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MBC 아나운서 공개채용 '신입사원' 최후의 8인, 동문 이윤하(국문 06')를 만나다
이성진 11.06.06 조회수 25597

 수많은 서바이벌 방송 프로그램들. 그 중 꿈꾸는 이들의 열정을 좀 더 진지하게 다루어 대학생들의 눈길을 끈 방송, MBC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그램 '신입사원'이 있다. 5000명이 예선에 지원했던 '신입사원'은 매주 새로운 경쟁을 거쳐, 드디어 지난주. 최후의 8인을 공개했다. 최후의 8인에게 뉴스진행 미션이 주어졌던 6월 5일 방송, 그 가운데에서 똑부러진 앵커의 모습에, 톡톡 튀는 개성까지 발휘한 동문 이윤하(국어국문06)를 만났다. 실제로는 당당하고 도도한 아나운서의 모습보다도 아직 겸손하고 풋풋한 모습이 더했던 귀여운 그녀. 그녀와의 유쾌했던 대화를 전한다.

Q : 공중파 방송 공개채용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는 자신감이 대단해요.
A :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때문에 겁 없이 지원했었던 것 같아요. 공중파 3사 아나운서를 꿈꾼 게 아니라, 1차 카메라테스트 합격이 목표였거든요. 그냥 스스로에게 “난 너무 멋있어!!”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었다 할까요? 그 정도였어요.

Q : 경쟁과정이 하나하나 방송된다는 데에 부담감은 없었나요?
A : 튀는 타입이 아니라 어차피 방송에 별로 나갈 것 같지 않았어요. 소위 ‘신상이 털릴’ 걱정도 전혀 안됐고요. 단순하게 ‘내가 MBC 시험을 보는데, 그게 방송에 나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지금은 부담돼요. 8명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실력이 뛰어난데 탈락한 도전자도 많고,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왜 저 사람이 남아있지?” 하고 생각하지 않게끔 하려면 잘해야 되잖아요.

Q : 그럼, 원래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나요?
A :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어요. 큰 웅변대회가 있었는데 ‘청소년의 가출’을 주제로 직접 원고를 써서 웅변을 하고 금상을 탔거든요. 그 때 담임선생님께서 인상 깊었다고 하시며 학교 방송부에 절 추천해주셨어요. 그 이후로 제 꿈은 ‘아나운서’가 됐어요. 만약 그 때 육상부를 했더라면 육상선수가 꿈이 됐을 수도 있겠죠?

Q : 그렇다면 본격적인 준비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나요?
A : 본격적으로 준비한건 대학 졸업에 맞춰서요. 당시에 저는 관심사 외에는 도통 무지했어요. 그런데 아나운서 아카데미도 다니고 스터디도 하면서 방송인은 세상의 모든 것에 두루두루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 때부터 제가 관심 없던 영역, 이를테면 클래식음악, 미술전, 스포츠, 해외뉴스에 관심을 기울였어요. 뭔지 몰라도 무조건 봤어요. 이런 것들이 가장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 : 많은 준비를 하셨는데, 졸업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네요. 어떤 대학생이었나요?
A :
동아리활동도 안하고, 발표나 팀플이 많은 수업은 피했어요. 과 엠티도 잘 안가고, 그저 과내 소모임 ‘국어학회’ 활동만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보니 성적이야 좋고 깊게 사귄 친구들도 몇 있지만 정작 제 생활의 반경을 넓히진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워요.

Q :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것이 아나운서가 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A :
제가 국어를 너무 사랑해서, 중간엔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바꿀 뻔했기 때문에 도움이 안됐어요! 하하 농담이구요. 전 어릴 때부터 국어를 좋아했고 그래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고, 때문에 국문과를 선택했어요. 그러다보니 전공에 대한 애착이 컸고, 아주 사소한 거지만 맞춤법, 장단음, 표준어, 외래어표기를 열심히 공부했죠. 전공이 제게 엄청난 도움 준 것이 사실이에요.

Q : 국어실력이 신입사원 도전에도 강점이 되었겠네요. 또 다른, '나만의 강점'은 없나요?
A :
이전엔 ‘신입사원’ 내에서 어필해야할 매력이 뭔지 인지하지 못했었어요. 콘셉트를 잡아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도 있었고요. 그러다보니 맹물 같은 캐릭터에 통편집이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사람들이 똑순이처럼 말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제 입으로 말하려니 쑥스럽네요.

