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종합문화매거진 채널168의 두 남자를 만나다
최원석 15.02.06 조회수 10699

 

요즘은 취업준비생이라는 단어가 있을 만큼 취업에 대한 어려움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취직이 된다고 해도 평생 직장은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생 직업을 찾으려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전민제(법과대학 공법학 전공 06학번, 채널 168 편집장), 조용찬(법과대학 공법학 전공 08학번, 채널 168 부편집장). 몇 번의 경험으로 결국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종합문화매거진 채널 168’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문화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웹진 형식으로 문화와 관련된 폭넓은 취재를 하는 것이다. 채널 168은 어떤 매체인지, 이들이 현재의 일을 하기까지 무슨 과정을 거쳤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웹진 종합문화매거진 채널 168의 홈페이지 화면

Q. 웹진 종합문화매거진 채널 168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민제(이하 제): 보통 저희는 주류 매체에서 주로 다뤄지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는 가능하면 지양하고 있습니다. 손이 잘 닿지 않는,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에 특히 주목하는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저널리즘은 객관적으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논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일반적인 저널리즘과는 대조적으로 굉장히 주관적인 것을 추구합니다. ‘세상엔 정말 객관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하는 의문에서 출발하게 됐죠. 결국 지금은 다양한 주관을 입체적으로 제시하면 그에 대해 독자가 판단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객관적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채널 168의 지면 성격도 저희의 이런 생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들 수 있을까요?
조용찬(이하 찬): 가령 저희 지면 중에 ‘이달의 아티스트’라는 코너가 있어요. 예전에 노라조의 인터뷰를 하게 된 적이 있는데, 노라조는 우리나라에서는 엽기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끈 그룹이죠. 삼각김밥, 야생마 분장 등 우스운 퍼포먼스로 대중들은 기억하지만, 사실 록 음악적으로 봐도 굉장한 그룹이거든요. 그래서 비교적 저평가되고 있는 부분들을 조명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대중들이 알고 있던 노라조의 모습과 저희가 조명한 모습을 잘 조화한다면, 보다 객관적인 노라조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 채널 168 웹진은 이달의 아티스트, 룩킹포루키, 스포츠 등 다양한 지면들로 구성돼 있다

Q. 지면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제: 종합문화매거진이지만 주로 음악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달의 아티스트’의 경우 해당 기간에 이슈가 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션들과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크라잉넛, 플라이투더스카이, 이디오테잎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루킹포루키’라는 코너는 일반 대중들은 잘 모르지만 홍대에서 한창 인기몰이를 하는 인디그룹,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을 보여주는 지면입니다. 그 외에 콘서트, 페스티벌, 뮤지컬 등 현장취재를 하기도 합니다.

Q. 음악 활동과 비교적 관련이 없는 취재들도 있던데요?
제: 음악 활동에 관한 기사와는 다른 소재를 다루는 지면도 물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포츠에 관한 지면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라고 한다면 축구, 농구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저희는 요즘 한창 뜨는 ROAD FC(국내이종격투기) 그리고 중년층이 봤을 때 '이게 스포츠인가?'싶은 e-sports도 스포츠로써 존중을 하고 기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홍진호, 임요환, 박정석 씨 등 e-sports 스타들과의 이야기를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찬: 홍진호 씨의 경우는 일반 방송에서 확 뜨기 전, 정말 시기적절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기사도 3-4페이지분량이 될 정도로 자세히 취재를 했는데, 당시 그 정도로 홍진호 씨에 집중하는 매체는 없었거든요. 최근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로 다시 한 번 인기몰이를 하신 김현정 씨도 이번에 인터뷰가 내정될 뻔 했는데 스케줄 때문에 보류가 되서 약간 아쉬웠어요.(웃음)

 

▲ 이들은 진지한 고민 끝에, 지금까지 즐겁게 해온 일의 연장선으로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Q. 본격적인 사업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찬: 제일 처음에 말이 나왔던 건, 편집장님과 법과대학 내 밴드 소모임 활동을 할 때였어요. 같이 술을 마시다가 뜬금없이 ‘음악잡지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말을 꺼내시더군요. 편집장님이 워낙 평소에 장난끼 넘치고 농담을 자주 하니 처음에는 웃자고 한 소린 줄 알았어요. 나중에 맨 정신으로 얘기를 나누면서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 저는 처음부터 진심이었어요.(웃음) 전공이 법이다 보니 법률 계열로 진로를 정하고 사법고시 공부를 2년 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공부가 어렵다기 보다는 재미가 없군요. 이걸 내가 할 일인가 싶기도 하구요. 부전공으로 광고학을 하면서 광고 쪽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광고학을 시작한 계기는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15초 예술, 30초 예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기업 문화를 접해보니 이 방향도 제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몇 번의 경험으로 생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하고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생각해보면 제가 재밌게 한 것은 밴드 활동, 공연 기획이더군요. 더욱이 인생은 짧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의 폭은 굉장히 넓은데 사람들은 차트에 올라있는 곡만 듣는 게 아쉽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음악과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음악 매거진을 만들면 제가 재밌게 할 수 있고 의미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 그들은 기획단과 함께 기획을 하고, 취재, 편집, 경영 등 전반을 관리한다.

