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또 다른 국민인] 얼굴도 마음도 훈훈한 세 남자! 그들과 함께 나눈 '진짜' 한국 이야기
배지운 15.01.28 조회수 10463

 

독일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벤츠와 아우디로 대표되는 명품 자동차 브랜드의 나라? 아니면 최고의 맥주를 생산하는 유럽 브루어리의 본고장? 국민대학교에도 현재 30명에 가까운 독일 학생들이 교환 학생으로서 한국을 찾아와 생활하며 공부하고 있다. 하얀 피부와 큰 키, 게르만족의 전통적 특성이 한 눈에 돋보이는 독일 친구들, 이렇듯 독일은 ‘서양’이라고 하는 단어의 보편적 특징과 가장 잘 잘 맞아 떨어지는 나라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 생활하는 독일 유학생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훤칠한 키에 뚜렷한 외모, 패션모델 뺨 칠 정도의 분위기를 풍기던 세 독일 남자, 톨번 슈타이거와 세바스찬 톰, 그리고 펠릭스 케슈타인! 훈훈한 세 청년을 한 자리에서 함께 만나보았다.



▲명품 브랜드와 맥주, 고딕 양식의 성들과 전통 소세지 음식까지! 매력적인 나라, 독일

 

Q.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세 명 각자가 느꼈던 한국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톨번: 제가 막 도착했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은 한국 사람들이 참 살갑고 친절하다는 점이였어요. 학교 기숙사에 도착 했을 때도 친절히 방까지 안내해주고, 필요한 사항들은 모두 프린트해서 직접 서류를 건네주고 자세하게 알려줬어요. 모두들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서, 처음 한국에 도착하고 국민대학교로 오기까지 곤경에 빠지지 않았고 큰 문제를 겪지 않을 수 있었죠.

세바스찬: ‘굉장히 세련되고, 역동적이다‘. 제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첫 인상이에요. 어딜 가더라도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활동적이고 바쁘게 움직여요. 강남 거리를 갔을 땐 길거리 전광판에 나오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나, 대형 스크린을 보면서 무척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나라라는 느낌도 받았어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친절하고, 특히나 한국 음식이 너무나도 맛있었어요.

펠릭스: '하이 테크놀로지와 IT'라는 키워드로 한국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인터넷 망을 구축한 나라라고 들었어요. 실제로도 느꼈고요. 삼성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만 봐도 한국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수준 높은 나라라는 걸 알 수 있죠. 당장 지하철만 타도 모든 노선들이 환승하기 편리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현대적인 기술들이 일상과 잘 접목되어 있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광화문 거리를 구경 중인 톨번. 그는 한국의 도시 풍경이 무척이나 좋다고 한다.

 

Q.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이런 부분은 조금 불편하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톨번: 아, 가끔 택시 기사 분들이 승차를 거부해요. 이동하는 거리가 너무 짧다고요(웃음)

세바스찬: 맞아요. 특히 늦은 심야에는 더 심한 것 같아요. 우리는 택시를 원하지만, 택시가 우릴 원하지 않더라고요. 아 그리고 학교 근처를 비롯한 학생 밀집 거주 지역에 방값이 너무 비싸고, 크기가 너무 작은 집들만 있는 점이 좀 힘들어요. 적당한 가격에 조금 큰 크기의 방을 구하고 싶은데 한국에서는 그게 너무 어려운 것 같네요.

펠릭스: 저는 다른 것보다도 어떠한 문제에 있어서 여러 사람들간의 논의가 필요할 때, 한국인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조금 답답하고 비교적 느리다고 느꼈어요. 특정인이 무언가 잘못된 방향의 의견을 내놓을 땐, 다른 사람들이 그 의견을 지적해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 줄 수 있도록 서로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야하고 논의 속도가 빨라야 하는데, 한국은 이런 ‘결정’의 과정이 수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서로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점이 조금 답답한 것 같아요. 특히 회사 같은 경우는 한 개의 안건이 처리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형식적인 결재 절차를 거쳐야한다는 점이 조금 비효율적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독일에서는 ‘Yes'아니면 'No'라고 말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데, 제가 독일인이라서 조금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한국 전통 가옥을 답사하는 세바스찬(좌)과 톨번(우)

 

Q. 교환 학생으로서 한국인 학생들과 어울려 지내보니, 독일 대학생 입장에서 봤을 때의 한국인 친구들의 모습은 어떤가요?

세바스찬: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국 친구들이 ‘영어’라는 외국어 때문인지, 같이 어울리거나 친해지는 걸 어색해하거나 수줍어하는 경향이 조금 있는 것 같았어요. 저도 한국인 친구들이 많은데 보통 외국에서 살다오거나, 유학 경험이 있어 영어를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적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예요. 한국 대학생들이 외국인 학생과 어울리는 걸 어려워하는 이유는 역시 언어적인 부분이 큰 것 같아요.

톨번: 수줍음은 많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한국인 친구들도 똑같은 것 같아요. 제가 먼저 길을 묻거나 다가가면, 처음에는 어색해해도 제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해 하면서 관심을 가져줬어요. 언어가 역시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한국의 음식과 먹거리 문화는 가히 최고라고 하나같이 말하는 그들.

