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그 사람을 찾습니다 #14]패션매거진 르데뷰 편집장, 이경근을 만나다
신진효 14.01.21 조회수 13935

 

무슨 무슨 옴므의 로고가 새겨진 신상 티셔츠가 400달러라고 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한다. 이런 잡지는 대학생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뭉쳐 직접 대학생을 위한 패션 잡지를 만들었다. 바로 르데뷰이다. 그리고 르데뷰의 현 편집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국민대 경영학부 이경근이다. 어릴 때부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는 그. 꿈과 열정으로 불타는 이경근을 만나보았다.

 

온통(이하 온)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이경근(이하 이) 저는 해가 바뀌어서 25살이고, 국민대학교 경영학과를 3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휴학 중이고 개인적으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르데뷰 편집장은 이번 22호까지 맡고 있구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말 놓으셔도 됩니다. 편하게 인터뷰 해주세요.
아니에요. 저는 존댓말 쓰는 게 더 편해요. 처음 보는 사람하고는 말을 안 놓아요. 원래 알고 지내는 동생도 많지 않아서 평소에도 반말은 잘 안하는 편이에요.

굉장히 사교적일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질문지를 메일로 보내드렸는데 보셨나요?
네. 읽고 준비해왔습니다. 질문해주세요.

 질문지의 첫 질문부터 하겠습니다. 편집장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잡지에게도 지향하는 바가 있고 또 호마다의 컨셉이 있어요. 편집장은 잡지의 색깔과 컨셉이 잘 나타날 수 있게 잡지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구체적으로 좀 더 설명해주세요.
에디터들이 가져온 기사를 컨셉에 맞게 수정해주고, 여러 에디터들의 기사들을 모았을 때 전체적인 그림의 조화를 보고 밸런스 조정과 강약 조절을 지시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기사를 중단시키기도 하며 잡지의 전체적인 구성을 조율하는 것이 편집장이 하는 일입니다.

온통이 하는 일과 비슷하군요.
아무래도 그렇죠. 체계는 대게 비슷한 편이에요. 르데뷰는 메이저 매거진 규모로 거의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체계는 다 비슷할 거에요.

메이저 매거진이라 함은 우리가 아는 쎄씨 등을 말하나요?
그렇죠. 쎄씨, GQ, 아레나 같은 메이저 매거진과 전체 인원도 비슷하고 나뉘어진 팀 구성이나 전체적으로 형태나 하는 일도 거의 같아요.

 

르데뷰에 관한 질문들을 먼저 할게요. 르데뷰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알게 되었어요. 군대를 전역하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다 취미가 하나씩 있더라구요. ‘내가 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하면서 친구의 추천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패션에 대해여 칼럼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진중하고 무거운 글을 많이 썼었어요. 그랬더니 3개월 만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반응이 오기 시작했는다는 게 무슨 뜻이죠?
블로그를 추천해준 친구가 대형 의류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서 유명 에디터 분들이 블로그 잘보고 있다면서 명함을 주시더라구요. 이 때 동기를 많이 얻고 ‘이게 내 적성이다’싶어서 본격적으로 패션 블로그를 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블로그는 너무 흔해졌다고 생각이 들어서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출판에 관련해서는 아는 게 너무 없었죠. 마침 명함을 주고 가셨던 유명 포토그래퍼 분의 페이스북에서 르데뷰 신입에 대한 공고를 보게 되었고 출판에 관한 지식을 얻으려고 지원했어요. 제게는 운명 같은 만남이었죠.

르데뷰는 순수 학생들의 힘으로만 하기 때문에 일반 매거진과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패션 매거진 쪽 일이 힘들어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앤 헤서웨이가 하는 일 처럼 옷 협찬부터 반납 등 하는 일도 많고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많이 되요. 그래서 서열과 체계이 딱 잡혀있어요. 솔직히 군기도 좀 있는 편이고. 그에 반해 르데뷰는 직위가 있어도 분위기가 더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요.

대학생다운 자유로움이 강점이군요.
그렇죠. 자유로운데다 독립 잡지이기까지 하죠. 보통 비판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광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글을 마음대로 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르데뷰는 그런 것들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죠. 자유롭고 실험적인 잡지 특색덕분에 모델 에이전시에서도 신인 모델들을 많이 추천해 주고 공동 작업을 많이 합니다.

반대로 학생의 힘으로 하기 떄문에 힘든 점도 있나요?
아무래도 자본이 많이 부족한 것이 힘들죠. 자본이 많아야 책이 많이 나오고 저희도 좀 더 수월하게 하고 싶은 것도 많이 할 수 있으니까요. 자체적으로 파티를 열어 수익을 내기도 하고 광고를 받거나 소셜펀딩*을 하며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소셜펀딩(social funding) : 소셜 네트워크서비스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이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개인들에게 조금씩 후원받는 새로운 소셜 웹 커뮤니티.

