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 이후의 생활을 걱정한다. TV 드라마 <미생>에서 고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인턴사원 장그래를 보며 학생 시절과는 전혀 다를 엄격하고 딱딱한 회사 생활을 떠올리고, ‘나는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곤 한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긴장해야 할 것만 같은 직장 생활의 이미지, 정말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선배들은 실제 직장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광화문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턴사원 이제경(경영대학 경영정보학과 10학번) 씨를 만나 생생한 직장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현재 회사에서 맡고 계신 직무와 역할이 궁금해요.
저는 현재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컨슈머 마케팅 직무를 맡아 7개월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제품과 사업군에는 윈도우(Window), 엑스박스(X-Box), 서피스(Surface) 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시한 IT 디바이스인 서피스를 마케팅 하는 담당 업무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서피스를 소비자들에게 보다 더 효율적으로 어필하고 홍보하는 마케팅 업무를 주로 하고 있죠.
Q. 어떻게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 회사에서 일하시게 되었나요?
보통 IT라고 하면 시스템 또는 프로그램을 도맡아서 구축하는 개발자(Developer)의 이미지를 많이 생각하시잖아요? 제가 원했던 분야는 그렇게 완전한 개발자로서 보다는 ‘경영’과 ‘IT’라는 두 요소를 함께 융합시킬 수 있는 업무 분야 쪽을 원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가 IT 분야로서도 무척 유명하면서도, 마케팅이나 기획과 같은 경영학적인 요소도 많은 회사이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고 이렇게 근무해보게 되었습니다.
Q.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6개월 동안 근무를 하셨는데, 일하시는 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첫 번째로 제가 일했던 이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가 정말 ‘멋있는 회사’ 같다고 느꼈어요. 두 번째로는 함께 일하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분들이 많았다는 점이었죠. 우리나라의 IT 분야의 가장 앞선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대단한 분들과 업계에서 손꼽히는 분들이 많이 근무하고 계시고, 또 많이 거쳐 가시는 곳이 이 회사거든요. 그러한 분들과 함께 일하면서 IT라고 하는 직무 분야의 역사적인 흐름과 최신 경향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고,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회사 시설이나 업무환경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실제로 직장에서 일을 해보기 전에 TV 속 대중매체나 드라마 <미생>에서 봤었던 ‘직원’의 모습은 단순히 자기 책상에 앉아서 고정된 업무만을 수행하는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곳에 와서 느낀 것은 근무 장소나 업무 방식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고, 내게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면 그 이외에도 높은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이 가장 뜻깊었고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느꼈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큰 메리트였고, 어떻게 보면 정말 ‘이상적인 업무 환경’에서 근무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확실히 외국계 기업이고, IT 분야 회사여서 그런지 자유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추가로 또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보통 ‘인턴’이라고 하면 복사하고, 커피를 타는 모습을 쉽게 떠올리곤 하잖아요? 하지만 이곳은 그런 종류의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커피는 커피 머신을 통해서 간편하게 개인이 마시고, 대부분 휴대용 업무 디바이스를 들고 다니며 메일을 통해 자료를 주고 받기 때문에 복사도 그다지 할 일이 없는 편이거든요.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무리 인턴이라도 일정 부분의 프로젝트와 업무를 맡기고, 실제로 수행하며 경험해볼 기회를 제공해요. 실제로 제가 어떤 업무 사항을 실행하고 관리해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좋은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막상 인턴 생활을 해보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그럼 혹시 본인이 직장생활에 대해 미처 준비하지 못했거나 생각해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가 힘들었던 부분은 역시 언어였어요(웃음). 회사에 들어오기 전, 스스로 'IT 회사인데, 영어가 그렇게까지 중요하겠어?'라고 단순히 생각해버렸던 점이 무척 아쉬운 것 같아요. 컴퓨터의 모든 언어는 영어로 되어있고, 글로벌 기업인만큼 외국 자료도 많아서 그만큼 언어 능력이 중요하더라고요. 또, 한국 사람들이 일 처리도 잘하고 똑똑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이 보통 많잖아요?
하지만 외국어 능력이라고 하는 대외적인 기술이 없다면 단순히 이 회사 내에서, 한국 내에서 내부 구성원들끼리만 교류하고, 부딪히게 되다 보니까 성장할 수 있는 제한 폭이 작다고 느꼈어요. 저도 그랬고요. 타인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외국어 능력은 이러한 에너지를 ‘한국’이라고 하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적 무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반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이러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그럼 반대로, 직장 생활에서 제경 씨가 미리 놓치지 않고 준비했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은 부분이 있다면?
회사 생활을 조금이나마 해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내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고집스럽게 추구해서는 안 되는구나’라는 마음가짐이었죠. 보통 자신의 관심 분야가 아니라면 신경 쓰지 않고 배워보려고 하지 않는데, 그런 것보단 스스로 먼저 내 분야, 내 할 일이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배워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겉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나서서 몸으로 겪어보고 경험해본 뒤에 판단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제가 항상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삶의 태도가 이러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두 번째로는 뭐든 도전해보고 결과를 만들어봐야 한다는 제 가치관이었어요. 스스로 나서서 해보지도 않고 결과를 판단하거나 결정지어버리는 걸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거든요. 이런 부분이 특히 스스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여러 종류의 학교생활을 통해 그런 부분에 대해 조금은 캐치하고 있었던 것 같고, 회사 생활에 있어서 적지 않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학교생활을 통해 느끼신 점이 많은 것 같은데, 학교에 다니면서 진행했던 일 중 어떤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고 도움이 되셨나요?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에 ‘지암 이노베이터 스튜디오’라는 활동이 있었어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토론하며 과제를 수행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저한테 많은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보통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만을 공부하며 모두에게 주어진 똑같은 목표를 두고 달려가기 마련인데, 지암 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협동하며 융합하는 방식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그러한 과정에서 정말 내게 필요한 부분이 어떤 것이고, 버리고 나아가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저 스스로도 많이 변화되었던 것 같아요.
