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나에게 조금은 특별한 친구, 글로벌버디
정주환 16.03.06 조회수 18070

 

국민대학교에는 다소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오늘 소개할 '글로벌버디(Global Buddy)'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 강의나 동아리 활동이 아닌 '외국인유학생지원센터'에서 직접 운영∙관리하는 프로그램으로써 말 그대로 외국인 유학생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우리 학교에서 학습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유학생들 대부분은 한국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혼자 다니거나 유학생들끼리 어울려 다니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 언어가 다른 타지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직은 한국이 어색해 한국인 친구들과 친해지는 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돕기 위해 외국인유학생지원센터가 학교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직전 학기 글로벌버디 프로그램 체험을 해본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세계 씨, 어떻게 글로벌버디 프로그램에 지원할 생각을 하셨나요?

경영학부 강의 특성상 외국인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 팀플이 있는 수업 같은 경우에는 외국인 친구 한 명 정도는 꼭 같은 조를 하게 돼 있어요. 저는 외국인 친구들을 매일 같이 강의실에서 보고, 팀플도 해보면서 이 친구들이 뭔가 하고 싶다는 의지는 강한데 한국어를 몰라서 힘들어하는 게 다 보였어요. 생각만큼 되지 않으니… 얼마나 안타까워요. 마침 글로벌버디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외국인 버디에 대한 기대도 많았을 거 같아요. 외국인 버디에 대한 소개 좀 해주세요.

저는 딱히 원하는 나라, 언어가 없어서 누구든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정해진 제 버디는 당시 교환학생으로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킬시 빅토리아'라는 친구였고 나이는 21살로 제 또래였어요. 러시아 사람이라 처음엔 화려한 금발과 파란 눈을 기대했었는데… 검은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친구가 나타나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지금 빅토리아는 러시아로 돌아갔지만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답니다.

 

▲ 인사동에서 한국 문화 체험을 한 두 버디

 

Q. 활동 기간 중 여러 일이 있었을 텐데 좋은 추억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빅토리아가 공예품, 옛날식 건물이 있는 인사동을 좋아해서 그 주변을 많이 갔었어요. 저는 한국 문화를 자세히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한국 민화, 수목화, 공예품 등을 따로 공부해 가서 설명을 해주기도 했고요. 그래서 빅토리아가 되게 감동하고 좋아했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웃음). 또 한 번은 빅토리아가 감기에 걸려 힘들어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빅토리아가 무슨 약을 사서 먹어야 할지 몰랐었는데 제가 감기약을 직접 사다 줬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아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던가요?

처음 빅토리아를 만났을 때 낯가림이 매우 심했어요. 말도 잘 안 하고… 영어를 공통어로 쓰긴 했는데 서로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 많아 사전 검색이 일상이었어요. 한국어도 한국인들만의 언어(?), 말이 있는데 소통이 생각보다 안되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은 의사소통을 맞추는 데 시간을 쏟았어요. 나중에는 결국 만나기 전부터 사전을 켜고 만나는 일까지 일어났어요(웃음). 그래도 서로 노력했기 때문에 금방 극복할 수 있었어요!

 

 

Q. 끝으로 아직 글로벌버디에 도전해 보지 않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글로벌버디 프로그램을 하려면 영어를 잘할 필요가 없어요. 저 또한 훌륭하지 않았고요. 오히려 버디 친구가 알려줬고 계속 교류를 하니 실력도 늘었어요. 다른 장점은 다른 나라 문화를 책이나 다른 매체가 아닌 직접적으로 배우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아직 도전하지 않으신 분들에게 편한 마음을 가지고 신청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Q. 안녕하세요~ 어떻게 글로벌버디 프로그램에 지원할 생각을 하셨나요?

이) 저는 어릴 때부터 중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입학 후 학교에 중국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학생 친구를 사귀는 동시에 중국어를 배우면 좋겠다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좌천천 씨는 낯선 한국땅에서 유학 생활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좌) 한류가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중국에 한국 문화가 전파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음악, 드라마에 관심을 끌게 되었고 대학에 들어가서 자세히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결국, 취미로 시작한 게 국민대학교 편입까지 이어졌고요. 원래 중국에서 공부하던 전공이 한국어일 정도로 큰 애정을 가진 나라입니다!

 

 

Q. 추석 명절 때, 수민 씨가 버디를 집으로 초대하셨다고 들었어요.

이) 네 맞아요. 다시 생각해도 참 특별한 날이죠. 할머니께 직접 연락드려서 초대해도 되냐고 여쭈어 봤는데 가족 모두 흔쾌히 허락해 주었어요. 저로서는 언니가 전통적인 명절 분위기에 흥미를 못 느낄까 봐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걱정과는 다르게 언니가 직접 나서서 명절 음식을 만들고 전 부치는 일까지 돕는 거예요... '아, 내가 괜한 생각을 했구나...'싶었죠(웃음).
좌) 그날 중국과 한국의 양식, 가족 문화 차이를 직접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 건 집에 가보지 않는 이상 경험하기 힘든데 초대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다만 그날 식혜를 먹어보지 못한 게 아직 아쉽네요(웃음).

 

▲ 활동을 마치고 식사하는 모습(좌), 한국어 발음 교육 중인 모습(우)

 

Q. 한국어 교육도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하셨다고.

이) 발음 연습을 따로 했어요. 예를 들어, '간장공장공장장은 간공장장이고 공장공장공장장은 공공장장이다.'같이 어려운 문장을 준비해 놓고 정확하게 발음하는지 봐줬어요. 놀이 형식이라 그런지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한 학기 글로벌버디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면서 느낀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 저는 글로벌버디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좋은 친구를 사귈 기회라고 생각해요. 또, 유학생 친구만 뭔가 얻어 간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도 다른 나라의 언어나 문화를 배워갈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좌) 유학생들 처지에서는 처음에 한국인이 당연히 낯설고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 주고 문화 체험을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더라고요. 다른 유학생 친구들도 저같이 좋은 추억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이처럼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누구나 외국인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물론 글로벌버디에 지원하려면 봉사 정신과 따뜻한 마음은 필수 요건이다. 또한 활동 계획서, 한국어 학습지원, 문화체험학습, 조별 체험활동, 사회봉사활동 보고서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쉬운 도전만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버디를 함으로써 따뜻한 봉사의 마음은 물론, 신청한 자 중 의무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학생에 한해 사회봉사활동 1학점을 인정해 준다는데... 이야말로 1석 2조의 프로그램이 아닐까? 국민*인의 아름다운 도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