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또 다른 국민인] 벨라루스에서 온 화끈한 터프가이! 안드레이 사칼로우를 만나다.
배지운 15.01.29 조회수 11021

 

벨라루스라는 국가에 대해 들어봤는가? 러시아 옆에 위치한 소국가로서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며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미인 선발 대회로 유명한 나라. 그와 동시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쟁의 슬픔과 비극을 간직한 아픈 역사를 지닌 나라가 바로 벨라루스다. 우리 국민대학교에도 벨라루스에서 온 또 다른 국민*인이 있다. 운동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역동적인 성격! 드라마와 영화, 뮤직비디오까지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활약하는 변신의 귀재! 인생의 모든 배움과 깨달음은 스스로 겪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두려워하지 말고 무엇이든 도전하며 현재를 즐기라고 당당히 외치던 진정한 터프가이! 한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5년이 되어가는 베테랑 유학생, 안드레이 사칼로우를 만나보았다.

 

 

Q.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제 이름은 안드레이 사칼로우입니다. 사실 진짜 이름은 이것보다 훨씬 더 길지만, 형식적인 의미가 강하고 친구들은 보통 편하게 ‘앤디’라고 불러요. 벨라루스에서 왔고, 한국에 온지는 올 해로 벌써 5년이 다 되갑니다. 운동과 스포츠를 무척 좋아해요. 꾸준히 헬스를 다니고 있고 역도도 좋아합니다. 또 하이킹을 좋아하고, 복싱과 가라데 같은 무술을 배우는 것도 좋아해요. 한국에 와서는 태권도와 검도를 시작했고요. 구기 종목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니, 제 생각에 저는 몸으로 움직이는 행동파 스타일 같아요! 아 그렇지만 의외로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기도 답니다.

 

▲스포츠라면 뭐든 좋아하는 안드레이. 그 중에서도 헬스와 등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Q. 한국에 온 지 벌써 5년째라니, 정말 긴 시간동안 한국에 머물렀는데 안드레이가 보는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제가 한국을 오게 된 계기가 조금 특별해요. 온라인상으로 알게 된 한국인 친구가 절 한국으로 초대했고, 그렇게 와서 만난 친구와 몇 달 동안은 연인 사이로 있었어요. 지금은 헤어졌지만요!(웃음) 이처럼 조금은 독특한 이유로 찾게 된 나라가 한국이었고, 실제로 와서 며칠을 지내다보니 이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사실 한국에 도착해서 국민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몰랐거든요. 하지만 한국에서 지내는 기간 동안 접했던 한국의 문화, 음식, 노래까지! 무엇하나 제 마음에 안 드는 점 없이 너무나 즐겁고 새로웠어요. 결국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국민대학교와 인연을 맺고 지금은 박사 과정까지 준비하고 있게 되었네요.

 

▲여행과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안드레이. 삶의 매 순간을 즐기는 것, 바로 그의 모토다.

 

Q.벨라루스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벨라루스가 어떠한 나라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맞아요. 한국에 와서 저를 소개할 때, 제가 어디서 왔는지 말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나중에는 제가 퀴즈를 내기도 했죠. “제가 어느 나라 사람일 것 같아요?“ 이렇게요. 그러면 대부분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러시아처럼 잘 알려진 국가들이 나오고, 벨라루스라고 얘기해주면 어디 있는 나란지, 어떤 나란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어요. 조금 서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러시아에서 왔다고 설명한 경우도 종종 있었죠.

벨라루스는 러시아 바로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조그만 국가로서, 인구는 천만 명이 조금 안되고, 언어는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를 함께 사용해요. 벨라루스의 자랑거리는 바로 빼어난 자연 경관이에요. 숲과 호수가 많아 자연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거든요. 러시아와 비교해본다면 ‘조금 더 부드러운 러시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러시아와 언어도 같고, 인종도 같으니 전체적으로 본다면 러시아와 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 사람들의 성격이나 생활 문화면에서 조금 더 유순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과 따뜻한 정. 그가 한국을 사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Q.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했거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아, 한번 있었어요! 물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무척 친절하고 살갑지만, 딱 한 번 한국인에게 상처를 받은 일이 있었어요. 저는 한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별 다른 준비기간 없이 바로 시작했기 때문에, 학비 마련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어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친구 중 한명이 저에게 일을 소개시켜줬어요. 외국인의 입장에서 기사를 기고하는 일종의 칼럼니스트 형식의 업무였어요. 그 때 저는 아직 한국 생활에 지금처럼 익숙해져있지 않았을 때였고, 외국인 신분에다가 일을 하고 월급을 받기에는 아직 비자 문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었죠.

