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민대학교는 실용적이고 경쟁력있는 학문을 중시하는 대학교라는 인식이 강하다. 국민대학교에 개설된 학부들만 보아도 그렇다. 각 학부들은 여러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중 문과대학과 사회과학대학은 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졸업생들이 많고, 통섭을 지향하는 학문 분위기가 잘 알려져있다. 자동차융합대학은 짧은 역사에 비해 IT가 융합된 커리큘럼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경영, 경상대학과 법과대학은 새로운 시장인 소셜커머스 관련 진취적인 경영인과 많은 금융인과 법조인을 배출하고 있다. 체육대학은 이론과 실기가 적절히 조화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어 졸업생들 중 우수한 스포츠 경영인들이 많다. 자연과학대학은 국제적인 인재육성에 힘을 쏟기 위해 여러 교육,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융합연구를 통해 분야를 통섭할 수 있는 졸업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세세히 살펴보면, 국민대학교의 졸업생들은 여러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국민*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학문과 학문이 융합된 곳에서 더욱 빛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학문을 융화하고 포용하는 힘은 많은 대학들이 지향하고 있는 바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일 분야로서의 색 또한 존중하면서도 잘 섞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뚝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철학이다. 모든 학문의 시작이고 중점이기에 꼭 알아야 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대학교는 교양대학에 철학 관련 수업을 두어 학교의 실용적인 학풍을 지향하면서도 ‘진리추구’라는 고전적인 대학의 역할 또한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진리의 상아탑’ 과 ‘국가가 원하는 통합 인재 육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것이다.
국민대학교 교양대학의 철학 관련 교과목은 총 8개 과목이 있다.
위의 8개의 과목들은 학기별로 담당과목 교수님이 바뀐다. 김한승, 박규철, 김명석, 조종화, 이근세 이렇게 다섯분의 교양대학 교수님이 수업을 돌아가며 맡고 계신다. 교수님들은 자주 만나 이런 저런 토론을 즐기신다고 한다. 다섯분 모두 ‘국민대학교 철학자 모임’의 줄임말인 ‘국철모’의 일원이시다.
철학관련 수업 중 김한승 교수님의 ‘삶과 철학’과 박규철 교수님의 ‘서양철학사상의 뿌리’가 국민*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매 학기 수강신청때 수업이 1초 만에 마감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평소 학생들과 친분이 많으신 철학교수님 두분과 수업 그리고 철학 공부에 관련 된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Q. 현재 맡고 계신 수업과 그 수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학부에서는 2개의 과목을 맡고 있습니다. 매 학기마다 ‘서양철학 사상의 뿌리’라는 과목과 ‘희랍비극의 이해’라는 과목을 맡고 있고, 격학기로 ‘삶과 철학’이라는 과목을 맡고 있습니다. ‘서양 철학 사상의 뿌리’는 서양 철학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과목으로 고전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을 중심으로 그리스 로마 철학자들을 공부하는 수업입니다. ‘희랍비극의 이해’는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등의 중요 비극작품들을 공부하는 수업입니다. 각 작가들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주요 영웅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해 비극으로 쓴 작품을 공부합니다. 트로이 전쟁과 그리스 신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공부하면 좋은 과목입니다.
Q. 교수님의 수업방식이 궁금합니다.
철학 자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철학을 어렵게 느끼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수업에서는 그런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철학과 관련된 영화를 보여줍니다. 언어인 철학과 시각적 이미지인 영화가 합쳐져 좋은 효과를 냅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역사나 문화 등의 배경지식은 학생들이 철학을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으로 나오거나 영화 전반의 의미가 철학내용을 지닌 영화같은 것을 보게 되면 말이지요. 또한 학생들에게 고전을 강조하고 소개합니다. 고전은 시간이 지날 수록 빛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현대의 지식들은 옛 고전으로 부터 나온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학생들과 철학관련 토론을 합니다. 토론은 학생 개개인의 이해를 돕고 철학에 대한 사유를 하게 합니다.
Q.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궁금합니다.
