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뻥!! 작은 발이 힘껏 바람을 가르자 꼭 그만큼 작은 공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날아가는 공의 뒤꽁무니로 수십개의 시선이 초롱초롱 따라갔다. 이윽고 여기저기서 "뛰어라!", "화이팅!!" 등의 말소리가 잔디위로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방학을 맞아 고요히 잠들었던 운동장에 생기를 불어넣은 그들은 다름아닌 작년에 이어 다시 찾아온 '점점캠프'의 주인공들이다. 이 귀여운 손님들이 어떻게 초대받고 오게되었는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점점 캠프는 학습이라는 주제를 두고 1박2일간 국민대학교에서 참가학생들과 본교 학생들이 같이 합숙하며 동기,인지,행동 전략을 익히는 캠프형 프로그램이다. 행사를 주관한 이수진 교수는 점점캠프에 대해 "초,중,고 학생들이 다양한 학습 전략을 배우고 실천해보는 시간을 갖게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때의 학습전략이란 사교육과 같은 족집게 학습법이 아니라 학습의 동기부터 차근차근 짚어가는 근원적인 방법이에요.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그러기 위해 각자의 진로와 연결지어 보다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캠프를 구성하고 통솔하는 본교 학생들에게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든 과정이지만 그와 동시에 분명히 성장하게 될 거에요. 학생들과 관계 맺는 법을 미리 배우고 아이들을 보살피며 인내와 끈기를 익힐 수 있을겁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드러나는 자신의 강점, 미처 몰랐던 잠재력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전했다.
캠프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각각 28~29일, 30~31일 본교에서 합숙하며 진행되었으며 난이도의 차이를 둔 동일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었다. 또한 기억전략을 높이는 지지수업, 조직화 방법을 배우는 점점수업, 집중력을 높이는 노트필기법 등의 교육과 젬베, 도미노, 미니운동회 등 어린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체육활동이 적절히 혼합되어 신체의 전부분 발달을 이루게끔하였다. 총 세 개의 반을 편성했으며 다시 5~6명씩 묶어 조를 배정, 학생들의 협동심과 사회성을 증진시키도록 했다. 학부생, 컨설턴트, 교수 등 국민*인들이 모여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운영되었으며 성북구의 지원을 받아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시켰다.
한편 이렇게 체계적인 자기주도학습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는 2008년 부터 약 7년여에 걸쳐 온 연구가 바탕이 되었다. 참가하는 학생들의 만족도와 활동성을 고려해 타악기 체험과 같이 신체를 이용하는 학습을 고안해냈고, 교실 강의의 질 역시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아닌 토론과 발표 등 쌍방향 의사소통의 형식으로 보완했다. 뿐만 아니라 본교의 인적, 물리적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려 노력한 점도 눈에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의 재능을 빌리고 학교 건물의 구석구석을 이용했다. 이수진 교수팀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캠프를 발전, 확대시킬 예정이다.
동구여자중학교 1학년 김지연
"활동들 모두가 재밌었지만 특히 조원들과 합심해서 과제를 만들고 제출했던 꿈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저희 조는 노인분들도 쓰실 수 있는 끝부분이 잘 보이는 테이프를 발명, 발표했는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부터 발표 방식을 정하는 것까지 다같이 의논하고 협력해서 더 뜻깊었어요. 노트 필기법이나 암기법처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학습방법을 알려주신 것도 좋았어요. 앞으로 시험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월곡초등학교 6학년 유정완
"친구가 캠프에 같이 가보자고 해서 오게 되었어요. 도미노 쌓기랑 미니운동회가 무척 재밌었어요. 도미노를 쌓다가 쓰러뜨리기도 하고 운동회에선 뛰다가 넘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엔 완성하고 완주해서 뿌듯하고 기뻤어요.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만났어요. 선생님들도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어요."
영어영문학과 11 김예원
"작년에 이수진교수님 강의를 듣다가 권유를 받아 스탭(아이들을 통솔하는 반장 혹은 조장 선생님)으로 참여했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정도 쌓이고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느꼈어요. 그 때의 경험을 다시 체험하고자 이번에는 운영진(강의를 비롯해 캠프의 내용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팀)으로 오게 됐는데 역시나 즐겁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창의성을 보여주는 아이들에게 때때로 놀라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챙기는 예쁜 마음씨에 감동받기도 해요. 내년 1학기가 마지막 학기인데 아마 그 때 열릴 점점캠프로 제 대학생활이 마무리되지 않을까싶어요.(웃음)
캠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해단식, 그리고 용두리 앞에서의 기념사진 촬영까지 마치고 나니 아이들은 그제야 1박2일간의 일정이 끝났음을 실감한 듯 했다. 정 든 선생님과의 이별이 못내 아쉬워 한 번 더 팔에 매달려보기도 하고, 고사리 손으로 전화번호를 누르며 연락을 당부하기도 했다. 아쉬운 건 선생님도 마찬가지. 학생에게 끝까지 믿음직스런 모습만 보이고자 몰래 눈을 훔치고 고개를 흔들며 안녕을 고했다. 티없이 맑은 웃음으로 캠퍼스를 채웠던 아이들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이 어른의 그것보다도 커보인 건 그들이 선사한 크나큰 감동때문일 것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누구에게라도 먼저 다가갈 줄 알던 아이들. 어쩌면 '점점'자란건 아이들보다도 그들을 지켜보던 어른들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