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음악을 선물하는 동아리, 뮤직박스
이진경 14.05.17 조회수 15174

 

공학관을 들어서면 여러가지 소리가 들려온다. 친구를 만나 나누는 도란도란 말소리,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전화 소리, 지글지글 감자가 튀겨지는 소리, 계산대에 올린 물건의 바코드 찍히는 소리... 그 밖에도 실로 다양한 소리가 한 데 모여 건물을 메운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귀기울이면 그 소리들의 밑에는 한 줄기 음악소리가 깔려있다. 때로는 익숙한 가요가, 때로는 낯선 장르의 리듬이 들리지만 분명 그곳엔 음악이 있다. 교내 유일, 공학관에서만 받을 수 있는 음악선물이다. 그렇다면 이런 뜻밖의 선물을 나눠주는 이들은 누굴까. 공학관을 찾은 국민*인들에게 음악을 선사하는 동아리, 뮤직박스를 만나보았다.

 

 

Q. 뮤직박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뮤직박스는 공학관 1층에 위치한 중앙동아리로 공학관 내에 음악을 틀어드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아마추어 DJ 클럽'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가 미숙하나마 DJ가 되어서 직접 선곡한 곡들을 틀어드리는 거죠. 하지만 음악을 믹싱(둘 이상의 음원으로부터의 입력을 혼합 회로로 혼합하는 것)하지는 않고 원곡 그대로 들려드립니다.

Q. DJ동아리라니 꽤 특이한데, 뮤직박스가 생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선배들에게 듣기로는 본래 공학관 지하에 식당이 있었는데 초기회장이 그곳에서 밥을 먹다가 노래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하면서 뮤직박스를 고안해 내었다고 해요. 이왕이면 학생들 손으로 직접 고른 음악을 틀어서 식사시간을 좀 더 유쾌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DJ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중앙동아리라면 복지관에 있어야 하지만 공학관 식당에 음악을 튼다는 목적을 살리기 위해 총장님께 특별 허가를 받고 지금처럼 공학관에 머물게 되었다고 해요.

Q. 뮤직박스의 활동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주된 활동은 음악을 선곡하고 들려드리는 것이죠. 부원들이 각자 여유있는 시간에 와서 관리하는데 40명 가까운 인원이다보니 시간표가 그다지 압박적이지 않아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 겸 세미나를 합니다. 회의는 주로 동아리 사안에 관해 논하고, 세미나는 부원들이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선정해 온 다음 음악에 대한 소개를 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음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나 노래를 부른 가수 등에 대해 편하게 얘기하듯이 말해요. 매주 갖는 이 시간덕에 조금씩 음악 세계를 넓힐 수 있죠. 11월엔 영상회를 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부원들이 자체적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요. 그다음 공연장을 빌려서 상영하고 감상평을 나누는거죠. 그 밖에 공식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평소에도 음악 공연을 같이 보러 자주 다니고, 여느 동아리들처럼 MT로 친목을 다지기도 합니다. 

 

 

Q. 선곡하는 방법 또는 기준이 알고 싶습니다.

음악 선곡은 거의 자유로워요. DJ가 된 부원 마음대로 정하는거죠. 각자 음악 취향이 다르다보니 국민*인들에게 보다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요. 동아리 문에 붙어있는 포스터에 쓰인 것처럼 신청곡을 받고 있기도 해요. 종이에 곡명을 적어서 저희에게 갖다주시면 틀어드리는거죠. 하지만 부탁하기가 망설여지시는지 신청 건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하루에 다섯 건에서 열 건 정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듣고 싶은 곡이 있으시면 방문해주세요. 뮤직박스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Q. 음악은 하루종일 나오는건가요? 아니면 정해진 시간이 있나요?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오전 11시부터 요일에 따라 오후 4시~5시까지는 계속 틀고 있습니다.  

Q. 동아리를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희가 들려드리는 노래가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제일 보람있죠. 저희 동아리방이 보시다시피 유리벽으로 되어있어서 밖이 보이는데, 한 번은 어떤 여학생이 노래가 나오는 스피커에 핸드폰을 대고 있는 걸 봤어요. 아마 노래가 뭔지 알아내려고 하신거겠죠? 간혹 지나가다가 동아리에 직접 오셔서 노래가 좋다고, 곡명이 뭐냐고 물어보시는 경우도 있고요. 이럴 때 매우 뿌듯합니다.  

 

 

Q. 뮤직박스에 들어오기 위한 조건이 있나요? 혹시 공대생만 가입할 수 있는건가요?

위치가 공학관에 있다보니 공대생만의 동아리라고 오해하실 수 있는데 전혀 아닙니다. 중앙동아리이기 때문에 학과 상관 없이 누구나 들어오실 수 있고요. 신입생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저 노래를 좋아하고 즐기는 국민*인이라면 두팔 벌려 환영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매주 회의를 하는데 되도록 참여가능한 분이어야 하겠죠. 현재는 화요일 오후7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년도 나이도 전혀 상관없으니 부담갖지 말고 찾아주세요.

Q. 앞으로 뮤직박스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계획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신청곡 양식함을 만드는 거에요. 저희 부원과 직접 대면하면서 음악을 신청하기가 부담스러우신 분들을 위해 양식함을 만들어서 동아리방 밖에 놔두려고 합니다. 빠른 시일 내 선보일테니 많이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청함이 자리를 잡으면 사연을 받아서 음악과 함께 소개해볼까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여러 종류의, 좋은 음악을 틀어드리는 게 최우선이겠지요. 

Q. 국민인들에게 하고싶은 말 한 마디 해주세요.

노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뮤직박스의 일원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주저말고 많이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공학관을 찾은 국민*인 여러분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도록 노력하는 뮤직박스가 되겠습니다. 공학관에서 음악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로써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늘었다. 국민대 공학관엔 음악산타가 산다. 뮤직박스는 어린아이에게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처럼 살며시 국민*인 곁에 음악을 두고간다. 심지어 산타가 우는 아이를 건너뛰고 착한 아이만을 골라서 선물을 준다면 뮤직박스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멋진 음악을 한 보따리 골고루 담아 가져다준다. 말하기만 하면 원하는 선물을 얼마든지 받을 수도 있다. 정말로 고마운 동아리가 아닐 수 없다. 뮤직박스의 근사한 선물과 함께 국민*인들의 오늘 하루도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