Q : 방현주 아나운서 등 심사위원들에게 밝은 느낌과 에너지가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실제 성격도 그런지 궁금해요.
A :
실제 성격이 그러니까 그런 칭찬을 받는 것 아닐까요? 하하하. 친구들이 “넌 우울한 건 안 어울려.”라고 자주 말해요. 또 제가 미니홈피 되게 열심히 하는데, 옛날부터 친구들이 제 홈피에 오면 재밌고 즐거워진다고 하더라고요. 우울하신 분들은 제 홈피 찾아와 보세요.

Q : 유쾌한 성격을 보면 촬영 중에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
재밌는 에피소드라기보다는, 고생한 일이 있었어요. 안 그래도 쌍꺼풀 라인이 두꺼운데 촬영 전에 다래끼가 심하게 난거에요. 그래서 다래끼를 찢고 멍든 것과 붓기를 가리며 녹화하느라 엄청 고생했어요.

Q : 방송을 시작한지도 꽤 오래 됐어요. 그 동안 경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과 가장 기뻤던 일을 이야기 해 주세요. 
A :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이 힘든 것 같아요. 정을 나누던 동료들이 떨어지면 못 견딜 것 같은 때도 많아요. 심신이 피곤해져서, 합숙 이후로 신입사원 녹화만 하고 오면 2~3일은 누워 지내게 되요. 심사위원 분들이 나와서 “너, 탈락!” 이라고 말하는 꿈까지 꿀 정도에요.
가장 기뻤던 건, 뉴스 잘한다고 칭찬받은 거예요. 제가 워낙 기대치가 낮아서였던지, "의외로 뉴스 잘해서 놀랐다"고 아나운서 분들과 동료들이 칭찬해줬어요. 그때는 스스로도 “맞아. 나 뉴스 잘하나봐.” 하고 믿고 싶더라고요. 진짜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방송 본 시청자분들이 평가해주시겠죠?

Q : 신입사원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A :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이요. 정말 치열한 곳인데도 경쟁자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앞으로 아나운서라는 꿈을 위해 뭘 더 연구해야 하는지, 미래를 다시 구상하게 됐죠. '참 뜬구름 잡는 식으로 아나운서를 하고 싶어 했구나'하고 많이 반성했어요. 개인적으로 좋은 건 마냥 딴 세상사람 같았던 MBC 아나운서 분들을 직접 만나서 배우고 밥도 같이 먹고 한다는 것! 너무 좋아요!

Q : 아직도 경쟁이 남았는데요. 앞으로의 각오를 말해주세요.
A :
이제는 합격과 탈락이 심사위원 분들의 손을 떠난 것과 다름없어요. 시청자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언제라도 가는 길이 아름답고 싶어요, 올라가든 떨어지든. 실력 발휘를 다 하고  싶어요. 탈락하더라도 못해서 떨어진 게 아니었음 해요. 

Q : 후에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나요?
A :
신입사원 하면서 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물었던 질문이네요. ‘따뜻한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다’ 는 말은 이제 참 진부한 것 같고. 제가 가진 생명력과 유쾌함을 보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쭉~ 전해주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힘나게요. 마치 비타민처럼? 생각해보면 제가 가장 행복할 때가, 저의 기운으로 다른 사람들이 힘을 내고 웃을 때거든요.

Q : 마지막으로 국민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A :
사실 신입사원 최종 합격자도 아니고, 도전이 끝나면 저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니까 뭐라 말하는 게 조금 쑥스럽고요. 신입생 첫 수업이 ‘지성과 글’이잖아요. 그 때 교수님께서 각오를 쓰라고 하셨는데, 전 “손석희 선배님이 졸업하신 국민대 국문과에 들어온 게 너무나 영광이다. 욕심이 있다면 먼 훗날 우리 과 후배들에게 나도 자랑스럽고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라고 썼었어요. 그때의 저처럼, 신입생 때처럼, 학교에 대한 설렘, 벅참, 뿌듯함.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국민대 여학생들 너무 예쁘다는 말! 꼭 하고 싶었어요. 하하

 

 짧은 인터뷰 곳곳에 묻어나는 그녀의 매력, 무엇보다도 도전과 경쟁의 과정 속에서 배워나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 그녀의 계속되는 도전은 6월 12일 저녁, 문자투표로 합격이 결정되는 MBC '신입사원'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취업을 앞두고 무한 경쟁에 뛰어든 국민*인 모두도, 실패를 두려워 말고 경쟁 속에서 더 많이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