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한 달 전 종강을 맞이하고 바로 인턴을 시작하게 된 A씨. 집과 회사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 아니라 지하철에서 볼 예능 한 편을 스마트폰으로 본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지루할 시간들도 예능을 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모니터를 켠다. 계속되는 업무에 눈은 한시도 모니터를 떠나지 않는다. 눈이 뻑뻑해질 무렵,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다른 인턴사원들과 수다를 떨며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다. 그렇게 퇴근까지 쉬지 않고 두 눈은 모니터를 향한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피로가 몰려온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내려앉는 느낌에 침대 위로 올라가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손은 스마트폰을 향해 있고 잠들기 전까지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A씨의 하루는 이렇듯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과 컴퓨터와 함께한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이 A씨로 하여금 불면증이나 우울증을 겪을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인체의 리듬을 깨뜨리는 빛 환경을 바로잡고자 하이브리드 디바이스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우리 대학 '일주기 ICT 연구센터'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먼저 하이브리드 디바이스를 이용한 일주기 ICT 연구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하이브리드 디바이스를 이용한 일주기 ICT연구센터’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2016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컴퓨터SW/통신/정보기술융합 분야 ERC (Engineering Research Center) 에 선정 되었어요. 일단 ICT의 개념은 쉬워요.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이라는 정보통신기술의 약자에요. 정보통신기술을 연구하는 센터라고 보시면 되는데 무엇에 관한 정보통신기술이냐 하면 일주기에 관련된 거예요. 일주기 라는 것에서 일은 며칠 할 때 그 일이에요. 즉, 24시간을 말하는 거죠. 24시간 지구 자전주기에 따라 사람의 일주기 리듬이 교란 되어서 생기는 현상을 정보통신기술환경을 이용해서 치유해보자는 목표로 나오게 된 것이 저희 일주기 정보통신기술 연구센터입니다. 사람은 일주기 리듬에 맞춰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지속적인 빛공해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생활 습관이 깨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일주기 리듬이 깨지게 되면서 불면증, 우울증 같은 부작용이 오게 되는데요. 그래서 저희는 ‘일주기 리듬이 깨져있는 현대인들의 환경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서 정상으로 되돌려보자.’ 라는 것에 대해서 공학적, 과학적으로 연구를 하는 센터입니다.
▲일주기 리듬을 나타낸 그래프.
Q. 일주기 리듬이라는 것이 약간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그 개념을 설명해 주신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일단 일주기는 몇 월 며칠 할 때 그 일을 말하는 겁니다. ‘바이오리듬’ 이라는 말 자주 들어보셨죠? 그게 지구 자전주기와 관련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인간이 지구의 자전주기에 정상적으로 노출되면 몇 시쯤 햇빛을 받아서 일어나게 되고 언제쯤 되면 잠이 드는지 인식하는 기관이 중추신경계에 있어요. 이걸 어려운 말로 시신경교차상핵 (suprachiasmatic nucleus, SCN)에 존재하는 중추생체시계(central clock)라 부르는데, 이 시계가 활성화되어 신경전달과 호르몬 (예컨대 멜라토닌) 분비를 주기적으로 조절하고 몸의 주요장기에 분포한 말초생체시계(local clock)를 외부의 빛/어둠과 동기화하게 되면 수면각성, 혈압, 심박수, 호흡수, 호르몬의 분비 등의 생리현상과 몸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장기와 근육, 뼈 등의 신진대사를 포함하는 생화학적, 생리학적 또는 행동학적 활동들의 활성이 24시간 주기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게 되는데, 이를 영어로는 Circadian rhythm. 우리나라 말로는 일주기리듬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건 사람의 눈으로 보면서‘ 아 지금 해가 떴구나.’, ‘해가 지겠네.’처럼 인식하는 것과는 조금 달라요. 시각적인 것 외에 일주기 리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빛의 독특한 파장대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인간이 노출되는 빛 중 이 파장대의 빛이 지구자전주기에 따른 자연광에 잘 맞으면 이 사람의 생체시계에 따라서 사람 몸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가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어요. 예컨대 언제 체온이 최고/최저가 되고 언제 근육의 능력이 가장 최고/최저가 되고 등등...문제는 낮에 바깥에 나가서 햇볕을 보는 게 아니라 실내에서 일을 하고, 밤에도 안자고 스마트폰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이 리듬이 다 깨져 있다는 얘기에요. 밤을 예로 들어 볼까요? 우리나라의 야경을 보면 미국 시애틀에 비해 굉장히 파랗습니다. 파란 빛이 사람의 잠을 방해하는 빛이거든요. 그래서 밤에 스마트폰을 보면 호르몬이나 온갖 장기들이 ‘아 지금은 밤이 아니고 아직 낮인가 보다.’ 라고 느끼게 되요. 그럼 장기들이 밤에 사람이 잘 때 해야 할 일을 못한다는 거죠. 그러면 계속 이 사람들의 일주기리듬이 정상치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불면증, 우울증, 면역력 약화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일주기리듬 복원용 LED 램프
Q. 개발하고 계시는 제품 중에 램프가 있는데, 램프로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한데요. 이 램프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치료해주나요?
