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그 사람을 찾습니다 #25] 대한민국 주짓수 1세대, 이승재 동문을 만나다.
최원석 16.03.01 조회수 19068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주짓수라는 무도가 어느 정도 대중에게 알려지기까지, ‘1세대 주짓떼로’로 불리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인 이승재 동문(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 대학원 스포츠 카운슬링 및 운동심리치료 전공 11)은 주짓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브라질, 미국 등을 거쳐가며 차근차근 그 뿌리를 내려주었다. 현재까지 후진양성은 물론 서적 출간, 세미나, 협회 활동, 대회 개최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의 선수 생활부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 대학원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늘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였어요. 공부를 할 당시에도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계속 미루고 싶지 않아 시간을 냈어요. 사업장과도 가깝고 제가 관심 있는 학문의 커리큘럼이 개설되어 있는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 대학원을 선택했어요. 잘 모르겠지만 어감에서 친근감도 들었고요. 지도 교수님은 홍준희 교수님이셨는데, 제겐 큰 형 같은 분이에요. 늘 저를 아껴주시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인 도움 주고 계세요. 전공은 스포츠 카운슬링 및 운동심리치료입니다. 전공명이 참 길군요(웃음).

 

전공 과목들은 흥미가 넘치는 강의들로 채워져 있었어요. 전문체육, 생활체육에 관계없이 지도자로서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배웠네요.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해보니, 그간의 막연함, 궁금증, 호기심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언제나 배움의 기쁨은 크고 비교할 대상을 찾는 게 쉽지 않죠. 간단하게 주짓수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면, 우승 단계까지 가기 위한 여러 요인 중에 심리적 요인은 피지컬적, 테크닉컬적인 요인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승리의 중요한 기준임을 인지하게 되었어요. 지도자에겐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 주짓수 지도자로서 수많은 세미나와 대회 개최를 통해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Q. 주짓수를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워낙 무도를 좋아했어요. 여느 어린 소년처럼 가장 강하고 독특함을 추구했던 것 같네요. 여러 종류의 무도를 찾아다니며 수련하던 중에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갔던 친구가 보내준 UFC 비디오를 통해 주짓수를 처음 알게 됐고, 그 때부터 대학교 동기, 후배들은 저와 거부할 수 없는 스파링을 해야만 했었죠. 거의 대부분 제게 기술에 걸려 '탭' 을 쳐야만 했어요(웃음). 훌륭한 파트너들이었어요. 그 때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납니다.

주짓수는 ‘어떠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생존시키며, 조금의 기회가 주어지면 바로 상대를 제압하는 실전 무도’입니다. 주짓수는 주로 바닥에서 기술을 구사해요. 바닥은 끔찍한 범죄의 마지막 단계이며 극한의 위기 상황인 것이죠. 이런 바닥에서 주짓수는 강력한 자기 방어술을 주특기로 하죠. 특정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든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겠지만 특히 약한 여성과 어린이에게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Q. 해외에서의 운동 경험도 많으신데, 한국의 생활 체육, 엘리트 체육 분위기와 차이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자율성과 독립성의 차이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주입식 교육 시스템에 묻혀 있는 듯해요. 일선 체육관에서 조차 그런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어요.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며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헤쳐 나아가는 자세가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쉬워요. 지도를 하다가 수련자들에게 질문을 자주하게 되는데 90% 이상의 수련자들은 답변이나 어떠한 표현도 의식적으로 자제하는 것 같아요. 토론 분위기나 쌍방향 소통 상황에 반응하는 기능이 성장 하기 전에 멈추었거나 마비된 것일 수도 있어요.

 

▲ 종합격투기 선수 시절, 시합 중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승재 동문의 모습

 

Q. 과거에는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하셨다고 들었는데,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고 선수 활동은 어떠셨나요?