Q.채널 168에서 각자 편집장, 부편집장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찬: 편집장이 전제적인 부분에서 프로젝트를 총괄 한다면 부편집장인 저는 직원이 모아온 재료를 취합하고, 세부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직원들이 원고를 완성해서 오면 교열 책임을 지는 것도 제가 하는 일입니다.

제: 부편집장 선에서 수많은 객관지 답안을 만들어 오면 본인은 답을 찍는, 즉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는 역할입니다. 어떤 기획안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낼까 기획하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체적인 회사 경영, 영업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겠죠.

Q. 기사 완성되어 공개되는 과정을 알려주세요.
제: 자랑이라고 한다면 4년의 기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았던 편집회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저희가 하는 일은 아이디어가 생명이기 때문에 신경 쓰고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죠. 주초에 에디터 편집장 등 기획단이 모두 모여서 각자 생각해 온 기획안에 대해 토의를 합니다. 부편집장, 편집장을 거쳐 최종 기획안이 결정이 되면 아티스트 등에 대한 섭외를 진행하게 됩니다. 일정이 정해지면 예산과 인원을 배정하고 취재에 들어가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글 담당, 사진 담당 2인 1조로 활동하게 됩니다. 작성된 기사는 부편집장의 교열을 거치고, 아트디렉터(디자이너)의 최종 디자인 작업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최종적으로 편집장의 승인으로 기사가 나갑니다.

 

▲ 건국대학교 축제에 대한 공개방송, 자선경매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했다.

Q. ‘사회공헌을 매개로 한 문화 잡지’임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나요?
제: 건국대학교에서 공개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아티스트들과 힘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행사였습니다. 건국대학교 기숙사 축제는 매년 진행돼오던 행사였는데, 작년에는 학교의 측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 행사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채널 168과 인디 아티스트들이 힘을 모아 이전의 축제와는 달리 변화를 주고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단순히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가벼운 주제부터 무거운 주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됐습니다. 동시에 조문근 씨, 폰부스, 스웨덴세탁소 등 많은 뮤지션들이 애장품을 내놓았고, 채널 168 직원들이 직접 셀러로 참여했습니다. 판매 수익금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단체인 ‘휴먼인러브’에 전달해서,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했던 활동이었습니다.

 

▲ 연남동덤앤더머 촬영(상)과 세계연극축제 디페스타 취재(하)가 기억에 남는다는 그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나요?
제: ‘연남동덤앤더머’라고 홍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성인취향의 밴드가 있어요. 예를 들면 노래 중에 ‘너랑 하고 싶다’라는 곡도 있어요.(웃음) 연남동덤앤더머와 인터뷰를 하고 촬영을 할 장소가 필요했죠. 그룹과 노래의 야릇한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는 장소요. 사랑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쑥스러워하는 커플의 심경을 담기 위한 곳으로 모텔을 정했습니다. 처음엔 사장님과 얘기가 잘 됐는데 당일 날 취소가 됐어요. 아티스트와의 인터뷰는 진행 중인데 다음 이동 일정이 취소가 되니, 대체할 인터뷰 장소가 필요한 거죠. 일대를 돌아다니다 떡집 앞을 지나면서 ‘여기라면 그 의미를 함축적으로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어요.(웃음) 임기응변으로 그 떡집을 섭외하고, 아티스트들의 성향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찬: 저는 다른 사건이 기억나네요. 세계연극축제 디페스타(D.festa) 취재를 편집장님과 가게 됐어요. 우크라이나,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각국의 사람들이 모인 축제였어요. 처음엔 미국 분과 영어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다음 인터뷰이는 일본 분이었는데, 제가 영어로 인터뷰를 시도했어요. 그런데 이런 행동이 편집장님은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일본 분과 인터뷰를 하는 만큼 기본적인 대화는 일본어로 하는 것이 기본 예의가 아니겠느냐는 것이었죠. 그래서 삼십 분 가량 일본어를 검색하며 연습을 하고, 인터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하게 된 사람이 우크라이나 분이었어요.(웃음) 우크라이나어는 지금까지 전혀 접해본 적이 없고, 검색을 해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 편집장님도 포기하고 저와 함께 영어로 인터뷰를 했던 게 기억이 남네요.

 


            
Q.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찬: 기본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저희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쭉 하고 싶어요. 사업을 하기 전부터 밴드 활동, 공연 기획, 페스티벌 참여 등 즐기면서 한 것들이니까요. 지금까지는 웹진 형식으로만 기사가 제공됐는데,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계간 형태로 폴라로이드 잡지가 3월 중순에 발간될 예정입니다. 웹진의 기사들처럼 아티스트들, e-sports, ROAD FC 등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세세한 정보을 제공하는 기사를 쓸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가장 중요시 하는 점은 재미있게 읽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보다 폭넓은 문화 생활을 소재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습니다.

Q. 국민*인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제: 요즘 취업과 관련해서 대외 활동, 공모전 참여 등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위 대기업의 갑질이니, 명문대 학생임에도 취업인 어렵다느니 암울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특히 무엇인가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 고민만 하다 마지막 순간에 가서 반강제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이런 경우 마음속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더군요. 실제로 업계 근처에 가서 이 일이 나한테 맞는지, 내가 해도 될 것인지 경험해보고 결정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을 사업으로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자리에 앉아 걱정만 하기 보다는 직접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결정을 하라고 조언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다. 지금까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