철학(Philosophy)의 어원은 '지혜에 대한 사랑'입니다. 지혜는 단순한 지식과 구분됩니다. 지식이 특정한 대상에 대한 앎이라면, 지혜는 전체 대상에 대한 앎입니다. 우리대학은 예술과 과학에 연관된 전공이 많습니다. 자신의 전공 교육과정이 철학과 유기적으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공부하면 해당 전공의 학습효과가 더 극대화 될 것입니다.
철학은 세계와 우주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 근거하여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하는 학문입니다. 철학을 공부함으로서 학생 개개인이 진리탐구를 하고, 그를 통해 영혼의 자유를 획득하기를 바랍니다. 요즘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요, ‘웰빙’이 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힐링’은 마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디어에서 말하는 ‘힐링’과 ‘웰빙’의 방법은 일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공부를 통해 앎과 인식에 도달함으로서 진정한 영혼의 치유와 마음의 자유를 획득하길 바랍니다.
Q. 현재 맡고 계신 수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현재는 ‘예술과 철학’, ‘삶과 철학’을 강의을 하고 있습니다. ‘삶과 철학’은 인간의 삶에 있는 철학적인 요소들에 대한 수업입니다. 모든 윤리적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합니다. 학기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지금은 선택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출생부터 시작되어 죽음에 이르는 6가지의 선택요소를 가지고 강의를 합니다. 출생(출생을 선택으로 볼 것인지), 가족과의 관계형성에서의 선택, 선거, 학교의 선택, 직업의 선택, 결혼(사랑)의 선택, 출산과 양육의 선택, 죽음의 선택이라는 요소들이 강의내용을 채웁니다. 살아간다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물음을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물음을 이끌어냅니다. 교재는 마이크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교재를 이용합니다. 그러나 교재를 따라가는 수업이 아닌, 제가 만든 강의 설명문이나 대화를 통한 수업을 합니다. 책을 통한 공부는 집에서 해오는 것이고 학교에서는 토론형식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는 수업을 합니다.
‘예술과 철학’수업은 예술에 대한 철학적 물음 14가지로 이루어진 수업입니다. 예술과 철학사이의 오래된 질문들 중 교양수업에서 할 수 있는 깊이의 것들로 선택해 진행합니다. 처음 13가지는 수업을 통해 제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예를 들어 ‘예술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작품은 일반적인 상품이랑 다를바가 없는 것인가?’, ‘예술비평가들이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등의 질문들을 하는 것입니다. 14번째 질문은 학생 스스로가 묻게 합니다. 수업 초반부에선 앞선 13가지 질문들로 인해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그를 통해 14번째 질문을 할 사고력을 키우게 됩니다. 물음이라는 것일 중요합니다. 명사가 아닌 문장으로 끝나는 물음이 중요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철학자의 이름이나 사상을 간단히 설명해주고 넘어가려 합니다. 학생들은 지식에 압도당하기 쉽습니다. 그로인해 지적인 주눅이 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꺼리낌없는 질문을 통한 수업이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됩니다.
Q. 교수님의 수업방식이 궁금합니다.
‘삶과철학’이나 ‘예술과 철학’같은 강의는 60-70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강의기록자를 따로 둡니다. 강의의 맥락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맥락에서 학생들이 한 대답을 강의기록자가 기록하게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매우 도움이 됩니다. 기록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학생들의 발표를 더 이끌게 되고, 기록자는 기록을 함으로서 더욱 강의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성적인 학생들은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따로 시간을 내 1:1 면담을 통해 물음을 이끌어가려고 노력합니다.
Q.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궁금합니다.
근대 이후 철학은 고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여러학문과 함께하는 학문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한만큼 사유하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1:1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공부를 1시간했다면 그에 관한 사유를 1시간 하는 것입니다. 철학의 근본적인 물음은 자연발생적인 것입니다. 자연히 던질 수 밖에 없는 질문들을 사유를 통해 답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인생의 역설을 철학적 사고로 뛰어넘어야 합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산보나 가벼운 등산을 통해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자신 주변의 모든 철학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국민대학교의 철학 수업들을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이제 곧 방학을 맞이하는 국민*인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스스로에게 철학적 물음을 던지길 바란다. 국민대학교가 국민*인의 선택이였듯, 앞으로의 시간에 무엇을 하던 그것은 국민*인의 선택이다. 국민*인 모두가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국민*인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스스로 행복한 국민*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