보통 주위를 둘러보면 학점 좋고, 공부 잘하고, 시험을 잘 치는 친구들이 ‘좋은 학생’의 케이스로 분류되곤 하잖아요? 반면에 지암 스튜디오에선 조금 ‘괴짜’ 같은 친구들이 많았어요.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한 친구들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과 협업을 하게 되다 보면, 정말 스스로 상상도 못 하고 꿈꿔보지 못한, 너무 재미있어서 저절로 밤을 새우게 되는 열정을 가지게 되거든요. 정말 이상적인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전공에 상관없이 한 번 도전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Q. 직장 생활을 하며 기억에 남는 해프닝이 있다면?
제가 다른 거로는 한 번도 혼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워크샵에 갔을 때 삼겹살을 못 구워서 혼난 적이 있어요(웃음). 단체 생활에 있어서 정말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스킬’을 놓친 셈이었죠. 학교에 다닐 땐 제가 고기 구울 일이 거의 없었는데, 사회 나오면 그렇지 않으니까요. 아, 또 생각나는 점이 있어요. 제가 만약 다시 다른 어딘가의 신입 사원이 된다면 가장 먼저 ‘소맥’ 자격증을 따고 싶어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기술이자 필수 요소라고 느꼈기 때문이죠. 어디 가서든 삼겹살 구우실 줄 알아야 합니다(웃음)
Q. 학교에서 들었던 학과 수업이나 여러 활동 중에서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들었던 전공 수업 중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게 있었죠. 그리고 제가 함고선(함께 고민하는 선배들)이라는 동아리를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깨달았던 점들이 많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함께 잘 뭉치고, 팀원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을 타인이 싫어하는지 말이죠. 학교 생활에서 겪었던 이와 같은 대인 관계적 요소들이 확실히 직장 생활에도 상당 부분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Q. 사회에 진출하는 걸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인턴으로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조금은 힘들었던 부분을 말해준다면?
먼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인턴은 TV 속 ‘미생’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정말 저에게 주어진 기회도 많았고 실무자들과의 미팅부터 업무 참가까지 많은 메리트가 있었거든요. 저에게 최고의 경험적 바탕을 제공해준 회사에서의 인턴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많은 부분에서 뿌듯했고 좋았던 것 같아요.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해보자면, 그란데도 ‘인턴’이라는 신분상 조금 서글픈 점들은 분명 있죠. ‘과연 지금 여기에서의 이 일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보장해주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순간이 오면, 스스로 많이 방황하게 되는 시점이 오게 되더라고요. 또 그러다 보면 건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직장 생활이 아니라 앞날에 대한 부담과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무거워지기도 하고요. 인턴을 하면서 저 스스로도 자괴감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회사에 가보시면 같은 인턴이지만 정말 너무나 대단한 친구들이 많아요. 제가 쉴 때조차 다른 친구들은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쉬지 않고 노력을 하고, 저는 그런 친구들을 쫓아가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들다 보니 저 혼자 지치기도 했죠. 또 대학생이라는 신분 속에서만 안락하게 있다가 막상 사회에 나오게 되니 나를 설명해줄 수 있는 ‘명함’ 한 장의 여부에 스스로가 평가되는 것 같을 때면 조금은 우울하기도 했고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시간인 것 같아요. 저에게 인턴 기간은.
Q. 마지막으로 사회에 먼저 뛰어든 선배로서, 학교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순히 ‘나는 인턴을 해봤다’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정말 단순히 호기심 반, 도전 반으로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었어요. 업무와 회사 생활을 비롯한 모든 부분이 다 신기했거든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자신이 무엇을 향해 이 생활을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지향점이 있다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많은 분들이 ‘해놓은 것이 없어서’, ‘자신의 학교에 만족하지 못해서’ 등의 여러 이유로 걱정하시고,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조금 더 자신을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생각하는 좋고 나쁨의 세부적인 기준은 사회에선 실제로 무의미할 때가 많다고 느꼈으니까요. 자신이 가지지 못하고,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앞으로 무엇을 이뤄나갈지에 대해 고민하시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획일화된 기준으로 평가되는 스펙보단, 내 이름을 어필할 수 있는 색다른 무언가에 도전해보시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담을 느낀다. 필시 학생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야생과도 같은 사회 속에 던져지는 것이 무섭고 걱정되기 때문이라. 그러나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내일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그 누구도 첫 시작부터 완벽하고 능숙한 이는 없기 마련이다. 자신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과 신념이 있다면 아무리 거칠고 사나운 풍랑 속 일지라도 분명 우리는 모두 능숙한 항해사가 될 수 있다. 학생이라는 껍질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내일을 향해 서툴지만 용기를 내 도전해보자. 그러다 보면 비로소, 어느 TV 속 드라마의 대사처럼 우리 모두 미생(未生)이 아닌 완생(完生)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