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여기, 한국의 역사가 좋아 한국으로 건너온 터키인 유학생이 있다. 우연히 연극에 매료돼 대학로에서 연극 활동을 하는 아이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작년 9월 교환학생으로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5학번에 다니게 된 아이챠는 국민대 글로벌센터에서 공부하고 있다. (국민대학교는 외국인 유학생들 유치에 적극적이며, “글로벌 버디”, “드림 드림 프로그램”과 같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 "글로벌 버디" 관련 기사, "드림 드림 프로그램" 관련 기사)
아이챠의 하루는 공연과 연습의 반복이다. 한국에 온 지 10개월동안 1번의 연극을 치르고, 지금은 한국에서의 마지막이 될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힘들긴 하지만 연극을 함으로써 “진짜 사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 진짜 살아 숨쉬는 기분은 어떤 걸까. 온통이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이챠의 하루를 담아보았다.
반가워요 아이챠! 먼저 자기소개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전 터키에서 온 아이차라고 합니다. 한국에 온 지 10개월 됐고, 10개월 동안 국민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고, 대학로에서 연극생활 하고 있습니다.
▲ 카페에서 만난 아이챠.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중
터키랑 한국이 형제의 나라라고 하잖아요. 터키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때요?
요즘 한류 덕분에 한국 K-Pop 듣는 사람도 많고, 드라마 보는 사람도 많아서 유명해요. 저같이 드라마를 번역하는 사람도 많고요.
번역이요? 터키말로 하는 거예요?
네. 근데 처음엔 영어 실력을 더 늘리고 싶어서 하는 거였는데, 사실 제가 한국말을 더 배웠어요. 하다 보니까 한국어도 들려서 한국어를 더…. (웃음) 자막이 처음에 한국말에서 중국말로 바뀌고, 중국말에서 영어로 바뀌고, 그 다음에 터키말로 바뀌어서 오역인 게 많아요. 요즘은 영어자막을 안 보고 바로 한국어를 듣고 번역해요. (웃음)
번역하면서 연예인들 많이 봤잖아요.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있어요?
저는 현빈 좋아해요. 오래 전부터 사실 팬이에요. 근데 여기 오고 아는 배우 많아졌잖아요. 그 정도는 이제 신기하게 안 보이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TV에서 봤던 배우보다 더 잘하는 배우를 직접 만나서 그런가 봐요. TV로 배우들도 잘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본 사람들이 더 잘 해보이더라고요.
▲ 연극 "챠이카" 마지막 공연 당시 아이챠의 모습!
맞아요. 연극배우들 연기 정말 잘하죠! 그럼 아이챠는 한국 와서 연극을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전혀 할 생각이 없었어요. 터키에 있을 때 SNS로 만난 문영동이라는 배우가 있는데, 그 사람을 통해서 우연히 연극을 시작하게 됐어요. 만나서 다 같이 놀고 사진 찍은 사진을 “챠이카” 연출님이 보고 러시아 사람같이 생겼다고 한번 오라고 했었죠.
처음엔 “나는 능력도 없는데 어떻게….”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거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한 번 해보라고 계속하니까 “아 그럼 한번 해보자!” 하고. (웃음)
연극의 길로 이끌어 주신 분이네요. 문영동 배우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거예요?
제가 터키에 있을 때 드라마 자막을 번역했었잖아요. 그러다 번역한 드라마에 나오는 어떤 배우를 페이스북에서 보고, 친구 수락하고 얘기하다 한국에 오면 연락하자 그랬었죠. 그게 문영동 배우였어요.
연극 하는 건 재미있어요?
무대에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제가 특별한 것 같고 무대에 가면 이제 저 아이챠 아니고 다른 사람이잖아요. 그렇게 믿고 하면 재밌어요. 그냥 다른 생활, 다른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일 재밌어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뷔시라! 원래 아이차가 하는 하녀역을 같이 하는 건가요?
네, 더블로 하는 거예요.
어디서 오셨어요? 아이차랑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죠?
