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북악의 중심에서 자신감을 외치다!!
이진경 14.12.06 조회수 11205

 

지난 2일(화) 점심 시간이 막 끝나갈 무렵, 인파로 북적이던 북악관 1층에 난데없는 인사말이 울렸다. "반갑습니다." 뒤이어 "고맙습니다"와 "미안합니다"가 따라 나오더니 그 다음 "잘했습니다"에는 척하니 치켜올라간 엄지손가락까지 함께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곳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인사부터 감사와 사과, 칭찬까지 늘어놓더니 무어라 조곤조곤 얘길하곤 자리를 떴다. 공지된 바 없는 짤막한 연설은 그저 때때로 있는 농성이나 홍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떠나간 자리엔 이내 다른 목소리가 들어와 같은 인사를 건네고, 새로운 얘기를 해나갔다. 이 단정하고도 예의바른 소란에 많은 시선들이 모였다 흩어지길 반복했다. 그 날, 북악관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사건을 주도한 이는 다름아닌 교양대학의 이의용 교수였다. 2일 북악관에서 펼쳐진 학생들의 스피치는 교양 수업인 '자신감있게 말하기'의 최종 실습으로, 학생들이 지난 한 학기동안 열심히 쌓아온 말하기 실력과 자신감을 외부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낯선 행인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기회는 어떻게 만들어진것일까? 당시 북악관에 없던, 혹은 그곳을 지나쳤음에도 미처 보지 못한 국민*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이의용 교수를 만나보았다. 

 

 

Q. '자신감있게 말하기'라는 과목명이 단순하리만큼 명확한데, 어떤 수업인가요.

A. 말 그대로 자신감있게 말하기를 익히는 수업이에요. 중요한 건 단지 학생들의 말솜씨를 키워주는 게 수업의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말하기는 자신감이 표출되는 대표적인 행위죠. '자신감있게 말하기'에선 학생들의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어요.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하는 것'이 시작되어야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본인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말하기를 비롯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요. 또, 수업은 놀이처럼 재밌고 신나야 된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그래야 듣고 싶고 배우고 싶죠. 그런데 대학 강의는 좀 딱딱한 경우가 많잖아요. 그 분위기부터 타파하기 위해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과 항상 하이파이브를 해요. 가벼운 장난을 치며 안부를 묻는 거죠. 보기에 어린 아이들 장난감 같은 교구들을 이용하기도 하고, 매 시간 학생이 참여하도록 하는 수업 방식을 쓰고 있어요.

Q. 앞으로의 스피치 계획이 있다고 들었어요. 

A. 매 학기가 끝날 즈음에 이렇게 스피치를 해왔어요. 지난 번엔 법학관, 이번엔 북악관에서 진행하게 되었네요. 다음 번엔 캠퍼스 내에 큰 길에서 해 볼 생각이에요. 점차 범위를 늘려가는 것이죠. 언젠간 교외로 나가 대학로 같이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서도 해볼 생각이에요. 정말 자신감이 충분히 채워지면 못해낼 것 없겠죠. (웃음)   

 

 

스피치의 주제로는 수업 시간에 배운 것과 연계된 것이면 무엇이든 괜찮았다. 다만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잘했습니다" 구호로 시작해야 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 불특정 다수의 청중에게 표하는 배려와 존중의 뜻이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1분 남짓.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순서 정하기와 주의 사항 숙지 등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학생들은 줄지어 북악관 1층으로 향했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탓인지 코앞으로 다가온 실전에 대한 긴장 때문인지 차게 식은 여린 손들이 떨고 있었다. 제자들의 모습을 담기 위한 이의용 교수의 카메라 설치가 끝나고, 드디어 첫 차례의 학생이 계단 위 중앙에 섰다.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지만 힘차게 운을 떼었고 그렇게 열한 번째, 스물한 번째, 마지막 학생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준비해 온 얘기들을 진솔하고 올바르게 풀어냈다. 실습 내내 학생들은 동료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다. 갑작스런 학생들의 길거리 발표에 또 다른 학생들, 교직원들, 그 밖의 많은 행인들이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잠시나마 귀를 기울였다가 웃는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 스피치에 참가했던 두 명의 학생을 만나 간단한 소감을 물어보았다. 경영학부 최민식 학생은 "평소 말하기에 있어 논리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수강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수업에서만 몇 번 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꾸준히 연습했던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학기 내내 어플로 스피치 녹음을 하며 교수님과 조원들에게 피드백을 받곤 했거든요. 덕분에 이번 실습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나가시던 분이 제 말을 듣고 호응해주실 땐 정말 기쁘던데요."라고 밝혔다. 경영학부 류푸름 학생 역시 "복도에 가만히 서서 순서를 기다릴 땐 무척 초조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막상 말문을 열고 보니 매주 수업시간에 하던 발표랑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어요. 평소 말하기에 자신없는 분들께 이 수업, 적극 추천할게요."라며 환한 미소로 응답했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별개이다."소포클레스의 말이다. 그만큼 누군가의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전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적절한 어휘 사용과 깔끔한 문장 처리, 정확한 발음과 듣기에 적당한 소리의 세기 등 여러가지 요소가 적절히 섞여야 비로소 좋은 말하기가 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자신감이다. 이 때의 자신감은 자신을 내세우는 허세가 아닌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다. 이를 먼저 함양하여 말에 신뢰와 품격을 담는 국민*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