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창업이 뭘까?’, ‘돈이 있어야 창업을 할 수 있지’, ‘20대 초반에 무슨 창업이야.’ 이렇듯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창업’에 관한 생각은 다양하다. 누구는 창업에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궁금하고 도전해 보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내에 ‘창업론’이라는 강의는 이들의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곳이다. 나아가 이론 수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Business Model을 만들고 창업에 관한 실전 감각을 키우는 곳이다. 한 강의실에서 총 10개의 팀이 만들어졌는데, 그중 두 팀인 ‘심부름 팩토리’와 ‘골고루’팀을 만나보았다. 이들의 모델은 무엇이고,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 한 학기 동안 그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여다 보자.
Q. 안녕하세요. ‘심부름 팩토리’ 센스가 돋보이는 팀명이네요. 어떤 팀인지 소개해 주실래요?
감사합니다(웃음). 저희 ‘심부름 팩토리’의 Business Model은 학교 내에 심부름을 대신해 주는 사람 그리고 심부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카카오톡 옐로우 아이디를 등록해 놓고 이용자가 양식에 맞춰 주문하면 그것을 ‘하려는 사람’과 연결해주는 거죠. 그렇게 수익이 나면 우리가 그 금액의 30%, 70%는 일하신 분이 가져가게 됩니다. 심부름 비용은 보통 10분에 1,500원, 5분당 500원 추가로 책정했고, 그 내용에 따라 차이를 두었습니다.
Q.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디어부터 수익구조까지 잘 생각한 모델인 것 같네요. 가능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교수님께서 워낙 열의가 있으신 덕분인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는 저희 학생들에게 단순히 이론 수업뿐만 아니라 실전 감각을 키워주려고 노력을 해주셨어요. 특히 팀마다 ‘멘토’분을 배치해 주셨어요. 우리 학교 출신, 그리고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선배님들이었어요. 멘토라는 그 존재는 이 낯선 도전에 큰 힘이 돼주었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헷갈릴 때면 팀의 고민도 이야기했었고, “이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식의 조언, 충고도 아끼지 않으셨어요.
▲이벤트가 많은 5월, SNS를 통한 마케팅 전략을 이용해 큰 수익을 벌 수 있었다.
Q. 한 학기 동안의 전반적인 활동 내용을 들어보고 싶네요.
일단 새로운 모델인 만큼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명함을 약 3,000장, 포스터 100장을 썼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수요가 없더라고요. 우리가 애초에 방향을 잘못 잡았나 싶었어요. 그때 포기하지 않고 온라인 홍보로 방향을 튼 것이 ‘심부름 팩토리’를 만든 것 같네요(웃음).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이벤트, 홍보를 진행하니까 투자 비용도 줄고 이용자 수는 확연히 늘었답니다. 한편으로는 저희 사업이 운이 잘 따라준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학교에 이벤트가 많았거든요. 토익책 무료 배포나 축제, 로즈데이, 성년의 날 등 심부름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주문도 매우 폭발적이었어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이용자가 많아 기분이 얼떨떨한 동시에 걱정됐어요.
▲홍보에 이용한 포스터(좌), 명함(우) 나중엔 이용자가 너무 많아져, 홍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Q. 어떤 부분이 걱정으로 다가왔나요?
예상치도 못한 반응이었거든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상황이 걱정되는 거예요. 인력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저희 팀원들도 매시간 심부름을 했고요. 강의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능력의 한계를 느꼈고 더는 주문을 감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우리 욕심 때문에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발생하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결국, 교수님과 상의를 한 후에 홍보를 아예 중단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솔직히 어려운 결정이었죠. 우리 Business Model에 대해 수요가 많았고 키울 기회였지만, 발전시키지 못한 게 아직 아쉬움으로 남네요.
Q.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움이 많았네요. ‘플랫폼 서비스’면 간단한 업무인 줄만 알았거든요.