하지만 저에게 일을 맡겼던 고용주는 저에게 안심하라면서 월급은 꼭 잘 지불해주겠다고 신신당부 했었고, 저는 그 말을 믿고 2개월 동안 매일매일 출근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다 끝나갈 무렵, 고용주는 계속해서 월급 지불하는 기간을 뒤로 미뤘고, 나중에는 결국 임금을 받지 못한 채로 연락이 끊기고 말았어요. 제가 외국인이고 비자 문제 상 정당하게 요구 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점을 알고 악용한 것이죠. 몇 번이나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이 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상처를 받았었어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분의 경우란 걸 알지만, 그 때 당시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3년 간의 엑스트라 일을 한 베테랑답게, 그는 이미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변신의 귀재다.

 

Q.벨라루스 대학생들과 한국의 대학생들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한국 대학생들을 보고 가장 의아했었던 점은 ‘왜 대학교의 이름에 그렇게 신경 쓰는가?’였어요. 저는 공부하는 곳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지역에 위치한 학교고, 얼마나 유명한 학교이냐에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건 자기가 얼마나 배우려고 노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어느 대학교를 가더라도 커리큘럼에서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내용은 모두 비슷하니까요. 벨라루스의 대학생들은 그런 점을 크게 신경 쓰지 않거든요. 한국의 대학생들이 입시와 대학교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알고 있어요. 자신이 어디에 속해있느냐가 중요한 것보다는, 내가 그 속에서 어떻게 노력해서 얼마만큼의 결과를 얻느냐가 더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사극 드라마에 출연하여 외국 외교관으로도 열연하였다.

 

Q.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에 엑스트라로 출연했었다고 들었어요! 정말 특별한 경험인 것 같은데, 어쩌다가 참여하게 되었나요?

제가 엑스트라로 일한지 벌서 3년이 되가네요. 처음에는 학비 마련 문제로 일자리를 찾아보다가, 친구의 소개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영화 국제시장에서의 제 역할은 미군이었어요. 부산 광안리에서 촬영을 했는데, 한국 전쟁 당시 흥남 철수 작전이 배경이 되는 장면이었어요. 저는 한국 어린이들에게 초콜릿을 주는 미군으로 열연했죠. 영화를 아직 보시지 않은 분이라면 집중해서 자세히 찾아보시면 제가 보이실 겁니다(웃음). 영화 국제시장 말고도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죠. 영화 ‘우는 남자’를 비롯해서 드라마 ‘아이리스2’, ‘시크릿 가든’, ‘더 킹 투하츠’ 등의 작품을 함께 찍었어요. 주로 덩치 좋은 외국인 보디가드나, 미군 또는 특수부대원 역할을 맡았어요. 제 이미지를 모두 그 쪽으로 보시더라고요.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 모두 ‘직업 군인이세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격투기 선수 효도르하고 닮았다고도 하더라고요. 별명이 북극곰이었어요. 백곰! 제 이미지가 곰하고 좀 비슷한가 봐요.

다니엘 헤니나 하지원 씨와도 가까이서 얘기할 기회가 많았는데 정말 좋은 분들이더라고요. 울랄라세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죠. 처음에는 단순히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더욱 잘 알게 되었어요. 이젠는 제 한국 생활에 있어서 두 번 다시없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죠.

 

▲영화 <국제시장>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였다.

 

Q. 졸업 이후 도전하고자 하는 일이나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따로 있나요?

한국어 능력 시험(TOPIK)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방학 때 열심히 공부해서 5급 이상을 취득하는 것이 제 목표거든요. 한국에서 지낸지 5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한국어는 무척 어려운 것 같아요. 아직까지도 반말과 존댓말 개념이 헷갈리기도 하니까요.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이후 한국에 서 아예 거주하면서 직장을 구하고, 결혼도 하고 싶어요. 제 사업도 한국 내에서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물론 아직 한국어도 많이 부족하고, 비자 문제와 자금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한국을 사랑하고 제가 하는 일들이 즐겁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노력해나갈 생각이에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이 그에겐 가장 즐거운 일이다.

 

Q. 다른 국가의 교환학생들과, 한국인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이란, 단순히 앉아서 하는 ‘학습’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수많은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이 어떤 학교를 어느 지역에서 다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핵심은, 내가 지금 여기 이 장소, 이 시간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선행적인 고민인 것 같아요. 대학교라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세요. 여러분들이 보고, 듣고, 얻고자 하는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누구보다 현명하게 사용할 줄 아는 대학생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의자에 앉아서 하는 학습 방식을 굳이 고집할 필요 없다고 그는 말한다. 진정한 경험과 배움은 교실 안이 아니라, 바로 저 울타리 밖에 있다고. 바다 건너 먼 이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가는 베테랑 유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의 하루하루는 매일이 새로운 체험과 지식으로 가득하다. 드라마와 영화의 엑스트라부터, 칼럼니스트까지! 터프한 외모만큼이나 화끈하게 하루하루 역동적으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그의 모습처럼, 우리도 주어진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매 순간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개척자로서 삶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