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인간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위대한 사랑, 연극 BENT
박종수 15.06.06 조회수 11172

인간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위대한 사랑, 연극 BENT 공연 중 사진

1979년 런던 로열 코트 극장에서 영국의 대배우 이안 맥컬린이 맥스 역을 맡아 열연하고, 영국 웨스트 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관객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선사했던 마틴 셔먼의 휴먼 드라마가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 앙코르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2014년도 상연된 후 뜨거운 호평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올랐다. 초연에 이어 이번 앵콜 공연 또한 공연예술학부 연극전공 김혜리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홀스트 역에는 배우 서형빈(예술대학 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전공 09학번) 동문, 무대감독으로는 안창현(예술대학 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전공 08학번) 동문 등이 참여하여 만들어낸 극이다.

 

동성애를 주제로 시작해 인간의 모든 인권, 사랑, 인간성 그리고 삭막해져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의 인간성 회복 가능성에 대해 그리고 있는 작품. 그리고 국민대학교 구성원들의 힘으로 막을 올린 연극 BENT를 소개한다.

 

인간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위대한 사랑, 연극 BENT 공연 중 사진▲ 수용소로 잡혀가는 기차 안에서 폭행 당한다.

연극 BENT는 영국 국립극장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연극 100편 중 한 작품이다. 1979년 런던에서 대 배우 이안 맥켈런을 주연으로 선보여 연극계에 대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35년간 40여 개 국가에서 꾸준히 상연될 정도로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극단 ETS에서 국민대학교 김혜리 교수가 총 연출을 맡으며 2014년도에 국립극장 별오름에서 첫선을 보였다. 곧이어 2015년도 6월 5일부터 큰 관심 속에서 앵콜 공연을 선보인다.

 

인간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위대한 사랑, 연극 BENT 공연 중 사진▲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무고하게 죽임을 당한다.

연극 BENT는 독일 나치즘 하에서 동성애자가 겪은 핍박에 대해 설명한다. 1막과 2막으로 나누어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당시 유대인보다 혹독한 대우를 받은 동성애자가 겪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극 BENT는 관객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의 존재를 부인한다면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사랑을 지키는 인간의 모습은 목숨보다 소중한 그 무엇을 생각하게 한다. 나치즘 시대의 수용소와 동성애를 다룬 연극인만큼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린다.

 

인간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위대한 사랑, 연극 BENT 공연 중 사진▲동성애의 사랑을 표현한다.

동성애자인 주인공 맥스는 자신의 애인 루디와 함께 살고 있다. 나치 정권이 출범하면서 이 둘은 수용소로 끌려간다. 수용소로 가는 기차 안에서 루디는 이유없이 나치에게 죽임을 당하고 이에 맥스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간다. 수용소 안에서의 막노동은 몸도 마음도 지치게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간호원이었던 홀스트에 의지하며 견뎌낸다. 서로는 사랑으로 힘겨운 현실을 버텨내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좌절한다. 결국 비극적인 사건으로 맥스와 홀스트는 영영 사랑할 수 없게 된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맥스의 침묵은 그 어떤 처절한 비명보다 크게 마음을 울린다.

 

인간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위대한 사랑, 연극 BENT 공연 중 사진▲ 사랑하는 이가 눈 앞에서 죽는다.

나치와 동성애라는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단어는 극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그 난해함 속에서 사랑이라는 일반 언어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수용소에서는 연일 비명이 울려 퍼지고 어제 함께 일했던 이가 오늘 이유도 없이 무참히 죽임을 당한다. 사랑하지만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두 사람은, 결국 한쪽이 죽고 나서야 상대를 품에 안아본다. 연출은 명확한 전개와 뚜렷한 주제 전달을 통해 관객을 무대 위로 올린다. 연극 BENT는 성 소수자를 통해서 인권을 생각하고, 인권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인간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위대한 사랑, 연극 BENT 공연 중 사진

Q. 나치와 동성애를 다룬 연극 BENT에 담긴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요?

연극 BENT는 인권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수와 다른 소수라고 사람의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 모두가 누리는 기본권을 빼앗고 누군가에게 소수를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게 하는 연극이다. 홀스트는 수용소에 오기 전에 아픈 사람을 돌보는 간호원이었다.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수용소에 갇힌다. 중노동에 시달리는 수용소 생활 속에서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모습은 여러모로 관객에게 여운을 남긴다. 인간의 본능을 가둘 수는 없듯이 단순히 산다는 의미를 넘어서 인간답게 산다는 뜻이 극 속에 담겨 있다.