아무래도 규모가 작다 보니까 그 부분에서 불편함이 있었어요. 전담으로 심부름하는 인력이 부족해서 저녁 시간까지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남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희 심부름 모델엔 앱이나 홈페이지 운영이 적합한데요. 그걸 알면서도 카카오톡 옐로 페이지밖에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수기로 해야 했어요. 주문이 들어오면 금액을 측정하고, 장부에 기록하고 이후 수수료를 떼는 것까지 바로바로 작성했죠. 하지만, 우리가 힘들면 그만큼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거로 생각하고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Q. 끝으로, 그동안 심부름 팩토리에 관심을 둔 우리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희 심부름 팩토리를 믿고 이용해주신 국민대학교 학생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여 실제로 수익을 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동시에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주시는 소중한 고객 한 분 한 분께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인력, 기술적 한계로 인해 이 모델을 정식 서비스화하지는 못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한 번 앱이나 랜딩페이지를 구축하여 정식 창업 서비스로 발전시켜보고 싶은 소망도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한 학기 동안 함께한 ‘창업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희 팀명은 ‘골고루’입니다. 고객이 사 먹은 음식의 영수증을 찍어서 저희 측에 보내주면, 그 영수증을 기반으로 종합적인 영양관리, 식단관리를 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용자들에게 이와 같은 방법으로 영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Q. 획기적인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궁금해지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일단 제품마다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자료로 만들었어요. 모든 제품을 나열한 후 그 제품 각각에 대한 열량,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등 영양소를 데이터화시킨 거죠. 이용자가 섭취한 음식 정보가 포함된 영수증을 저희에게 보내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정보를 바로 전달해주기 위함이죠. 그뿐만 아니라 고객의 ‘골고루’를 책임지는 모델로서 영양에 관한 조언도 잊지 않고 한마디 꼭 전달해 줬어요.
▲‘Lean Startup Process’, 실제로 이 싸이클을 계속 거치면서 Business Model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Q. Business Model을 구축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썼나요?
창업론에서 배우는’Lean Startup Process’라는 게 있어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구축(Build)단계 → 측정(Measure)단계 → 학습(Learn) 단계를 무한 반복하는 과정인데요. 모든 걸 완벽하게 만드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중 과정내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학습’에 가장 집중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수익을 낸 건 아니지만, 그만큼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교수님께서 이 Process는 하나의 가설이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우리 팀은 이 가설의 증명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홍보 포스터(좌), 실제로 전문지식을 갖춘 영양관리사를 구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우)
Q.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이디어를 작게 해서 빨리 테스트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했어요. 일단,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나은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국민대 한정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빠른 피드백을 받고자, 영역은 학교 내로 한정했고요. 결국, 이 생각이 유효했다는 게 홍보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 페이지, 카카오톡 옐로 아이디 등 온라인 홍보를 시작했는데요. 한번 실행을 해본 결과, 저희 아이디어는 온라인 홍보보다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게 낫다고 느꼈어요. 명함을 주면서 어떤 아이디어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죠. 이전까지는 온라인 홍보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율을 낸다고 생각했는데, 그 모델이 어떤 것임에 따라 잠재적 이용자와 직접 접촉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결국, 작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으로 옮긴 전략이 전체적인 비용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Q. 성공적인 Business Model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초반부에 이 모델에 대해 설문,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용자들의 니즈(needs)를 찾기 위해서였죠. 문제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솔루션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고요. 이런 부족한 모습 때문인지, 솔직히 저희 Business Model이 학생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용자들에게 만족을 잘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왜 우리 모델이 소비자에게 가치가 없는지, 솔루션을 발전시키고 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이 고통스럽긴 했지만, 교수님과 상담을 하면서 노력했고 이 또한 하나의 성장의 과정이 됐다고 생각해요. 훗날 이 경험이 다른 성공의 모델이 될 거라 믿습니다.
Q. 직접 작게나마 창업을 해본 건 큰 경험이라 생각해요. ‘창업론’이라는 수업을 통해 얻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창업론, 일단 스타트업의 생태계, 전반적인 그림을 알게 된 거 같아요. 그 분야의 혜안이 생겼고요. 팀 단위로 하나의 Business Model을 만들어 한 학기 동안 운영해 가는 수업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팀플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어요. 뭐랄까요?... 아이디어와 사람이 분리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네요. 즉 한 팀의 사람들끼리는 화합해서 계획했던 방향으로 이끌되, 아이디어끼리는 격렬하게 부딪쳐야만 하는 것이죠. 그래야 그 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고 팀도 성장하는 것이거든요.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가치를 배웠습니다.
창업, 대부분 학생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위에 소개한 학생들 또한 그랬지만 수업을 통해 배운 가치를 적용하여 실제 모델을 구축했다. 막대한 자금, 인력 없이 오로지 열정으로만 그리고 팀의 화합으로만 만들어낸 그들의 사업모델, 단순히 그 모델을 넘어서 그들에겐 인생에서 큰 배움이 됐을 거로 생각한다.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학기 동안 그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롭고 힘든 시기 속에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끝났다라는 시원함보다는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나타낸다. 국민*인 개개인에게 그들의 모델이 유용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우리 학우가 ‘열정’, ‘도전’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이루어낸 성과, 결과물 충분히 뿌듯한 일이고 박수쳐 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