한 가지 케이스를 말씀 드릴게요. 북쪽의 아주 추운 지방에 백야현상이 나타나잖아요. 그 백야현상 때문에 밤에도 해가 안지고 환한 것이 지속되죠. 그래서 그 쪽 사람들의 호르몬이나 장기들이 밤에 해야 하는 일들을 못하게 되면서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아침에 일을 나갈 때 몸이 완전히 틀어져 있는 상태가 되잖아요. 그래서 국가에서 아침에 나갈 때 지금이 아침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줄 수 있는 인공적인 색의 빛을 대형램프로 쏘아주면 노동자가 그걸 일정 시간씩 보고 일을 하러 가는 거예요. 일종의 빛을 이용한 치료가 되는 거죠. 원래 자연색은 색의 온도가 있거든요. 자연광으로부터 일주기 리듬을 인식하는 central clock 입장에서는 저녁에 느끼는 색은 약간 노을 빛 같은 호박색이고, 한낮에 느끼는 색은 상당히 푸른 빛 이예요. 어떤 사람이 야간에도 푸른 빛 환경에 노출되면, 이를 낮이라고 느낀 central clock에 의해 멜라토닌 (건강한 수면상태를 유도하는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고, 건강한 수면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밤에 멜라토닌이 못 나와서 힘들어하는 사람은 멜라토닌을 촉진할 수 있는 빛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이 사람의 central clock 근처로 보내주는 거죠. 그럼 다른 장기들도 ‘지금은 밤이고 멜라토닌이 나와야 하는 시간이구나.’ 라는 걸 알고 밤에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거죠. 램프나 빛을 받아서 치료를 한다는 게 아직까지는 조금 이상하죠.(웃음) 근데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램프들의 초기 형태가 이미 제품으로 많이 나오고 있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치료의 효과에 대해 알고 있고요.
▲하이브리드 디바이스
▲실제 하이브리드 디바이스를 이용한 실생활 (가상)
Q. LED램프 외에 스마트 패치 형 센서, 스티커 형 사물인터넷 센서 등을 개발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것들은 자세히 어떤 것 인가요?
네, 간단하게 말하면 안경, 패치, 스티커로 총 3가지가 있어요. 이게 바로 하이브리드 디바이스입니다. 위 그림을 보면 안경에서는 파란 빛이 나오죠. 그리고 몸에 붙이는 스마트 패치가 형상화 되어 있고 그 다음에 주변 사물에 붙이는 IoT스티커가 있습니다. 안경은 이 사람이 받는 빛의 환경을 계속 센싱을 하는 거예요. 안경을 쓰고 있으면 그 안경의 센서에서 어떤 빛의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24시간 계속 체크를 합니다. 그래서 그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통신으로 주는 거죠. 그리고 스마트 패치는 그 사람의 몸에 붙이는 거예요. 어떤 역할을 하는 거냐면 몸의 여러 가지 생체 시그널들을 체크를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체온, 맥박 수, 근전도, 심전도 등처럼 몸에서 나오는 온갖 신호들을 센싱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것 또한 24시간 계속 체크가 되어서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이 되는 거예요. 그 다음에 IoT스티커에 대해 설명 해 드릴게요. 예를 들어 이 사람이 운전을 한다고 할 때 IoT스티커를 차 어딘가에 붙여 놓으면 되요. 그리고 운전을 하면 되는 거죠. 패치는 몸에 붙이는 거고. 이 스티커는 주변 사물에 붙인다고 생각하면 되요. 그리고 운전을 하다가 밥을 먹으러 가면 이 스티커를 뜯어서 또 자신의 주변 어딘가에 붙이면 되요. 이런 식으로 이건 이 사람이 놓여있는 주변 환경을 센싱하는 스티커에요. 사람이 노출되는 광 환경, 생체 시그널, 주변 환경까지 3가지를 실시간으로 체크하여 스마트폰을 통해 빅데이터 서버에 접속하고, 이 사람의 일주기 리듬이 정상인에 비해 얼마나 교란되어 있는지를 판단한 후 안경에 내장된 LED에 명령을 내려 맞춤형 광치료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광치료의 결과를 하이브리드 디바이스로 확인하고 적정한 시점에 치료를 멈추게 되는 것이죠. 하이브리드 디바이스는 앞으로 약 2년 정도만 있으면 안경부터 차례대로 실물로 나올 예정입니다.
