 생각해왔거든요. 주고받는 말이 없으니 조율이 될 수 없는 사회죠.

정 : 지도라는 측면을 생각해보면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의 지도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가령 ‘감사’라는 단어가 가진 문화적 측면을 깊게 파고드는 거죠. 똑같은 단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로 세계의 지도를 그려보는 걸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8. 책다방을 위해 책을 읽으시면서 또 책다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시면서 어떠셨나요?

정 :
진중권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 : 최근에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책을 많이 안 읽잖아요. 게다가 자기계발도서가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요. 진중권, 니스벳 모두 인문학적 책이 잖아요. 이 두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한테도 당부하고 싶고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게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 의견교류 서로를 인정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불편하고 어려울지 모르지만 때론 어려운 게 가장 정확한 답이 되곤 하거든요.

 

살면서 우리는 많은 지도를 그리며 산다. 나의 주변에 머무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지도,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지도 등등. 국민인책다방을 읽으면서 국민인이 나의 책 지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절반의 성공은 이룬 것이다. 나머지는 국민인에게 달려있다. 책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으니 손을 뻗어 책장을 넘긴다면 우리가 그릴 책의 지도는 끝을 모르고 넓게 멀리 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