얘기를 들어보니 르데뷰 편집장이란 자리는 꽤 큰 자리인 것 같네요. 편집장을 맡게 된 나만은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를 뽑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기사 진행은 잘 못했지만 감이 좋은 편이고 훈수를 잘 두는 스타일 인 것 같다.’ ‘자기 건 잘 못하는데 남 시키는 건 잘 하는 것 같다.’라고 하더라구요.

에디터보다는 편집장에 어울리는 재목이라는 말이네요.
그렇죠. 저도 의외였어요. 전 편집장이 저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제 르데뷰 편집장이 아닌 사람 이경근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왜 경영학과에 진학했나요?
중학교까지는 미술을 했었어요. 누나도 미술을 했었는데 둘 다 미술을 하기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라서 저는 미술을 그만두고 공부를 했어요. 공부를 꽤 잘해서 성적으로는 국민대 실내디자인까지도 지원할 수 있었어요. 미술이 계속 하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결국 여러모로 적용 가능한 경영학과를 선택했어요.

차선으로 선택한 경영학과는 마음에 들었나요?
처음에 경영은 도무지 흥미가 떨어져서 어떤 과제를 주던지 다 패션에 연관해서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잘 아는 분야와 연관 지었더니 과제도 술술 써지고 성적도 오르고 자신감도 생겨 발표도 잘하게 되었어요. 제 최종 목표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경영학을 배우는 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경영학과에서 패션이라니. 독특한 과제로 칭찬도 많이 받았겠어요.
디자인 마케팅 수업의 행동 유도성 디자인에 대한 과제에서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소개했어요. 입생 로랑이라는 디자이너는 남성우월주의를 벗어나 여자들에게 당당함을 주고 싶어 드레스에 주머니를 달았어요. 주머니를 보면 손을 넣고 싶잖아요. 주머니에 손을 넣음으로써 자세에서 당당함이 느껴지도록 한 것이죠. 이 과제가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 개인적으로 책을 쓴다고 하셨는데 제목이 뭔가요?
맥클린입니다. 제 블로그 이름과 같아요.

무슨 내용이죠?
문화를 만드는 것에 관한 내용이에요. 책에 소울다이브와의 인터뷰가 나와요. 쇼미더머니 라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우승팀이죠. 원래 힙합은 흑인 문화, 소위 하위문화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상위문화로 소개되고 있어요. 하위문화였던 것이 상위 문화로 변화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것을 문화의 태동이라고 생각해요. 실내암벽등반, 태국요리, 모닝 오브 아울(비보이 팀) 등 요즘 뜨는 것들이 있잖아요. 아직은 비주류이지만 주류로 변하고 있는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에요.

출판 준비는 거의 끝난 건가요?
네. 거의 되었습니다. 배부될 곳도 거의 정해졌고, 부산을 비롯해서 각지에 책이 들어가기로 허락받은 곳이 있어서 책만 나오면 됩니다.

배부된다는 말은 파는 책이 아니란 말인가요?
파는 책은 아니고 무료로 배부할 예정입니다. 아까 말했듯 실내암벽등반이라던가 문화의 태동과 관계되는 곳, 옷가게 그리고 복합문화공간에 스팟으로 1000권 정도 비치할 생각이에요. 손님들이 자유롭게 읽고 또 가져갈 수도 있도록 여유분으로 장소당 30권씩 두려고 합니다.

1000권을 무료로 배부하다니 비상업적인 사업을 하는 건가요?
네. 이건 제가 블로그를 할 때부터 지키기로 한 원칙입니다. 상업이 포함되면 글을 쓰는데 있어서 자유롭지 못해지거든요. 광고도 안 실구요. 단 그 광고주의 생각과 옷을 만드는 사람의 가치관을 보고 정말 마음에 든다면 광고는 하지만 돈은 안받는 게 제 원칙입니다. 이번 책 발간 이유는 제 신념을 지키면서 책을 쓰고 싶다는 개인적 목표를 이루는 첫걸음이자 다른 사람들에게 비주류 문화를 알리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습니까?
그냥 ‘이런 문화가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곧 르데뷰 22호를 발간하고 나면 편집장 임기가 끝납니다. 다음 계획이 있나요?
저는 패션은 그저 옷이 아니라 문화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최종 목표가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인데 지인 중에 투자를 자처하는 분이 있어요. 옷가게와 작업공간, 카페, 갤러리를 같이 운영할 생각이 있냐고 제안하셔서 고민 중이에요. 아마 하게 된다면 가게 이름은 맥클린으로 할 것 같아요.

 

강해보였던 첫인상과 달리 그의 성격은 유순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결코 유순하지 않았다. 패션에 대하여 고찰하고 책을 쓰는게 좋다는 이경근은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무보수로 책을 발간하기로 했고 이를 통해 그의 초심을 잃지 않은 열정과 올곧은 마음가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의 꿈이 유순하지 않아 보였던 이유는 초심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당신은 열정을 갖고 있는가? 초심이 남아있는가? 혹시라도 초심을 잃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자.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도록 나만의 원칙을 세워보자. 그것이 진정 멋 부릴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