제 기질이자 재능인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어요. 어려서부터 인체와 관련된 것들에 흥미가 있었고 끌렸어요. 나름 재능도 있었다고 느껴요. 무학은 물론 체육, 생리, 영양, 해부, 심리, 역학, 철학 등이 좋았고 재활의학, 한의학도 좋아했어요. 선수 생활 중 시합을 하며 부상을 당하거나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등 위기의 상황도 있었어요. 이를 극복해 승리하거나 챔피언이 됐다고 기쁘거나 즐겁지는 않았어요. 잠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고, 그보다는 운동 자체를 멈출 수가 없었어요. 어떤 의미로는 사명감으로 움직였던 듯해요.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선수 시절의 경험은 현재 함께하고 있는 제자 등 많은 이들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한 훈련 과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서적 출간, 세미나 활동, 대한브라질리언주짓수연맹 활동 등 주짓수를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주짓수를 수련하고 나누며, 이를 통해 도전과 성취의 장을 마련하는 주짓수인으로서의 길 걷고 있어요. 얼마나 좋았으면 제가 주짓수를 도구로 사용해 왔는지... 그건 분명 우연이 아니에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요. 힐링과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위한 계획이며 주짓수가 넓고 깊고 높은 계획의 도구로 사용되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 (上) IBJJF(국제브라질리언주짓수연맹) 대표이사와 함께, (左) IBJJF 회장과 함께, (右) China Jilin Province Military School 세미나 진행

 

Q. 운동 자체는 물론 스포츠심리학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 혹은 방향은 무엇인가요?

현실적으로 저는 늘 내외부적으로 전시 상황 속에 있었어요. 그것이 솔직한 표현이죠. 제 기질과 살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또는 무지한 상태에서 학습되어 온 페르소나(Persona)와의 스파크. 신앙을 접하면서 또 스파크. 내 영혼육이 삶과 일치되기 위함에서도 스파크. 계속된 스파크의 연속이었어요. 그동안 많은 어려운 상황을 헤치고 온 제 노하우가 많은 분들께 편안함과 따뜻함을 주고 밝게 비추는 빛의 역할로써 사용될 수 있을 거예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인재를 성장시키고 가리워진 어두운 세상에서 리더들을 배출하는 것이 제 이상적인 모습과 방향인 것 같습니다.

 

 

Q.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셨을텐데, 자신에게 영향을 준 스승 혹은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나요?

많은 분들과 상황을 통해 영향을 받았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분들과 상황들은 제게 훌륭한 트레이닝었어요. 그러나 결국 제가 획기적으로 영향, 아니 은혜를 받은 분은 하나님으로부터입니다.

 

 ▲제4회 한국 주짓수 오픈 챔피언십에서 개회사를 발언 중인 이승재 동문

 

Q. 향후 계획 또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금년에는 주짓수 국제 대회를 한국 최초로 개최하게 돼요.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그 동안 꾸준히 곳곳에서 세미나와 대회 개최를 해왔는데 보다 활발히 각 지역을 무대로 하려고 해요.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 모두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주짓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통해 나누고 돕고 함께하는 것이에요. 대회를 통해 어려운 분들을 돕거나 지도를 해서 수련자들이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주는 것이죠.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제게 있는 불덩이를 나누며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 그래서 그 불덩이를 받은 분들이 챔피언이 되는 것이죠. 단지 주짓수 챔피언이 아닌 인생에서의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열심을 다하는 것입니다.

 

Q. 독자 혹은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AD(Anno Domini) 2016년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고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삶의 목적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저는 시한부 인생이에요. 장기 시한부 인생. 단 기간 내에 병사나 사고사를 당하지 않더라도, 결국 끝에는 죽게 되는 시한부 인생인 것이죠. 우리 모두 귀하게 부여 받은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하나님, 무도, 컴뱃 스포츠(특히 주짓수와 종합격투기) 그 밖에 어떤 분야든 함께 하며 나누고 돕는 일을 즐겁게 했으면 해요.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열정과 같은 뜨거운 불덩이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이승재 동문. 특히나 파트너와의 도움과 협력없이 혼자서는 수련 자체가 어려운 운동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말인 듯 했다. 그저 무도가 좋아서 시작한 주짓수가, 이제는 여러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매개가 되었다. 국내대회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대회를 개최하고, 주짓수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잠시도 발걸음이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주짓수 역사를 계속해서 써내려갈 그의 행보에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