터키요. 근데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에요.
아이차는 어떤 친구예요?
아이차는 좋은 친구에요. (웃음) 완벽해요. 장난식으로 때리는데 그땐 무섭긴 해요. (웃음)
뷔시라씨는 어떻게 연극을 하시게 된 거예요?
아이차는 우연히 온 건데 저는 아이차가 불러서 왔어요.
한국생활은 어때요? 둘이 친하게 지내요?
평소에 알바를 하면서 학교 다녔어요. 아이차랑은 친하게 지내고요. 연극도 같이 하니까.
▲ 멤버들과 7월 29일 공연할 “2016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 아마데우스” 연습 중인 아이차! 아자!
최근에 “챠이카” 마지막 공연을 끝냈잖아요. 지금은 다른 연극준비 중이라면서요?
네. 지금은 “2016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 아마데우스” 연습 중이에요.
처음 극단에 들어와서 연습하면서 힘든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에 한국 왔을 때는 한국말을 할 수 있어도 지금처럼 하진 못해서 대사도 잘 알아들을 수 없고, 사람들 하는 말도 다 알아들을 수 없으니까 힘든 게 있었어요. 잘못 알아들어서 실수하는 것도 있고 막내 생활도 있잖아요. 극장에서 막내 하는 것도 힘든데, 말 못 알아듣는 건 더 힘들더라고요. (웃음)
아무리 형제 나라라고 하더라도 문화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한국생활 하면서 느껴본 적 있어요?
네. 한국에서 선배 후배 그런 거 있잖아요. 터키에서도 어른들한테 존댓말 반말 구분이 없었어도 행동으로 하는 게 있었는데, 여긴 좀더 심해요. 제가 처음에 왔을 때 외국인이라 저한테 그런 건 없었는데, 갈수록 이제 다 알아서(웃음) 저한테도 똑같이 행동해요. 근데 전 좋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하고 저하고 다르게 대하면 저도 불편하니까. 그래서 저도 해요. 후배들이나 늦게 오는 사람 있으면.(웃음)
▲ 경복궁의 웅장함을 구경하는 아이챠의 모습
그런데 아이차! 많은 나라 중에 한국으로 온 이유는 뭐였어요?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예전에 역사 공부를 하고 역사 대학원에 다니면서 역사에 관심이 많았었어요. 그러다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생겨서 배우고 싶고, 한국을 알고 싶어서 한국어학과에도 들어가게 된 거예요.
한국역사 중에 어떤 게 제일 흥미 있었어요?
다 신기하게 보였어요. 특히 조선 시대에 관심이 많아요. 조선 시대 사림파 이야기도 관심 있게 읽었고요.
와, 사림파를 아니까 신기하네요. 멋있어요! 그럼 꿈은 역사학자인 거에요?
그런데 지금 좀 연기 쪽으로 가면 어떨까 혼란이…. (웃음)
한국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전주요. 거기가 제일 좋았어요. 한옥마을이 특히요. 그건 여기 경복궁도 그렇고요. 구경하는 것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그냥 좋은 시간 보냈던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아요.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나만의 한국 적응 노하우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가끔 유학생들 보면, 자기들끼리 놀고,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이랑만 있더라고요. 한국말을 배우려는 학생이면 한국 사람과 좀 사귀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한국생활에서 가장 좋았던 건 터키 친구들이랑만 놀지 않고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있어서 한국말을 많이 배운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돌아가면 한국에서 가장 추억에 남는 일이 무엇일 것 같아요?
연극이요. 연극! (웃음)
“이렇게 유학생활을 알차게 보냈다니!” 우연한 기회로 연극을 접했지만, 그 연극으로 인해 아이차의 하루는 알찼다. 또한 책으로만 보는 한국이 아니라 정말 한국 사람들 속에서 한국 문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뜻밖의 기회가 인생을 바꿔놓는다는 말이 있다. 예상치 했던 경험으로, 역사가만을 꿈꾸던 그녀는 이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꿈을 선택하든 멋진 건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아이차의 길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