 

Q. 다들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지 최소 6개월은 지난 것 같은데, 한국어 실력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학교에서 듣는 한국어 수업은 많이 도움이 되었나요?

세바스찬: 한국어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배우기 어려운 언어란 점도 있지만, 사실 한국어 수업이 초반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처음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저는 한국어를 하나도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회화 능력이 필요했거든요. 버스를 타고,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고, 길을 물어보는 등의 일상적인 주제요. 하지만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너무 문법적인 부분이고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처음에는 사실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어요.

톨번: 제 생각도 그래요. 독일에서는 언어를 배울 때 사실 ‘독해’처럼 읽는 수업은 거의 없어요. 교수님과 문법 학습을 할 때만 가끔 하죠. 반면에 한국은 문법적인 부분의 수업이 너무 많아서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글로벌 버디 프로그램과 하우스 파티, 한국인 친구들과의 교류 활동 모습

 

Q. 한국의 젊은이들과 독일의 젊은이들 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세바스찬: 한국의 젊은 친구들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아침 6시~7시부터 일찍 등교해서 늦은 밤까지 공부한다고 들었어요. 독일 고등학생들은 공부를 별로 많이 하지 않거든요. 오후 2시나 3시면 귀가해서 개인 선호에 따라 추가적인 보충 학습을 하고 나머지는 각자 취미 활동이나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든요. 한국 학생들이 과외나 학원을 많이 다니는 것도 큰 차이인 것 같아요. 독일은 대학에 입학할 때도 따로 입시 시험을 보지 않거든요.

펠릭스: 물론 공부하는 분야에 따라 독일도 다르긴 해요. 독일도 의대와 같은 특정 분야는 학습양도 많고 입시 시험도 따로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보편적으로 한국처럼 시험이 많지가 않은 점은 맞아요. 저 또한 한국 학생들의 학업양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느꼈어요.

 

                              ▲세 명 모두 등산과 축구, 산악 자전거를 즐기는 활동적인 스포츠인이다.

 

Q. 졸업 후 진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계속 학업을 지속하고 싶다거나 한국에서 직업을 구할 의향이 있나요?

펠릭스: 한국은 도전과 기회가 많은 나라 같아요. 현재 학업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2~3년 정도 더 한국에서 머물면서 제 진로와 미래의 직업을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찾아보고 싶어요. 물론 저는 제 모국을 무척 사랑하고 독일은 정말 좋은 나라지만 세계는 넓고, 도전은 곳곳에 널려있으니까요. 아시아 국가를 방문한 것은 한국이 저에게 처음이었고,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포함한 한국의 모든 것들이 저에겐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제 지도 교수님이 말하길 ‘한국이 바로 아시아로 통하는 관문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아시아의 모든 산업과 문화는 한국을 통하기 때문에, 한국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이 미래의 진로를 정하는데 있어 가장 큰 기회라고 말이죠.

세바스찬: 저도 한국에서 현재 직업을 구하고 있어요. 저는 취업 비자를 받고 기간을 연장해서, 정말 제대로 한국에서 제 진로를 찾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제 기업을 세우고 운영해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데 있어서 외국인인 저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언어 문제고,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사업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 꾸준히 노력 중에 있어요.

톨번: 저는 아직까지 그렇게 한국에서의 제 진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국민대학교에서의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면 일단 독일로 돌아가 제 석사 과정도 마쳐야 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저도 한국이 좋고, 한국에서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차후에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 일을 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과 낯선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자! 바로 그들의 한국 생활 모토다.

 

Q. 앞으로 계속 국민대학교를 찾아 올 다양한 국가의 교환학생들에게 유학 생활 경험자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펠릭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아요. 한국을 방문하기 전 한국의 문화와 음식 그리고 한국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과 사상 등,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기 위한 사전 조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국에 오고 나서는 낯설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수많은 한국 음식들을 접해보고, 여러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인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영어를 못한다고 부끄러워하거나 어색해 할 필요 없어요. 외국인 친구들 중에서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많으니까요.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톨번: 맞아요. 펠릭스 말대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겁먹지 말고 뭐든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시구요. 저처럼 한국어 실력도 안 늘고 그러면 안돼요. (웃음)

세바스찬: 두 사람의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고 해외 생활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려고 하는 적극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도전하는 만큼, 많은 것을 얻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젊음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바로 도전과 적극성에 있다고 말하던 세 남자. 이들은 말한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다르다고 하여 낯선 것을 어려워하고, 새로운 기회를 눈앞에서 놓쳐버리는 것만큼 안타깝고 바보 같은 일은 세상에 없다고. 지금 내 앞에 무엇이 놓여있는지, 어떤 어려움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곤 해도, 그들은 여전히 입을 모은다. 도전하라고! 맞는 말이다. 세상은 넓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엔 한 사람의 일생은 너무나도 짧다.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고 앞 다투어 미래에 대한 꿈을 얘기하던 세 독일 남자들처럼 우리도 좀 더 ‘모험’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눈 딱 감고, 내 앞에 놓여있는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 때, 우리는 진정 ‘세상을 제대로 살 줄 아는’ 멋진 청춘이 될 수 있지 않을까.