Q. 연구를 하는데 있어서 중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가장 중요한 건 학문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이 잘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실사구시라는 말을 매우 좋아하는데, 실용성과 학문적인 원천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을 반드시 대학에서 해야 한다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우리 연구가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일주기 리듬이 교란된 것에 의해서 치료가 잠재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을 대략적으로 추산해보면 전 세계인구의 8분의 1이거든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이걸 싼 값으로 공급받을 수 있으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각각 사람들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사는 지를 체크해서 필요한 정도의 치료행위만 할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죠. 또 하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도 제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에요. 하드웨어는 말 그대로 안경, 패치 등을 말하는 거고 소프트웨어는 보이지 않지만 센싱한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광치료의 필요량과 시점을 판단하고 구현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이죠. ‘아 이 사람이 지금 정상인에 비해서 일주기 리듬이 2시간 틀어졌다.’ 라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엄청 많은 데이터들이 모여야 합니다.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는 것이 제가 연구에 중점을 두는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Q. LED 램프처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사회가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앞으로 생활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앞으로는 데이터들이 아주 싼 값에 쉬운 방법으로 많이 모일 거예요. 또한 이제는 다양한 센서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스마트폰에 신체의 일부를 갖다 대면 산소포화도나 맥박수가 나오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처럼 앞으로는 센서들을 악세사리처럼 들고 다닐 때가 오기 때문에 데이터가 엄청 많이 모일 수 있어요. 근데 문제는 ‘데이터들을 어떤 용도로 어떻게 조합해서 쓸 것이냐’ 이게 굉장히 중요한 세상이 된다는 거죠. 즉, 이 센서들을 잘 조합해서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가 시장과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는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이로 인해 사생활 보호나 보안이 중요한 시기가 올 거예요. 다양한 데이터에서 수집된 센서들이 다 스마트폰에 모이면 스마트폰을 한 번 잃어버렸을 때 그 사람들의 건강, 사생활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보안이 매우 중요한 세상이 될 것 입니다. 따라서 오픈하는 데이터, 절대 오픈하지 않는 데이터,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데이터 등 이렇게 확립되어야 하는 세상이 곧 오는 거죠. 결과적으로는 데이터가 저렴해지고 그 양이 무한히 많아지는 세상이 올 거예요. 그럼 그것을 어떻게 잘 조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이기는 사회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Q. 이번에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2016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7년간 132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면서 연구를 진행하실 텐데, 이번 연구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일단 7년 동안 우리가 하려는 연구를 다 하는 것이 사실은 매우 도전적이고 어려운거예요. 그래도 저희가 이런 제품들을 잘 만들어서 이걸 갖고 교수님, 학생들과 같이 창업을 하거나 큰 회사에 기술이전을 한 후 그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팔도록 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면 이게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임상데이터로 내놓고, 식약청이나 FDA인증도 받아야 하겠죠.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센서들의 조합 그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으로 개인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춤으로써 국민 건강이나 복리후생에 기여해보자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이렇게 치유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통신기술 환경이 조성되면 최종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일주기 리듬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뭔가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는 거죠. 예를 들면 이 사람의 24시간 생체 신호와 주변 환경에 대한 것이 실시간으로 다 동기화되어서 데이터로 있다는 거예요. 그럼 우리나라와 외국의 데이터처럼 다른 지역,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데이터가 다 모이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단순히 일주기 리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아이디어만 내면 훨씬 더 우리 환경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들의 개발이 가능해지겠죠. 일단 지금은 일주기리듬을 치유하는데 목적을 가지고 아주 구체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방법론이나 모든 인프라들이 깔리면 그 담에는 훨씬 더 전 인류를 위해서 유용한 일들을 하는데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예컨대 유행성 질병 조기 제어, 테러범 추적 등 아직은 먼 얘기지만 이 부분을 좀 더 확장하고 싶은 욕심은 가지고 있어요. 일단은 7년 동안 우리 센터를 잘 운영해서 정말 한국에서 굉장한 것이 나왔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어느새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생활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길거리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대단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일상 속에 녹아들어 아무 곳에서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지금, 간략하게나마 살펴본 ‘하이브리드 디바이스를 이용한 일주기 ICT연구센터’ 의 연구들도 현재로써는 감조차 잘 안 잡히겠지만 언젠간 이 물건들을 실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전된 기술로 인한 현대인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 주는 이번 연구를 통해 머지않아 스스로 자신의 일주기 리듬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모습들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