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또 다른 국민인] 이깍짓?이각짓?이까짓! 중국 대표 '왕등'학생을 만나보다!
문지원 15.03.16 조회수 15264

 

이번 또 다른 국민*인의 주인공은 가까우면서도 먼 것 같은 중국에서 온 왕등이다. 사실 인터뷰를 위해 왕등을 만났을 때 훤칠한 키와 운동으로 다부진 어깨에서부터 느껴지는 강한 남자의 분위기에 혹시나 무뚝뚝하고 상냥스럽지 않은 사람이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편안하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그가 옹골진 생김새뿐 아니라 귀여운 잇몸 웃음과 따듯한 마음씨까지 겸비한 매력적인 사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반전 매력을 지닌 중국 대표 왕등 학생과의 유쾌했던 인터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실례가 안된다면 ‘이까짓’ 발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 그래도 저도 많이 따라 해봤어요. 저도 ‘비정상 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요, 그래서 그때 ‘이까짓’ 이 단어의 발음이 화제가 되었을 때에도 여자친구랑도 해보고 친구들이랑도 같이 따라 해 보기도 하고 했어요. 근데 저도 잘 안되더라고요. (한번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이까짓. (발음 잘 하시는데요?) 가끔씩 되는 데 오늘이 잘 되는 날인 거 같아요.(웃음) 중국인들한테는 ‘이깍짓’이랑 ‘이각짓’이 똑같은 단어로 들려요. ‘이까짓’이라는 단어가 한국말 중에서도 어려운 발음에 속하는 단어라서 중국인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거 같아요. 이까짓!

 

Q. 이제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중국에서 온 왕등입니다. 올해로 23살 되었어요. 한국에서는 스무 살 때부터 유학생활을 했는데 인천에 있는 어학당에서 2년 정도 공부하다가 국민대학교에는 13학번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한국을 좋아하시고 호감을 많이 가지고 계셔서 한국으로 유학을 가라고 권유해주셨어요. 그리고 저는 광고 쪽에 관심이 많아서 언론정보학부에 지원하게 되었고요. 지금은 학교랑 가까운 대학로에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취미는 농구에요. 농구를 많이 좋아해서 학부 내 소모임에서도 학부 사람들이랑 같이 농구를 즐겨 하고 있어요.

 

 

Q. 국민대학교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일단 북한산 전망이 탁 트여있어서 캠퍼스 경치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학교 가는 길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라 등굣길이 좀 힘들다는 생각도 같이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캠퍼스에 들어가자마자 잘 되어있는 농구장이 바로 보여서 힘들다는 생각은 온 데 간 데 없어졌어요. 방문했었던 다른 대학교들 중에서 농구장이 가장 잘 되어 있어서 정말 인상적이었고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도 캠퍼스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 농구장이에요. 그래서 공강 시간이나 평상시에 시간이 날 때마다 농구장에 가서 구경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랑 같이 농구를 하기도 해요.

 

▲왕등이 속한 언론정보학부 농구 소모임 ‘워닝’의 단체사진(우측 하단)
 

 Q. 농구를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처음 농구를 시작했는데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농구를 할 만큼 농구를 정말 좋아해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개인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농구를 할 때만큼은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요. 1학년 때 중국인 총회에 참석했을 때 지준형 교수님께서 학부 내 농구 소모임 ‘워닝’에 들어가라고 추천해주셔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어요. 워닝에 들어가면서 학부생들이랑도 어울릴 수 있고 농구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나갔던 농구 경기들 중에서 상대팀에게 졌던 경기가 많아서 조금 슬픈 추억이 많기도 해요.

 

 

Q. 광고 쪽만을 생각하고 언론정보학부에 입학하셨다고 했는데, 광고학을 희망하는 개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보면 좀 웃길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 광고 회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어요. 중국 드라마였는데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모두 광고 회사에 다니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냈던 내용이었어요. 초등학생 때 우연히 봤던 그 드라마의 이미지가 강하게 와 닿아서 그때부터 광고에 대한 선망이 생긴 것 같아요.

 

Q. 광고업에서 일하려는 계획이 있으신 건가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하지만 광고 쪽에서 일하고 싶고 그러려고 해요. 광고 쪽의 일이 되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특히 광고의 많은 분야들 중에서도 카피라이터에 관심이 많아요.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광고의 핵심이 카피라이터라고 생각하거든요. 짧은 언어적 표현으로도 명확하게 말의 의미와 내용을 전달하는 게 광고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아직 진로에 대한 큰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언론정보학부에서 전공을 잘 살려서 중국에서든 한국에서든 광고 일을 하는 게 목표에요.

 

Q. 혹시 광고 수업 외에도 지금까지 들었던 학교 수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었나요?

기억에 남는 수업은 두 개 있어요. ‘동아시아 문화의 이해’라는 수업과 ‘인생 설계와 진로’라는 수업이에요. 먼저 ‘동아시아 문화의 이해’라는 수업은 일단 중국어 강의로 수강했었기 때문에 이해도 훨씬 잘 되고 해서 수업 내용이 더 잘 들어왔었던 것 같아요. 중국과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전체적인 문화에 대해 잘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던 수업이었어요. 그리고 ‘인생 설계와 진로’ 수업에서는 한국 학생들과 조별 활동으로 노인정에 방문해 봉사를 한 경험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어르신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었는데 제가 말씀을 전부 다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다는 느낌 자체가 기뻤어요.

 

 

Q. 한국에서 여행도 많이 다녀보셨을 거 같은데, 손꼽는 여행지가 있다면?

지난번 여름에 어학당에서 같이 공부했었던 친구들과 같이 우리들끼리의 한국 문화체험으로 대전 보령에 다녀왔어요. 당일치기 여행으로 갔다 왔는데 그때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머드 축제에서 정말 재미있게 놀고 온 게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다른 여행지 중에서는 강원도 춘천역도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 혹시 서울에서 제일 좋았던 장소는 있나요?) 여자친구도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어서 웬만한 서울 관광지는 여자친구랑 같이 다 다녀봤는데 서울에서는 명동, 남산타워. 여의도 벚꽃축제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서울 말고도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도 같이 갔었는데 거기서도 하루 종일 정말 재미있게 놀다 왔어요. 제가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생각보다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봤어요. 앞으로는 한국에서 여행을 더 많이 다녀봐야겠어요. 여행 다녀오기 좋은 곳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Q. 이제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접할 국민*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한국말을 어느 정도 잘 알아듣지만 말을 하는 건 아직 많이 어려워요. 그리고 이런 인터뷰가 처음이기도 해서 말을 잘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국민대학교에 중국인 학생들이 정말 많은데 너무 어려워하지 않고 다 같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럼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지금까지 농구를 좋아하여 캠퍼스 내 농구 코트에서 빛나는 땀방울을 흘리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미래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꿈을 위해 노력하는 영락없는 열혈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었다. 본 기자는 인터뷰를 통해 강인하기만 할 것 같았던 첫인상에 숨겨진 사소한 농담에도 잘 웃고 한국말이 서툴러도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배려심이 깊고 따듯한 또래의 대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먼저 유학생이라는 틀 안에서 그의 첫인상을 판단했던 것이 아니었나.’하고 말이다. 또 다른 국민*인. 말 그대로 모두 다 같은 국민*인이다. 다 각자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청춘의 국민*인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틀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지 않았는가? 그랬든 그러지 않았든 지금 한 번 주변에 있는 또 다른 국민*인에게 한국의 여행지를 추천하며 말을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