Q. 국민대 구성원들을 주축으로 이번 공연을 올렸는데, 이러한 방식을 기획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국민대 예술대학 공연예술학부는 타 대학 과에 비해 역사가 조금 짧다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축적된 힘이 대단하다. 사회로 나간 졸업생은 다양한 활동으로 위상을 높이고 재학생은 이를 본받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인지한다. 그러나 전공 특성상 입지가 좁아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이 기회를 잡기 힘들어한다.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이번 BENT 공연이 그런 기회를 제시할 것이다.

Q. 연극 BENT를 보러 올 국민*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에는 개인이 고르고 거부하는 것에 자유가 주어진다. 좋아하면 좋아하고 싫어하면 싫어할 수 있다. 명확한 호불호 속에서 개인의 다양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세상을 볼 때는 기호에 따른 안목보다는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새로운 것에 늘 도전하고 깊이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에 시간을 갖고 생각해본다. 모든 생각에 의문을 품고 다른 이의 생각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극 BENT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므로 깊이 있는 시각을 갖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했으면 좋겠다.

 

인간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위대한 사랑, 연극 BENT 공연 중 사진

Q. 배우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많은 연기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학부 때 실무에 대한 특별한 교육이 많다는데 소개 좀 해주세요.

학기 중에는 이론과 연기 연습 등 구체적으로 이론을 배운다. 교수님들과 학생들 간의 열정으로 수업을 완성한다면 그 이후 방학에는 학생들끼리 하나의 극을 완성하는데, 자유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연기에서 연출 그리고 무대 제작 조명 등등 모든 것을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한다. 수업 때 배운 것을 토대로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자신만의 재능과 능력을 발견한다.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대비하여 스스로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연극 BENT에서 동성애와 나치라는 생소한 연기 상황 또한 학부 때 쌓은 다양한 경험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

 

인간의 생존과 인권을 위한 위대한 사랑, 연극 BENT 공연 중 사진

Q. 다양한 소품 없이도 극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연출하는데요. 무대 감독으로서 연극 BENT에 가장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일단은 가장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극이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관객과 소통한다면 무대감독은 배우와 소통한다. 사소해 보이는 소품 하나하나와 적절한 순간에 흘러나오는 음악 등 무대 위의 배우가 연기하는데 도움을 준다. 연출은 최종적으로는 결국 관객과 소통하지만 배우의 연기를 조금 더 원활하게 도와주는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국민대학교 교수님, 재학생, 동문들이 주축으로 진행된 연극 BENT는 원활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 간의 시간과 경험이 쌓아준 소통과 단합으로 인해 성향 파악도 쉬워서 극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수월했다.

 

 

극 중에서 수용소에 갇힌 주인공 맥스는 무거운 돌을 한쪽으로 옮기고 다시 원래 자리로 옮긴다. 목표가 없는 무의미한 일에 몰두하는 맥스는 미쳐버릴 상황에서 홀스트에게 의지하여 마음을 붙잡는다. 비록 편하게 대화 한마디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잠시나마 스쳐 가는 눈빛만으로도 어두운 현실을 견뎌낼 수 있다. 어떠한 일이든 포기하는 순간에는 너무나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손을 잡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희망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 공연 예약/문의 : 극단 ETS 홍보 정유진 (010-3707-8618)
  • 온라인 예약 : 온라인 예매 및 공연 자세히 보기
  • 특전 : 국민대학교 학생 및 교직원 50% 할인 제공 (단, 전화 예매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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